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미·중 무역전쟁으로 금융환경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장기 국고채 금리 등 시장금리 하락여파에 보험사들의 투자수익률이 하락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보험사들은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기반으로 자산을 운용하는 만큼 안전자산인 채권 투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보험사들은 국공채에 투자 비중이 회사채 투자에 비해 월등히 높지만 올해 들어서도 국공채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투자수익률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발생중이다.

23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자산 규모 30조이상인 주요 생명보험사 8곳의 올해 1분기 기준 운용자산이익률 평균은 3.41%로 전년 동기 3.66% 대비 0.25% 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 출처=생명보험협회

특히 미래에셋생명의 올해 1분기 운용자산이익률은 3.1%로 전년 동기 4.4% 대비 1.3% 포인트하락해 생보업계 평균 하락폭을 상회했고, 동양생명, 농협생명은 지난해 1분기 각각 3.4%, 3.2%의 투자수익률에서 올해 1분기 각각 2.9%, 2.6%까지 낮아져 자산운용 투자실적에 비상등이 켜졌다.

보험사는 보험부채가 10년일 경우 10년짜리 국채를 그 기간 금리수준에 맞춰 매입해 끝까지 보유한다. 보험사의 경우 부채로 분류되는 보험료가  매년 들어오기 때문에 장기 자산인 채권도 계속 매입해야 하는데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가격이 비싸지는 만큼 자산운용이익률이 하락하게 된다. 

임준환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증권사의 경우 단기에 채권을 사고 팔기 때문에 금리가 하락할 경우 채권가격이 상승하면 과거에 매입했던 채권을 팔아 투자이득을 볼수 있지만 보험사는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가격은 올라 그 시점에 국공채를 매입하면 투자수익률이 하락한다"고 밝혔다.

보험사의 자산운용 부문은 한해의 실적을 좌우하는 만큼 상품 판매 전략만큼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 시장금리하락 등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로 투자수익률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고 있다. 국공채 금리가 곧 운용이익률도 이어지기 때문에 보험업계는 금리하락에 따른 파급효과가 크다.

◇ 10년물 국고채 금리 1년새 0.79%포인트 하락...생보사, 안전자산 비중 축소

▲ 출처=한국은행, 예금보험공사

보험업계 자산운용부문은 투자 위험정도에 따라 지급여력(RBC)비율에 영향이 미치기 때문에 대체투자와 대출채권을 크게 확대할수 없다. 또한 자산-부채의 실질만기 조정을 위해 장기채권 확보가 필요한데다, 투자수익률이 동반되야 하기 때문에 국내외 금융환경 변화에 민감하다.

특히 보험업계가 신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앞서 외부 자금조달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자산운용에서 발생한 투자수익률까지 낮아진다면 전체 실적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보험사들은 안정자산인 국고채 투자비중이 유가증권 투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비중이 막대하지만 올들어서 국고채 금리가 감소하고 있어 자산운용 포트폴리오 구조에도 변화가 발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10년물 국고채 금리는 1.83%로 지난해 3월 2.62% 대비 0.79%포인트 하락했다. 올해 3월 기준 국고채 금리는 지난 2016년 9월 1.40%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처럼 장기 금리가 하락세를 이어가며 보험사들은 대체로 국공채 비중을 대폭 줄이는 모습이다. 한화생명은 국공채 비중을 지난해 42.8%에서 올해 37.9%로 4.9%포인트 축소했다. 한화생명은 외화채권비중(39%)이 국공채 투자비중보다 높고, 업계에서 국공채투자가 낮은 축에 속한다.

한화생명은 안전자산인 국공채 투자보다 해외채권 투자비중을 대폭 높였지만 올해 한미 금리차가 벌어지면서 해외채권 투자에서 환손실 비용이 크게 늘었고 이로인해 투자수익률까지 하락했다.

올해 1분기 한화생명의 운용자산이익률은 3.6%로 지난해 1분기 3.8% 대비 0.2%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투자손익이 확대되면서 영업이익률도 3.14%에서 2.35%까지 떨어지면서 1분기 총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9% 축소됐다. 올 1분기 한화생명의 순이익은 466억원에 그쳤다.

올해 1분기 한화생명을 비롯해 교보생명, 농협생명, 오렌지라이프, 신한생명, 동양생명도 모두 국공채 비중을 대폭 축소했다. 특히 교보생명과 농협생명은 지난해까지 국공채비중이 유가증권의 절반을 차지했지만 48% 수준까지 투자비중을 줄였고, 동양생명도 47.8% 비중까지 축소했다.

농협생명과 동양생명은 금리하락추세로 국공채 비중을 축소했지만 해당 재원을 해외투자로 전환하면서 파생상품손실 비용이 발생하는 이중고를 겪었다. 이에 올 1분기 농협생명과 동양생명은 2%대의 투자수익률을 기록했다. 올해 농협생명은 투자수익률이 급감해 순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미래에셋생명의 경우 운용자산이익률이 지난해 4.4%로 업계 상위권이었지만 올해 3.1%로 업계 평균보다 크게 밑돌았다. 미래에셋생명은 2017년 말 PCA생명과 통합하면서 지난해 염가매수차익이 운용자산수익률에 포함해 일시적으로 수익률이 4%대로 상승했고 올 들어 다시 하락했다. 미래에셋생명은 국고채 수익률 하락추세에도 지난해 투자비중 55.6%에서 올해 60.3%까지 끌어올렸다.

미래에셋생명은 최근 한미 금리차가 역전되는 금융환경을 반영해 환손실 위험을 회피하고자 해외채권 비중을 지난해 19%에서 올해 14%까지 축소한 반면 국공채 비중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해외채권비중을 높은 보험사는 대부분 지급여력(RBC)비율이 낮아 상대적으로 장기채권 매입을 통한 투자수익률 확보가 급한 상황이지만 미래에셋생명은 고금리 비중도 낮아 같은 기간 해외 비중을 크게 늘리지 않고 국공채 투자를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2017년 PCA생명과 합병에서 발생한 염가매수차익(1812억원)이 지난해 투자수익률에 반영됐고 올해 투자수익률은 예년수준으로 회귀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