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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의 미래전망] 미국·이란 반목으로 고조되는 중동 위기감
   
 

이란 정부의 핵 합의 일부 조항 위반 발표

지난 17일 이란이 드디어 루비콘 강을 건넜다. 이란 원자력청이 이란 핵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심지어 일부 조항은 이미 위반했다고 발표했다. 이란 사태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진입해 들어갈 듯하다.

이란은 화가 날 법도 하다. 오바마 대통령 집권 종반부였던 2017년 7월 14일 이란 핵문제 해결을 위한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 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에 최종 합의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이를 파기한 것이다.

당시 합의는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만 이루어진 게 아니었다. P5+1이라고 해서, 미국 외에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이 공동으로 이란의 핵 활동 제제에 합의했었다. 그러니 이란 쪽에서는 “대통령이 바뀌었으니, 핵합의도 다시 하자는 뜻인가?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나?” 따지고 싶을 수 있다. 그래서 이란은 “미국이 먼저 핵합의에 돌아와라”고 요구해온 것이다. 어쨌든 그런 갈등 속에 결국 이란도 선을 넘었다.

지난 17일 베흐루즈 카말반디 이란 원자력청 대변인은 “이란은 저농축 우라늄의 농축 속도를 4배 늘렸으며 27일이 되면 저농축(3.67%) 우라늄의 저장한도 300kg을 넘기게 된다”고 밝혔다. 핵합의에 따라 이란은 핵물질의 저장한도를 2031년까지 준수해야 하는데, 10일 이내에 한도를 넘어선다고 공표한 것이다.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지만, ‘홧김에 서방질한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이란의 핵합의 파기 이후 전개 가능한 상황

베흐루즈 카말반디 이란 원자력청 대변인은 “우라늄 농축 비율을 현재 허용 비율인 3.67%에서 5~20%로 늘릴 수 있다”고도 말했다. 20%의 농축 우라늄은 무기 급에는 미치지 못한다. 핵무기 생산을 위해서는 90%의 고농축 우라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흐루즈 카말반디 이란 원자력청 대변인은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핵합의에 따라 핵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하지 못하도록 설계를 변경 중인 아라크 중수로도 유럽의 협조 여부에 따라 이전 설계로 돌아갈 수 있다고 이란은 경고한 것이다. 쉽게 말해서, 이란은 다시 핵 개발을 할 수도 있다고 아예 만천하에 공표해버린 것이다.

물론 이란이 핵 개발에 나서도 당장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 핵 개발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중수로 설계 변경이 이루어져야 되기 때문이다. 이란 핵문제 해결을 위한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에 따르면, 이란의 중수로 설계 변경은 중국이 담당하고 관련 부품과 설비는 유럽 서명국(영국, 프랑스, 독일)이 공급하게 되어 있다.

물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란이 스스로 독자적으로 중수로 설계를 변경하고 관련 부품과 설비를 조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것은 대놓고 미국에 대해 선전포고를 하는 일이 될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을 초래한다.

그러므로 이란의 핵 개발 선언은 선언적 의미만 지닐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이란이 미국에 대해 반발하는 것은 이란을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시킨 미국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미국은 이란에 대해서 행정명령, 금융과 석유차단 조치를 취한 상태이다.

   
▲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6월 13일(현지시간) 워싱턴 미 국무부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뉴시스

이란의 외국 유조선 피습 가능성 제기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고조되던 지난 13일 호르무즈 해협 인근 오만 해상에서 대형 유조선 2척이 공격받았다. AFP통신과 일본 NHK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13일 오전 오만 해상에서 노르웨이 선사 프론트라인의 프론트 알타이르호(마셜제도 선적)와 일본 선사 고쿠카(國華)산업이 임대해 운영하던 고쿠카 커레이저스호(파나마 선적)가 피격됐다. 이로 인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4.5% 급등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3번의 폭발이 발생한 프론트 알타이르호가 화염에 휩싸이자 선원 23명 모두가 긴급 탈출했고, 이들은 한국 현대상선 소속 현대두바이호의 도움으로 전원 구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쿠카 커레이저스호 선원 21명도 마찬가지다. 피습 직후 배를 포기하고 대피했고, 결국 2척 선원 44명은 모두 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발생 직후 미국과 이란은 서로를 사건 배후로 지목했다. 우선 미국의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워싱턴 국무부에서 브리핑을 열었다. 그리고 “이란이 이번 공격에 책임이 있다는 게 미국의 평가”라고 밝혔다. 이란 외에 누가 공격을 하겠냐는 것이었다.

