[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를 대표하는 전자 ICT 기업 삼성전자의 올해 하반기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상반기부터 이어지는 위기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각 부문별 특수성을 고려한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지전 그림 나왔다

22일 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 영업이익 중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부문은 하반기 낙관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업황 악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수요와 공급 균형도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 중심으로 포트폴리오가 쏠려있는 대목도 우려스럽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있어 꾸준한 초격차 전략으로 일관하는 한편, 시스템 반도체의 파운드리 중심 전략을 구사할 전망이다. 4월 발표된 삼성 반도체 비전 2030에 힌트가 있다.

2030년까지 133조원의 투자를 단행,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최강자를 노리는 것이 골자다. 연평균 11조원의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가 집행되고,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42만명의 간접 고용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직접 고용 인력은 1만5000명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향후 화성캠퍼스 신규 EUV라인을 활용해 생산량을 증대하고, 국내 신규 라인 투자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인텔이 삼성전자에 14나노 파운드리 제작을 위탁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일각의 전망처럼 핵심 CPU일 가능성은 낮지만, 선택과 집중으로 공정 라인업을 가동하고 있는 인텔이 경쟁자인 삼성전자에 손을 내밀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는 평가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와의 경쟁도 ‘한 번 해 볼만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AMD와의 협력을 비롯해 NPU(신경망처리장치)사업 등의 성과도 중요하다.

미중 무역전쟁의 흐름속에서 AMD와의 협력이 눈길을 끈다. AMD는 컴퓨터의 두뇌인 CPU에서 인텔과 양강체제며 GPU에서는 엔비디아의 숙적이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계의 강자며 최근 시스템 반도체에 대규모 투자를 선언한 상태다. 그 연장선에서 삼성전자의 엑시노스에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GPU에 영국 암의 말리를 사용하고 있으나, 최근 말리의 기능에 대한 회의감이 상당한 상태다. 이 대목에서 AMD의 GPU가 말리 대신 엑시노스에 들어가면 상당한 기술적 진보를 끌어낼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 엑시노스9이 보인다.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장 강인엽 사장은 “차세대 모바일 시장에서 혁신을 가져올 획기적인 그래픽 제품과 솔루션에 대한 파트너십을 맺게 되었다”며,“AMD와 함께 새로운 차원의 컴퓨팅 환경을 선도할 모바일 그래픽 기술의 혁신을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AMD 리사 수 CEO는 "PC, 게임 콘솔, 클라우드와 고성능 컴퓨터시장에서 최신 라데온(Radeon) 그래픽 기술의 채용이 늘고 있다”며, “이번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고성능 라데온 그래픽 솔루션을 모바일 시장으로 확장하고 이에 따라 라데온 사용자 기반과 개발 생태계도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NPU도 최근 선명한 로드맵이 나왔다. NPU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NPU분야 인력을 2000명 규모로 현재 200명 규모에서 10배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강인엽 사장은 NPU를 두고 인공지능 시대에 핵심 프로세서라면서 “인공지능은 도처에 있고, 이 말은 NPU도 도처에 있다. 빅데이터가 클라우드 센터로 갔다가 분석되는 것이 아니라 디바이스 자체에서 분석되는 시대가 오고 있는데 여기서 핵심은 NPU”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삼성전자는 전장사업부터 다양한 영역까지 반도체 경쟁력을 축적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정중동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양한 가능성이 타진되는 가운데, 인도 시장에서의 전격전이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는 인도를 주요 거점으로 삼아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해 7월 인도 노아디 공장 증설을 계기로 외부에서 제작한 스마트폰을 인도에 수출하는 수준을 넘어, 인도에서 제작한 스마트폰을 인접국인 방글라데시 등으로 수출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 스마트폰 제조 거점을 완전히 철수하며 인도에 일부 라인업을 구축, 현지 시장 장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갤럭시A2 코어를 비롯해 갤럭시A10으로 시작되는 중저가 라인업을 연속 출시했고 갤럭시N40과 갤럭시A80도 출시할 계획이다. 올해 1월부터 지금까지 갤럭시A 시리즈 500만대가 인도 시장에서 판매된 가운데, 삼성전자는 중저가 중심의 인도 스마트폰 시장을 완벽하게 장악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하락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시장 점유율 1위 샤오미와의 전투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인도에서 스마트폰 외에도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10여개 나라에만 출시됐던 삼성 가전의 간판인 QLED TV 8K가 최근 중동을 비롯해 인도에 진출했고 전장 자회사인 하만도 4일 인도 서부의 마하라슈트라주 차칸 공장에서 시설 확장에 돌입했다. 2014년 설립된 현지 공장에 총 600억원을 투자해 생산 라인업을 기존 2개에서 2021년 6개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최근에는 인도 5G 네트워크 시장에 삼성전자가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1995년 인도에 처음 진출한 삼성전자는 노이다에 생산거점과 디자인 센터를, 첸나이에 생산거점을 꾸렸고 벵갈루루에 연구개발 센터를 마련한 상태다. 그 연장선에서 총 42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에 나설 방침이다. 이 외에도 삼성전자의 가전 및 부품, 디스플레이 경쟁력은 하반기 한 차례 숨 고르기를 통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전망이다.

