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코노믹리뷰 박지현 기자]


조한익(68) 한국건강관리협회 회장은 국내 임상병리학 분야의 권위자로 손꼽힌다. 조 회장은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의학과 평생을 함께하며 우리나라 진단검사의학, 혈액학, 수혈의학 및 의료정보학 발전에 크게 공헌해 왔다. 지금은 한국건강관리협회(이하 건협)를 이끌며 ‘국민건강지킴이’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의료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환자와 의사의 만남’이라는 그의 모토는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어려운 이웃과 늘 함께하는 기관으로 건협의 이미지를 끌어올렸다. 조 회장이 건강생활을 습관화하도록 저렴한 비용으로 최신식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객 중심 공익의료기관로서의 사명을 갖고 협회를 이끌어온 지 올해로 2년째다. 앞으로도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달려나갈 조 회장을 만나 건협의 대국민 건강 증진 플랜을 들어봤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인데 그간 건협이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일을 소개해달라.
“고객 중심의 의료서비스를 실천하고자 2011년에도 참 열심히 달려왔다. 먼저 지난 7월 서울 강남권역을 중심으로 한 지역민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송파구에 서울강남지부 건강검진센터를 개원했다.

체질량지수, 허리둘레 등 6가지 항목과 정상범위 수치를 표기한 ‘메디체크 건강관리카드’.

이로써 전국 주요 시·도에 16개 검진센터를 두게 됐다. 국민들이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건강검진을 보다 가까운 곳에서 쉽고 편하게 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 것이다. 근거 중심 맞춤 건강증진 서비스인 ‘메디체크’ 실시도 빼놓을 수 없다. 160여명 의료진을 포함한 2000여명의 전문 인력을 갖춘 것은 물론 MRI(자기공명영상진단), 128채널 MDCT(전산화단층촬영기), PET-CT(양전자방출단층촬영기), 프리미엄급 초음파기 등 최신 정밀 검진 장비를 도입해 건강검진의 신뢰성을 한층 높였다.”

‘메디체크’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한마디로 근거 중심의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의 건강 상태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체크하는 건강검진 서비스다. 협회의 BI(Brand Identity)이기도 한데 나이, 가족력, 과거 병력,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한 전문가와의 상담으로 본인에게 적합한 맞춤형 건강검진을 제공하는 것이다. 만약 질병이 발견되면 서울대학교병원 등 협약진료기관인 전국 400여개 병원으로 치료를 연계해 준다.”

근거 중심의 건강검진이라는 용어를 알기쉽게 설명한다면…
“과학적 임상연구를 통해 얻은 근거를 토대로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하면 이해가 쉽겠다. 건강검진에 사용되는 검사항목 선정, 검사 결과 판단의 기준 등을 우리나라 의학계에서 연구되고 산출된 근거(증거)에 의해 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증거를 기반으로 질병 증상이 없는 일반인 가운데 현재 질병을 가진 환자는 아니지만 위험 요인을 가지고 있어 향후 질병으로 발전될 소지가 있는 경계인을 확인하게 된다. 협회는 내원 고객 약 140만명의 건강검진 결과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정상인과 위험인자를 가진 경계인, 질병을 가진 환자로 감별 진단하는 범위를 설정하고 이를 근거로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

한국건강관리협회가 대국민 건강의식 환기를 위해 참여한 ‘나눔문화대축제’ 현장.