반면 이란은 이번 유조선 공격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작이라고 주장하며 ‘이란 배후설’을 일축했다.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언 이란 의회 외교위원회 특별고문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의 CIA와 이스라엘 모사드가 페르시아만과 오만해를 통한 원유 수출을 불안케 하는 주요 용의자”라고 주장하며, “사우디, UAE, 바레인의 어리석음도 중동에서 폭력의 불꽃을 부채질한다”고 지적했다. 이란의 주장대로라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에 대한 명분을 쌓기 위해 ‘자작극’을 벌였다는 이야기였다

이제 치킨게임(game of chicken)이 되었다. 여기에서 치킨이란 ‘겁쟁이’를 뜻한다. 정면충돌을 목표로 양쪽에서 돌진하는 상황에서, 먼저 겁을 내서 물러나는 쪽이 지게 되는 것이다. 치킨게임의 결과는 둘 다 죽거나, 한쪽이 피하거나다.

일부 언론은 이란과 합의한 P5, 즉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의 중재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런데 P5의 중재 가능성도 쉽지 않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중국이 나설 상황도 아니고 러시아 역시 굳이 미국과 대립하면서 이란 편을 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유럽 국가들이 그나마 자유로운 상황인데 영국, 프랑스, 독일이라고 딱히 묘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란이 핵합의 불이행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란의 선택 vs 미국의 결단

이제까지 상황은 이란에 다소 유리했다. 일본, 독일 등 미국의 일부 동맹국조차 이란이 유조선 피습사건의 배후라는 미국 주장에 선뜻 동조하지 않고 있는 이유였다. 사건이 발생한 13일은 중재자를 자임한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이란을 방문한 날이었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그날, 이란이 그런 무모한 만행을 저질렀을 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일본조차 미국에 대해서 증거를 대라며 이란 편을 들었다.

그런데 사건 발생 나흘 뒤인 17일 미국 국방부가 중동 오만 만에서 피격당한 유조선 2척 중 하나인 일본 해운사 고쿠카 코레이저스 호의 피해 상황을 담은 사진을 추가로 공개했다. 미국 해군 MH-60R 헬리콥터로 촬영한 것으로 알려진 사진 속에는 고쿠카 코레이저스호에 부착됐던 폭탄의 자석 부품 등 잔여물과 이를 제거한 이란혁명수비대(IRGC) 대원들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작업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미국 국방부는 “영상 증거와 폭발하지 않은 선체 부착 폭탄을 신속히 제거하는 데 필요한 숙련도, 자원에 근거할 때 이번 공격은 이란의 소행”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란 사태의 본질은 미국이 핵합의 탈퇴가 아니라 이란의 핵무기 개발 여부이다. 미국이 핵합의를 탈퇴했더라도,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았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다. 미국이 핵합의를 탈퇴했다고 이란이 핵합의를 위반한 것은 위험한 선택이다.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이 추가 공개한 사진 속 인물들이 이란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히는 것뿐이다. 미국이 오만 만에 병력 1000명을 추가 파병한 상황이니, 이란이 계속 미국을 압박하는 것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진 속 인물들이 이란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세계 여론은 순식간에 차갑게 돌변할 것이다.

이란 사태 처리 방식을 주목해야 할 이유는 북핵 문제 해결의 시금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중동과 한반도에서 동시에 승리하겠다는 윈윈(Win-Win) 전략은 미국의 일관된 국방정책이다. 미국이 이란에 군사 대응을 한다면 그 방식은 북한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이란 공습과 함께 미중 무역전쟁부터 북한 문제까지 예측은 불가능해진다.

이성민 미래전략가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9.06.19  10: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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