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이른 바 ‘결혼식 대출’(wedding loan)이 1년 전보다 4배나 늘었다.    출처= Consumer Report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26살인 스카일러 라미레즈는 이미 주택 대출과 자동차 대출을 받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새로운 대출이 하나 더 생겼다. 바로 약혼녀의 반지를 사기 위해 새 대출을 받은 것이다.

라미레즈는 보석 매장 티파니(Tiffany & Co.)에서 약혼녀를 위해 다이아몬드 반지를 하나 골라 두었는데, 신용조회 사이트 크레디트 카르마(Credit Karma)에서 자신의 신용 점수를 확인하던 중 우연히 결혼 관련 대출 광고를 보게 되었다.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즈(Fort Myers)의 종합건설회사에서 일하는 라미레즈는 지난 발렌타인데이에 프로포즈를 했는데 이 광고를 보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저축통장이나 투자 계좌에서 돈을 빼지 않고도 그 다이아몬드 반지를 살 수 있겠는 걸”

10만 달러의 대출 승인을 받는 데에는 15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자는 약 8%였고, 상환금은 월 300달러였으므로 3년 좀 더 지나면 다 갚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결혼을 준비하기 위해 이것이 마지막 대출이 아닐 수도 있다.

이미 기록적인 수준의 빚을 지고 있는 미국인들 사이에서 결혼식 자금 조달을 위한 새로운 대출수요가 생기면서 신랑 신부를 대상으로 판매되는 새로운 개인대출산업이 떠오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온라인 대출업체들에 따르면 이른 바 ‘결혼식 대출’(wedding loan)이 1년 전보다 4배나 늘었는데, 이는 자신이 스스로 선택했든 그럴 수밖에 없었든, 자신의 결혼에 대한 비용을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 부부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프로스퍼(Prosper), 업스타트(Upstart), 어니스트 (Earnest) 같은 최근 급성장하는 금융기술회사들은 돈에 급한 젊은 부부들에게 최고 30%나 되는 높은 이자율로 결혼특별대출을 홍보하고 있다. 결혼식 전체를 위해 이 대출을 받는 사람도 있지만 종종 고가의 주문 서예작품, 과시용 장식물, 인스타그램에 나와있는 여행지로의 여행을 위한 자금을 구하려는 사람들에게 판매되는 경우도 많다.

샌프란시스코의 온라인 대출업체 어니스트의 대출상품책임자 데이비드 그린은 "이미 많은 빚을 지고 있어서 결혼하고 싶어도 결혼식을 치를 자금이 없는 사람이 많다.”면서 "이 대출은 그런 문제를 해결해 주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결혼식 대출 수요가 지난 1년 동안 4배나 증가하며 회사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사업부라고 말했다. 커플들이 빌리는 결혼식 대출 평균 금액은 1만 6000달러며, 보통 3년 이내에 다 갚는다. 금리는 약 7%에서 18%까지 다양하며 신용카드 대출보다는 대개 더 저렴하다. 이 회사의 슬로건이 ‘핀테레스트에서 보셨나요? 낮은 금리로 시도해 보세요’다(핀테레스트는 이미지 공유 플랫폼으로 집꾸미기, 요리, 여행지 등이 수 없이 올라온다).

전문가들은 이런 대출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가족들이 결혼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즉, 신부의 부모가 모든 비용을 부담할 것이라는 전통적 기대는 줄어들고, 양가 부모(조부모들까지)와 신랑 신부 당사자들까지 비용을 분담하는 추세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결혼컨설팅협회(ABC, Association of Bridal Consultants)의 데이비드 우드 회장은 "결혼하는 연령이 늦어지다 보니 결혼 비용을 부담하는 커플들이 늘고 있다”며 “늦게 결혼하기 때문에 그들의 부모는 나이가 더 많고, 은퇴 후 수입이 없어 결혼식 비용을 지불할 수단도 없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결혼식에서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을 위해 개인 대출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출처= WordPress

금융자문가들에 따르면 미국 결혼식의 평균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동시에, 미국인들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학자금 대출 부채를 가지고 있다(거의 1조 5천억 달러에 달한다). 게다가 그들의 저축은 줄고 주택, 음식, 교통과 같은 기본적 소비는 늘고 있다.

대출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신용카드사들도 이미 몇 년 전부터 결혼식 대출을 제공해 왔다. 그러나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는 20~30대들을 직접 겨냥하는 온라인 대출기관들이 늘어나면서 이런 유형의 대출이 크게 늘어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결혼식 대출 광고는 렌딩트리 (Lending Tree), 너드왈렛(NerdWallet), 렌드에듀(LendEdu) 같은 개인재무계획 상담 회사의 사이트뿐만 아니라 소셜 미디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라이트스트림(LightStream)의 온라인 광고는 ‘최저 5.74%’의 이자율을 약속한다. 업스타트는 결혼 사이트 노트(Knot)와 제휴를 맺고 이곳에서 대출 상품을 홍보한다.

그러나 뉴욕의 재무설계사 로저 마는 "금융회사들은 사람들이 돈을 빌리는 것을 편안하게 생각하게 하는데 매우 능숙해졌다"며 "결국 그들은 당신이 갖고 있지 않은 돈을 쓰기를 바랄 뿐이며, 그것은 결코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라미레즈는 플로리다 키웨스트(Key West) 여행 중 발렌타인 데이에 프로포즈를 했다(물론 그녀는 승낙했다). 이 커플은 오는 11월에 200명의 하객을 초대하는 결혼식을 계획하고 있지만, 아직 누가 어떻게 비용을 지불할지 정확히 결정하지 못했다.

"우리는 부모님과 조부모님들에게 도와줄 수 있는지 물어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에 따라 또 다른 대출을 받기 위해 대출기관을 찾을 지도 모릅니다.”

‘무일푼으로 사는 아름다운 세상’(The Broke and Beautiful Life)의 저자이자 개인재무상담가인 스테파니 오코넬은 결혼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대출을 받으려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가급적 고객들을 더 저렴한 옵션으로 유도하거나 저축을 하는 기간 동안에는 결혼 연회를 미루도록 권고한다고 말한다.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을 위해 개인 대출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돈이 많이 드는 결혼식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결혼식장 카운티 사무원에게 지불하는 것 외에 들어가는 비용은 모두 본인의 판단에 달려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