맞춤형 건강검진에 대한 수요가 점점 커지고 있는데.
“사전 상담을 강화해 개개인에 적합한 맞춤형 건강검진을 하는데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여기에 평생 고객 관리를 할 수 있는 건강생활실천 상담을 진행하고 질병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다양한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특히 의료 소외 계층에 대한 의료 봉사 외에 모든 직원들과 건협사랑어머니봉사단이 전개한 ‘사랑의 끈’ 전국 릴레이 자원봉사를 꼽을 수 있다. 직원들의 정성을 모은 성금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뜻 깊게 사용됐다. 국내외 긴급 구호 지원과 저소득층 후원금으로 3억원을 지원했으니…. 전 직원이 마음을 합해 건강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이란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사회공헌 활동에 큰 열정을 보이는 대목이 인상깊게 다가온다. 올해 어떤 활동을 폈는지 궁금하다.
“올해는 총 5억원의 예산을 어려운 이웃을 위한 사회공헌 사업에 지원했다. 또 전국 16개 건강검진센터를 통해 저소득층과 기초생활수급권자, 국가유공자 및 장애인, 저소득층 등 경제적·환경적 여건으로 건강을 돌보지 못하는 14만5000여명에게 42억원 가량의 건강검진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했다. 이와 같은 무료 건강검진 외에도 협회의 모든 직원이 매달 사회봉사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전국 630여명의 건협사랑어머니봉사단이 대표적이다. 사회복지시설 자원봉사, 자연정화 활동, 헌혈캠페인 등을 100회 넘게 해오고 있다.

지난해 5월4일 열린 보건복지부 주최 ‘건강박람회 2010’의 테이프커팅 모습.


북한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에도 건강증진 사업을 펼친다고 들었는데 좀 성과가 있는가.
“북한 어린이와 주민에게는 기생충 관리를 통한 건강 증진 차원에서 구충약품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과 라오스 기생충 관리사업, 캄보디아 건강 증진 사업도 그 일환이다. 아프리카 수단의 경우 2009년부터 주혈흡충 퇴치사업을 벌이고 있다. 주혈흡충증은 오염된 강물을 먹거나 강에서 수영, 목욕, 빨래 등을 하는 동안 기생충 유충이 피부를 뚫고 인체에 기생해 생기는 수인성 질병이다. 말라리아 다음으로 수단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아주 치명적인 풍토병이다.

구충약품을 써도 잠시일뿐 물을 마시면 또다시 주혈흡충에 감염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외교통상부의 국제빈곤퇴치기여금을 지원받아 지난해 12월 식수용 정수시설을 현지에 무상으로 건립했다. 정수시설 덕분에 주민 감염률을 80%에서 50%대로 낮췄다. 몽골 학생 건강증진 사업도 7년째다. 소변 검사를 통한 신장질환 진단, 학교 보건 관계자 교육 등을 포함한 보건계몽 교육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세계보건기구(WHO) 건강증진병원(HPH) 회원에 가입한 것이 그런 노력의 덕분인가.
“꼭 그 이유때문은 아니겠지만 국내 건강검진 전문기관으로는 최초여서 매우 경사스러운 일이었다. 세계보건기구 건강증진병원은 1986년 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한 오타와헌장을 기초로 해 건강 증진과 관련한 병원의 모든 시스템과 절차를 점검받아 자격이 부여된다. 가입된 병원은 건강 증진을 위한 교육과 환경 개선, 다양한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한국건강관리협회가 지난 9월 ‘내일을 여는 멋진 여성’과 여성 장애인 건강관리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국가별로 표준화된 보건 기준에 맞는 건강 증진 사업을 하는 것이라 보면 된다. 이에 맞춰 협회도 지역사회 주민과 직원을 위한 근거 중심의 건강증진 서비스 제공은 물론 국민 개개인이 올바른 건강 생활을 습관화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데 힘쓰고 있다. 세계 표준의 가이드라인을 따르면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까지 구석구석 아우를 수 있고 국제적인 공신력까지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내년에는 어떤 사업들을 중점적으로 전개할 계획인가.
“올 한해 국민 건강증진을 위해 실행해온 노력들을 계속 이어 2012년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 질병 예방을 위한 보건교육 사업, 질병의 조기발견을 위한 건강검진 사업,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사회공헌 사업들이 그렇다. 특히 비만과의 전쟁을 벌일 계획이다. 여성건강 관리, 외국인 대상 건강검진도 강화한다.

