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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진 칼럼 : CEO만 보세요] “당신은 연결되어 있습니까?”
   

“난 내 할 일 다했는데…..”

이 말을 참 많이도 들었다. 어렸을 때 부모님 심부름에서 형은 동생 핑계를 참 많이도 댔다. 학교에서 반 전체가 벌 받을 때 화 난 몇몇이 다른 아이들에게 늘 손가락질 했다. 군대에서 작업을 일찍 마친 선임 병들은 늦어지는 후임 병들에게 욕지거리 하기 일쑤였다. 회사 프로젝트에서 책임량을 완수한 김과장은 기한 내에 마무리 못한 박대리를 늘 탓했다. 불량이 쏟아진 생산 현장에서 사람들은 불량을 걸러내지 못한 다른 라인 때문이라며 한숨 쉰다.

공통점은 한결 같다. 문제가 생긴 것이 ‘내가 아닌 남 탓’이다. 군대에서 유격훈련을 받아본 사람들은 다 안다. 정말 힘든 것은 잘 못하는 한 두 명 때문에 전체가 힘들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줄을 잘 서야 된다. 교관들이 원하는 전체가 단합된 모습이 나올 때까지 피가 나고 알이 배긴다. 전쟁 터지면 싸움 잘 하는 몇몇만으로 승리를 보장할 수 없다. 그래서 육체적으로 한계 상황 속에서도 힘든 동작을 수백 번씩 반복하게 된다. 자연히 여기저기서 짜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실수하는 몇몇을 향한 독설이다.

해병대교육을 딱 한번 받아봤는데, 절정은 85킬로그램의 보트를 머리에 이고 훈련 받는 것이었다. 머리 가죽이 벗겨질 듯하고, 목뼈가 돌아갈 것 같고, 발 끝까지 온통 짓눌린 상황에서, 앉은 채로 이동하고 밥도 먹어야 했다. 하필 같은 훈련 기수에 회사 사장이 끼어있었다. 선착순이다 뭐다 정신 없이 뛰다 보니 키 작은 사장과 한 조가 됐다. 하지만 지옥 같은 그 시간이 끝나고선 사장과 한 조였던 것이 다행이란 것을 알게 됐다. 사장이 한 조가 되었기에 조원들 그 누구도 몸 사릴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른 조에서는 하는 척만 하면서 힘을 주지 않는 몇몇이 꼭 섞여 있었다.

 

똑똑한 한 명 때문에 조직응집력이 생기진 않아

2019년 여름이 다가오는 즈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어느 것 하나 안정적으로 굴러가는 게 없어 보인다. 딱 한 가지, 국내외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며 열심히 뛰고 있는 스포츠 스타들의 선전이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눈에 띄는 한 가지가 더 있었다. 스페인 명문 축구 클럽 발렌시아에서 뛰고 있는, 이제 겨우 18세인 이강인 선수다. FIFA 20세 이하 폴란드 월드컵에서 맹활약을 펼쳐 골든볼의 주인공이 되었는데, 대표팀 막내지만 ‘막내 형’이라 불린단다.

시합 전후 운동장 안팎에서 보여지는 이강인 선수의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다. 어떠한 조직이라 하더라도 조직 내에서 인정 받는 누군가가 구성원들을 다독이며 하나로 모은다면, 그 조직은 발전하게 되어 있다. 한 사람의 관심이 호응으로 돌아오면서 조직을 하나로 뭉치게 한다. 조명 받는 스타 플레이어의 조언이 아니다. 사소해 보이는 말과 행동 같지만, 팀을 하나로 뭉치는 상승 작용을 동반한다. 그런 팀에서는 서로가 에너지를 주고 받는다.

냉정한 승부의 프로 세계에서 류현진 같은 승부사의 승리, 추신수 같은 화끈한 공격력, 손흥민 같은 골 결정력 등이 환호 받는다. 하지만 실제 프로 배구단을 운영해본 경험에 의하면, 애착 가는 선수는 경기장 안팎에서 파이팅 넘치는 선수다. 팀 플레이를 하게 하고, 팀 에너지를 끌어 올린다. 그런 선수들은 시합이 끝나면 늘 목이 쉬어 있다. 득점을 많이 올리거나 허슬 플레이로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며 TV 화면에 많이 등장한 선수들이 당연히 주목을 받겠지만, 가장 대견해 보였던 선수는 지친 순간에도 남보다 한 발 더 움직이고, 동료에게 힘을 불어넣는 ‘파이팅’을 끊임없이 외치는 선수다. 그런 보배 같은 선수들이 많은 팀은 물어볼 필요도 없이 강팀이고 좋은 팀이다.