▲ 삼성전자 화성 캠퍼스가 보인다. 출처=삼성전자

위기극복은 기업의 몫, 미래는 당국의 몫?

삼성전자가 각 부문별 국지전을 통해 하반기 대반격에 나설 가능성이 높지만, 내외부에서는 여전히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6월에만 1일, 13일 두 차례 DS부문 경영진과 회동했다.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전략인 삼성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한 후 투자 집행 계획을 직접 챙기는 한편 최근 경기둔화 우려에 따른 반도체 사업의 리스크 대응 체계를 재점검했다는 후문이다. 삼성 반도체 비전 2030은 지난 4월 발표됐으며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 133조원을 투자해 시장 1위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14일에는 더 생생한 메시지가 나왔다. 고동진 IM부문장 사장, 노희찬 경영지원실장 사장, 노태문 무선사업부 개발실장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 부회장은 “지금은 어느 기업도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며 “그 동안의 성과를 수성(守城)하는 차원을 넘어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흔들리고 있는 IM부문의 경쟁력을 다잡는 한편 5G 이후의 6G 이동통신, 블록체인, 인공지능 전략을 구상하면서 그 기저에 강력한 위기론을 전제한 셈이다.

삼성전자가 위기론을 강조하는 이유는 ‘글로벌 경영환경 급변에 따른 유연한 대응책 모색’에 방점이 찍혔다. 다만 분식회계 등의 이유로 수사 당국의 칼 날이 그룹 수뇌부를 향하는 상황에서 정상경영 의지를 보이려는 포석도 깔려있다는 말도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가 심각해지며 그룹 수뇌부를 향한 수사 당국의 압박에 대비해 정상경영 의지를 보여주려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최근 정부가 소위 적폐청산이라는 대의명분을 바탕으로 분위기가 미묘해지는 장면도 눈길을 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의 검찰총장 후보자 낙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청와대 정책실장‘행’이 이뤄지며 삼성 대내외적인 환경도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물망에 오른 윤 지검장은 지금까지 서울중앙지검을 지휘하며 국정원 특수활동비, 사법농단 등 적폐청산 수사 등 전 정권에 대한 수사를 이어갔으나, 이를 제외하면 대부분 기업 수사에 방점을 찍은 바 있다. 그가 검찰총장에 오르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수사가 많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특수통 검사들이 대거 중용되면 이러한 분위기는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에 대한 압박이 높아질 것이라고 본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에 대한 수사 당국의 압박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에서 윤석열 지검장이 검찰총장에 오르면 그 수위가 더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정현호 삼성전자 TF 사장을 소환한데 이어 이재용 부회장을 향한 압박도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청와대 정책실장 임명도 비슷한 분위기다. 김 위원장이 공정위에서 대기업에 표면적으로 특별히 날을 세우지는 않았으나 기본적으로 비판적인 시각을 감추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삼성의 기류 변화에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