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한국경제를 살릴 ‘구원투수’로 ‘추경’이 떠오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정부가 정부채무비율을 GDP 대비 40% 안팎에서 관리하는 근거가 무엇이냐”며 관계 장관들에게 반문하며 경기 부양을 위한 적극적인 재정 확대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이러한 문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기획재정부가 편성하기로 한 올해 예상 ‘추경’은 약 9조원 수준으로 이번 ‘추경’이 현실화 될 경우 우리나라는 2015년 이후 한 해도 빠짐없이 매년 ‘추경’을 편성하는 셈이 된다. 사실 재정확대정책은 기준금리 인하 등 통화완화정책과 더불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유용한 수단이다. 특히 최근 미중 무역분쟁 등 세계경제의 발목을 잡는 악재들이 즐비한 상황에서는 이만큼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단방약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는 분명 함정이 존재한다.

우선 우리 정부가 정부채무비율의 기준으로 삼는 GDP 대비 40%는 중앙 및 지방정부의 채무만을 의미하는 가장 좁은 의미의 정부채무로 여기에 국민연금공단, 건강보험공단 등 비영리공공기관의 부채를 포함하면 이미 40%를 넘고, 한국전력, LH 등 비금융공기업 부채까지 포함하면 60%에 육박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지난해 기준 OECD 회원국들 중 우리나라가 GDP 대비 가계 부채 증가 속도가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10년 전 미국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발생한 가계부채가 수습과정에서 종국적으로는 정부부채로 귀속된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우리나라에도 이와 유사한 위기가 발생할 경우 현재의 정부재정으로는 이를 감당할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이에 더하여 정부 예상을 완전히 벗어나고 있는 고령화·저출산 추세와 통일에 따른 잠재적 재정위기 상황까지 고려한다면 정부재정의 위기는 이미 봉착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2012년 미국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800년대 이후 정부부채가 ‘GDP 대비 90%’를 넘었던 26차례의 경우를 분석한 결과 경제위기 상황이 최소 23년 이상 지속되었고, GDP성장률이 매년 예상치의 1.2%이상 감소하며, 부채를 갚을 즈음에는 실질 GDP 성장률이 당초 기대차보다 평균 25% 이상 하락하는 등의 공통점이 발견됐다고 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2030년 이전에 우리나라 정부 부채가 ‘GDP대비 100%’를 넘어갈 것으로 예상하는데, 그렇다면 이제 정부는 지금 당장 경기가 살아나고 있지 않음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정부채무가 감당할 수 없이 늘어나고 있음을 걱정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정부는 균형 재정에 연연할 필요 없이 필요하다면 필요한 만큼의 돈을 더 발행해도 그 만큼의 세금을 민간으로부터 더 거둬들이면 된다’는 현대화폐이론(Modern Monetary Theory)으로 무제한적인 재정확대를 옹호하는 견해를 펴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적잖은 반론이 제기되고 있으며, 무엇보다 그것은 아직 단 한 번도 현실에서 검증된 바 없는 이론일 뿐이다. 결국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가계도, 기업도 허리띠를 졸라매듯 정부 역시 후손을 위해 미래성장 동력으로서의 재정여력을 남겨두어야 한다. 유산을 남겨도 모자랄 판에 빚만 남겨서는 안 될 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