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정국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는 종합 핀테크 플랫폼으로 끊임없는 혁신의 연속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최근 개인의 정보와 고객 응대를 둘러싸고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져 일각의 우려를 사기도 했으나, 토스의 행보가 곧 대한민국 핀테크 플랫폼의 역사로 이어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들의 저력과 비전을 조명하는 콘텐츠는 많습니다. 다만 지나치게 천편일률적이고 정형화된 콘텐츠라 쉽게 체감이 되지 않던 상황에서, 애용하고 있는 토스앱 알림에 사용자 인터뷰 알림이 떴습니다. 토스 사무실로 방문해 서비스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달라는 것. 

 

기자를 대상으로 하는 행사도 아니고, 사무실도 한 번 구경하고 싶었고, 맨날 인터뷰만 하다가 인터뷰도 한 번 당해보고 싶어서 응모를 했고 뽑혔습니다. 절대 소정의 사례비를 준다는 말에 혹하지 않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실하게 강조하며, 20일 직장인이 딴 짓 하며 절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시간인 정오에 토스 사무실로 갔습니다.

집요한 질문

사무실이 위치한 역삼역 인근 아크플레이스 13층에 도착했습니다. 사무실 문이 두 개라 내부 직원과 동선이 꼬인 것 빼고는, 인터뷰 룸에 앉자 초반 촬영장비가 말썽을 일으켰던 것 빼고는 매끄럽게 일정이 진행됐습니다.

잠시 인터뷰룸에 앉아 밖을 바라보니 직원들이 보이더군요. 의외로 조용했습니다. 왠지 실리콘밸리 스타일의 왁자지껄한 분위기일 줄 알았는데 차분했습니다. 다만 맞은편 회의실에서 화이트보드에 뭔가를 적으며 열정적으로 팀원들과 이야기하는 직원은 반바지를 입고 있어서 새로웠습니다.

드디어 인터뷰 시작. 전설의 미드인 엑스파일의 멀더와 스칼렛(친절한 직원들이셨는데, 왠지 느낌 상 멀더와 스칼렛으로 통칭하겠습니다)이 인터뷰룸으로 들어왔습니다. 방음된 벽에 조용한 내부, 두 남녀 직원의 날카로운 눈빛과 의례적인 인사. 미국 캘리포니아 어딘가를 비행하다 불시착해 비밀 기지로 끌려간 외계인이 된 기분을 느끼며 어색하게 웃었습니다.

인터뷰는 제 얼굴이 나오지 않고 녹음만 되는 방식입니다. 다만 스마트폰을 꺼내서 토스 앱을 실제로 작동하는 장면이 영상으로 담겼습니다. 여기서 참 재미있는 것이, 멀더와 스칼렛은 “토스 앱을 열어서 보험 카테고리에 접속하라”는 말만 하고 저를 물끄러미 지켜만 보더군요. 그냥 이 말만 하고 저만 바라 봤습니다. ‘이건 뭐지?’라는 생각을 하며 말없이 토스앱을 열어 한 번도 접속하지 않았던 보험 카테고리를 열었습니다. 최초 서비스를 위한 가입 절차를 마무리하고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가입하며 몇 번 보안코드를 잘못 입력했는데 왜 이리 식은땀이 흐르던지. 그 때까지 멀더와 스칼렛은 저를 물끄러미 바라만 볼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지난해 취재 현장에서 깨져버린 액정이 왠지 부끄러워지며 말없이 토스 보험 카테고리를 이것저것 혼자 살펴보던 중 드디어 멀더가 입을 열었습니다. “방금 보험 세부 보장 정보에 손가락으로 클릭을 하셨는데, 이유가 뭐죠?” “네?” “방금 서비스 하단의 정보를 클릭하시던데 다른 것을 찾으셨나요?” “제가 그랬나요?” 그렇게 멀더와 스칼렛은 격리된 비밀 기지에 갇힌 외계인이 어떤 행태를 보이나 면밀히 관찰한 후 집요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 토스의 로고가 보인다. 사진=최진홍 기자

서비스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무결점주의

인터뷰가 어떻게 끝났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느 순간 저는 인터뷰를 마치고 비밀 기지를 탈출했고, 토스에서 제공한 옥수수수염차를 들고 사무실을 나가고 있더군요. 다만 이 짧은 경험을 통해 토스가 서비스를 어떻게 대하고,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얼추 알 수 있었습니다.

일단 제가 선발된 이유는 눈치챘습니다. 토스에서는 각 카테고리 별로 팀이 작동하고 있고, 해당 팀은 이번 선발을 통해 자기들에게 의미있는 데이터를 줄 수 있는 사람을 선발한 것 같습니다. 저는 토스앱을 즐겨 사용하지만 보험을 사용하지 않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토스 내부에서는 ‘앱을 사용하지만 보험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는 이용자’를 택한 것 같습니다. 물론 이와 관련된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열람하거나 그러지는 않습니다. 인터뷰 도중에도 행여나 제 개인정보가 유출될 까 저보다 더 걱정하더군요.

인터뷰 중간 느낀 날카로움과 집요한 질문에 숨겨진 진심도 인상 깊었습니다. 그냥 직원이 일을 일로만 대하는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정말 ‘정신’이 탈탈 털릴정도로 인터뷰 대상자를 집요하게 옭아(?) 맸습니다. 토스앱을 가동하며 제가 어디서 멈칫하는지, 어디에 관심을 두는지 면밀하게 관찰하고 대안을 고민하려는 자세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단순 이용자의 입장에서 즉흥적으로 생각난 감정이나 서비스에 대한 느낌을 이야기했을 때, 이와 관련된 다양한 배경설명과 앞으로의 전망을 공유하는 것도 눈길을 끕니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서비스 설계에 나서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는지도 추상적이나마 생각하고 있음이 잘 드러납니다. 이 과정에서 이용자의 의견을 경청하고, 잘못된 것은 바로 잡으며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한 진심을 숨기지 않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토스는 국내 핀테크 업계를 선도하는 스타트업이지만, 완벽하지 않습니다. 분명 실수하고 실패하며 지탄을 받아야 할 순간이 올 겁니다. 지금도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말하기에는 허점도 많습니다. 그러나 이런 자세로 서비스 개선에 대해 진심으로 나서고 고민하는 기업은 정말 오랜만에 봅니다. 물론 많은 기업들도 고객들을 대상으로 비슷한 테스트를 시도하지만, 토스 정도의 열정과 열의를 보여주는 곳은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흐름을 만드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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