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앱 배달의민족이 쿠폰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연예인과 SNS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 1만원 할인쿠폰을 여러 장 제공한 사실이 알려졌고, 이에 일반 고객들이 반발하며 문제가 커지고 있습니다. 배달의민족은 결국 19일 공식 계정을 통해 사과했습니다.

 

이 논란은 배달의민족에 대한 일방적인 공격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책임의 소재는 명확히 배달의민족에게 있지만, 팬덤을 가진 강력한 생활밀착형 플랫폼 전략에 있어 시사하는 바도 크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충성 팬덤 양날의 칼
배달의민족 논란을 두고 일반 고객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특히 "열심히 배달의민족을 활용해도 제대로 된 할인도 없었는데, 연예인들한테 조공이나 하고 있냐"라는 비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일반 고객들이 이번 논란에 분노하는 최초의 발화점은 '팍팍한 삶'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얇아지는 지갑과 맛있는 주문음식의 괴리감을 느끼는 상황이 논란의 시작이자 전제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논리를 확장하면 흥미로운 대목이 나옵니다. 즉 배달의민족을 사랑하고 자주 사용하는 '나'를 버려두고 '유명인'에게만 특혜를 준 것에 대한 원망입니다. 이는 '배달의민족을 사랑하는데, 지금까지 혜택도 별로 없어도 사랑했는데 어떻게 이런 열성적인 나를 버려두고 유명인에게만 특혜를 줄 수 있지?'라는 감정으로 발전합니다.

배달의민족이라는 매력적인 플랫폼은 두터운 팬덤을 가지고 있습니다. 치믈리에 행사, 배민신춘문예 등에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배달의민족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배달의민족 마케팅의 저력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얇아진 지갑 사정'에도 배달의민족을 응원하고 사랑하던 일반 고객들이 점점 줄어드는 혜택에 '실망'감을 가지던 중 유명인에 대한 특혜를 알게되는 순간 분노를 느끼는 겁니다. 배신감의 일종입니다.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이런 현상은 역설적으로 배달의민족 플랫폼의 강점인 팬덤의 위력을 보여줍니다. 만약 배달의민족이 친근하고 재미있는 마케팅 포인트로 고객에게 다가서지 않았다면? 거대 대기업처럼 기계적으로 간간히 경품 행사나 했다면 절대 벌어지지 않았을 논란입니다. 배달의민족은 훌륭하게 고객 팬덤을 확보했고 이를 바탕으로 성장했으며, 이 과정에서 고객과 배달의민족은 기업과 고객 이상의 연결고리를 가지게 됐습니다. 여기서 배달의민족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배신을 한 겁니다.

이석우 대표 시절 카카오톡 논란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 카카오가 감청 논란이 벌어진 초기 수사당국에 협조한 사실이 밝혀졌고, 이를 알게된 이용자들은 대거 '탈출러시'를 보여줬습니다. 물론 내 사생활이 수사당국에 고스란히 노출된다는 우려가 컸지만, 여기에는 '믿었던 카카오에 대한 배신감'도 컸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사람들에게 카카오톡은 단순한 메신저가 아니라 내 삶을 공유하는 '친구'이자 '연인'이었기 때문입니다.

즉 카카오톡이나 배달의민족 모두 일반적인 기업 플랫폼 이상으로 고객과 정서적 교류를 이어가고 있었고, 그 연장선에서 논란이 커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팬덤 확보는 브랜딩을 통한 O2O 플랫폼의 성공방정식으로 여겨지나, 한 순간 실수하면 모든 것을 상실할 수 있는 위기와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충성 팬덤 양날의 칼입니다.

이번 논란은 모든 생활 밀착형 플랫폼에 대한 경고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O2O 플랫폼 서비스들은 이미 존재하는 사업에 온라인을 연결해 재발견하는 패턴을 가지고 있습니다. 핵심은 오프라인에 있고 업의 본질에 있어요. 즉 앱으로 일상을 대체하기 때문에 해당 서비스는 무엇보다 고객의 삶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 삶이 흔들리면 사람들은 분노합니다.

▲ 배달의민족 사과문이 보인다. 출처=갈무리

미래는?
배달의민족은 B급 정서에 입각한 마케팅 전략으로 유명합니다. 유니콘의 지위에 오를 정도로 엄청난 몸집으로 거듭났으나 이런 분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앞으로는 약간의 영점조절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세상은 진심만으로 움직이지 않으니까요. 5년이나 지속되던 유명인 마케팅이 지금 문제가 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왜? 배달의민족이 커졌기 때문에, 보는 눈이 많기 때문에.

배달의민족은 유독 상생을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이기도 합니다. 특히 점주들과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상생을 꾀합니다. 배민아카데미를 열어 별도의 교육도 진행하고 심지어 해외여행도 보내줍니다. 배민라이더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라이더들의 현실을 고려해 이에 맞는 다양한 복지 인프라도 구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일반 고객을 위한 상생도 포함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제일 중요한 대목이기도 합니다. 배달의민족은 최근까지 '메뉴'별 대규모 할인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으니 고객을 위한 상생도 충분하게 시도했다고 말할 수 있으나, 살짝 부족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번 논란으로 배달의민족이 흔들리거나, 무너질 가능성은 낮습니다. 이미 매력적인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 활동하며 팬덤층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논란 자체가 팬덤의 존재에 기인하지만 지금까지 축적된 지지자들이 우루루 몰려나갈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번 일로 중요한 교훈을 하나 얻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람들은 배달의민족을 단순한 기업, 서비스로 보지 않는다는 것을요. 대단하면서도 위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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