내부적으로는 효율적 통합정보시스템 구축과 건강검진 및 건강 증진 사업 발전을 위한 연구 평가 사업 그리고 건강검진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직원들의 자기계발과 교육에 역점을 두려 한다. 한층 수준 높은 건강검진기관이 되리라 기대한다. 지부 신설은 구상 중이다. 우선 제주지부 구청사 건물을 협회 제주연수원으로 새롭게 완공해 직원들은 물론 필요로 하는 기관 및 단체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

주력할 국민건강증진 사업으로 비만 예방을 특별히 선정한 이유가 있는가.
“여러 생활습관병 중 건강을 악화시키는 가장 심각한 병이 바로 비만이다. 비만이 왜 그토록 위험하겠나. 바로 합병증 때문이다. 비만으로 인해 당뇨병과 고지혈증이 생길 가능성이 커지고 성 기능 장애, 관절염, 심혈관계 질환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유방암 예후가 나쁜 것도 비만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비만 예방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또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다이어트는 이제 국민적인 관심사가 아닌가. 나도 뱃살 빼는 게 너무 어렵다.(웃음) 비만에 초점을 맞춰 국민건강증진 사업을 전개한다면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일환으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것이 있는가.
“건강관리 방법을 단순화시킬 생각이다. 체질량지수, 허리둘레, 혈압, LDL-콜레스테롤(나쁜 지단백), 당화혈색소(혈당과 결합된 혈색소), ALT 등 6가지만 머릿속에 외워두면 효과적인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말이다. 과학적으로 내 몸에 어떤 나쁜 성분이 있고 수치가 어떻게 되는지를 기억하게 하는 건데, 이를 위해 앞서 언급한 6가지 항목과 정상범위 수치를 표기한 ‘메디체크 건강관리카드’를 만들었다. 협회 건강증진센터에서 발급하는 카드다. 비만의 경우 체질량지수와 허리둘레가 특히 관련이 있다.

체질량지수는 과체중과 비만의 지표가 되고 허리둘레는 복부비만 정도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이 메디체크 건강관리카드를 통해 비만 예방에 집중할 계획이다. 무병장수(無病長壽)보다는 유일병(有一病)장수가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병에 걸리지 않고 장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병에 걸려도 오래 사는 경우가 있다. 그 질환이 치명적이지 않는 한, 사람은 매사에 조심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병 하나 정도는 있어야 오히려 더 건강에 신경을 쓰게 되고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장수를 누리게 된다는 얘기다.”

건강관리협회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특히 건강해 보이신다. 건강하지 않으면 그 자리 내놓으셔야 할텐데 본인의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고 계신가.
“맞다.(웃음) 특별한 게 있다기 보다는 등산이 내 건강 지킴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매주 1회 지인들과 서울 불광동에 모여 북한산 자락을 3시간 코스로 탄다. 회비는 1만원 수준이다. 등산은 전신 근육과 호흡기관·심혈관기관을 단련시키는 효과가 있다. 스트레스 해소에도 참 좋은 운동이어서 직원들과 산악회를 가입해 전국의 유명한 산들을 다니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제주도 한라산 정상을 올랐다.”

'2012년 건강한 시작을 위하여' 국민에게 당부하실 말씀이 있다면.
“새해에는 국민 모두가 스스로 건강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건강생활을 습관화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면 한다. 건강한 생활습관으로는 금연, 영양, 운동, 절주, 비만 관리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최근 생활습관병이 부쩍 늘어나면서 개인의 건강 상태에 맞춘 생활 실천계획이 더 중요해졌다. 만약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고 올바른 건강생활을 실천하는 게 어렵다면 언제든지 한국건강관리협회를 찾아 달라. 50여년의 건강 증진 경험, 160명 의료진을 포함한 2000여명 전문 인력의 최첨단 장비를 통한 정확한 진단으로 철저한 사후관리까지 옆에서 적극 지원하겠다.”

정리=전희진 기자 hsm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