많은 CEO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다. 시들해진 조직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방법을 조직 밖에서 찾는 것이다. 걸출한 한 사람이 수혈되면 조직이 금방 생기를 되찾고, 조직이 활기를 띠게 변하리라 생각한다. 실제론 그럴 때마다 조직 분위기는 바뀌는 듯 하다가도 전보다 더 나빠지기 일쑤였다.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에서 대니얼 코일은 ‘사람들을 하나로 응집시키는 힘은 어느 한 사람이 똑똑하다고 해서 생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서로 이어져 있다는 신호가 구성원들 사이에서 꾸준히 샘솟을 때에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쉑쉑버거로 알려진 쉐이크쉑 그 전에 이미 여러 미슐랭 레스토랑의 CEO로 유명한 대니 마이어의 일화가 기억에 남는다. 마침 마이어가 손님과 함께 어느 식당에서 식사 중이었는데, 웨이터가 실수로 쟁반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유리잔 몇 개가 깨졌다. 마이어는 대화를 멈추고 주변 상황을 조심스럽게 지켜봤다. 상황이 정리되고 손님이 마이어에게 왜 그렇게 상황을 세심하게 관찰했는지를 물었다. “일이 벌어진 다음에 나타나는 분위기입니다. 직원들의 에너지가 다시 차오르는지를 보는 것입니다”라고 했다.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조직이라면 이런 때 모두가 도와가며 상황을 해결한다. 문제를 잘 해결한 뒤에 직원들의 에너지는 더욱 올라간다. 마치 잘 나가는 축구팀이 공격 빌드업 중에 실수로 공을 뺏겼어도 순간적인 조직력으로 상대 선수를 압박해 공을 되찾아 역습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서와 같이 ‘그 웨이터 잘못이지 나와는 상관없어. 난 내 일만 할거야’라고 생각하거나, ‘왜 실수를 해서 분위기를 망치느냐?’며 화난 감정으로 대하는 조직이라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동료의 실수에 무관심하거나 화를 냈다면, 여기에는 분명 더 깊은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 모습이 낯설지 않다. 우리가 일하는 곳곳의 모습 아닐까? 동료의 실수에 아량을 베푸는 것이기라도 한 것처럼 우리는 외면하는 방법을 택한다. 아는 척하는 것이 되레 미안한 감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최상이라고 생각한다. 공격하다가 실수로 공을 뺏겼다. 뺏긴 사람이 미안해 할까 봐 외면하고 그냥 상대 골문까지 한번 뛰어가보는 게 답일까?

 

서로를 보살피는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일에는 병목구간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생산라인이나 사업계획 같은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누구는 일을 제대로 쳐내지 못해 진땀 흘리고 있는데도 그 앞에서는 계속 부품을 흘려 보낸다. 그게 그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병목구간 그 다음 순서에 있는 작업자는 부품이 오지 않으니 하는 일 없이 시간만 보낸다. 그의 일은 앞에서 흘러온 부품을 조립하는 것이라, 앞에서 부품이 오질 않으니 마냥 기다리기만 한다. 흔하디 흔한 우리 모습이 아닐까?

얼마 전 버스 운전기사로 보이는 등산객들의 얘기를 우연히 듣게 됐다. 배차 간격에 대해 울분을 토했다. 툭하면 막히기 일쑤인 서울 교통상황 때문에 앞 차와 간격이 벌어진 버스는 생고생 해야 하고, 바로 그 뒤에 가는 버스는 거저먹는다는 내용이었다. 짜증난 승객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어 정류장마다 지체된다. 벌어진 앞 차와의 간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달려야 하는데, 버스는 붐비고 화난 승객들에게도 시달려야 한다. 하지만 바로 그 뒤를 바짝 따라 가는 버스는 태우는 승객도 거의 없이 널널하게 다니면 된다. 똑같은 월급에 어떤 차는 죽어라 고생하고 욕까지 듣지만, 뒷 차는 신선놀음이다. 일부러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5분 앞과 뒤는 천당과 지옥만큼 차이가 난다. 운이 좋거나 나빠서가 아니다. 서로 보살피지 않아서 벌어진 상황이다.

예전에 우리나라 축구가 잘 하던 것이 있었다. ‘뻥’ 축구였다. 강팀을 만나면 동료 선수들이 어떻게 포진했고 공격을 어떻게 전개할 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내 앞에 공이 있을 때만 상대팀에게 뺏기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그래서 차라리 공이 오지 않기를 빌었고, 공이 오면 얼른 차 버려야 했다. 가급적 최대한 멀리 차 버려야 했다. 그래서 뻥뻥 질렀다. 팀웍이니 조직력이니 하는 것들은 유럽이나 남미의 잘 나가는 팀들의 소유물이었다. 그래서 축구 변방 한국팀에선 볼 키핑하는 시간보단 내지르고 달려가기에만 급급했다. 그라운드 위에 11명이나 있어도 섬처럼 고립되어 연결되지 못했고, 몇 배로 힘들게 뛰어야 했다. 종이 호랑이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이젠 공간을 읽어가며 세밀한 패스를 주고 받는 수준이다. 서로 믿고 플레이하고 있다는 것이 보인다. 사실 옛날에도 우리 선수들 수준은 지금보다 많이 떨어졌던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이라면 더 유기적인 플레이다. 서로 믿음을 가지고 연결된 플레이를 하는 것이다. 무거운 보트를 함께 이고 있는 상황에서 슬며시 힘 빼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그렇게 우리는 수준을 높였다. 기업이라는 조직도 이젠 달라져야 한다. 단지 내 앞에 있는 부품을 다음 단계로 넘기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거짓말하지 않고 회사를 구하는 방법’에서 나는 ‘커뮤니케이션이 힘든 조직일수록 상호간의 신뢰가 약하다’고 썼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불량은 망가진 시스템의 증거’라고도 했다.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으며, 에너지가 차 오르기는커녕 무관심과 외면으로 자기 일에만 몰두하는 것은 결코 일을 잘 하는 것이 아니다. 포장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고 해서 불량품을 잘 포장했다고 자기 일 완수한 게 될 수는 없다.

구동진 칼럼니스트·홍보인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9.06.26  15:3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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