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페이스북이 18일 리브라 프로젝트를 공개하며 암호화폐 시장 진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별도의 지갑이 없어도 디지털 자산을 각 개인이 편리하고 빠르게 거래할 수 있는 탈 중앙형 플랫폼을 지향하며, 이를 통해 페이스북 중심의 새로운 금융 체제를 수립하려는 야심이 엿보인다.

13억명이 사용하는 페이스북의 강력한 플랫폼을 통해 최근 커뮤니티 전략의 변화에 맞춰 생활밀착형 금융 전략을 구사하는 분위기다. 그 수단으로 암호화폐라는 자체 기축통화라는 카드를 꺼내 눈길을 끈다. 업계에서는 안정성을 담보한 리브라의 전략에 집중하는 한편, 금융 생태계까지 삼키는 거대 플랫폼의 등장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프로젝트 리브라의 파트너들이 보인다. 출처=페이스북

파트너 확보...몸 키운다

페이스북은 리브라 프로젝트를 위해 전담 자회사 칼리브라를 설립한다. 이 외에 별도의 컨소시엄인 리브라협회를 꾸리고 있으며, 페이스북에 따르면 페이팔 및 비자카드 등 28개 회사가 참여를 선언했다. 결제는 비자카드와 페이팔, 기술은 우버와 리프트 및 스포티파이, 통신은 보다폰 등 각 영역이 나눠져 있다. 협회는 스위스에 위치하며 연말 100개 업체 참여가 목적이다.

페이스북의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페이스북이 왓츠앱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일찍부터 암호화폐 프로젝트에 집중했던 데이비드 마커스가 페이스북 내부에 50명 수준으로 구성된 팀을 이끌며 리브라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마커스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페이팔 회장을 역임한 인사다.

리브라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것은 편리한 금융 서비스의 등장이다. 페이스북은 백서를 통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금융에 대한 편리한 접근성, 나아가 개방성을 제공한다”면서 “우리는 각 개인이 편리하고 직관적으로 금융 서비스를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디지털 자산 리브라는 고정 환율을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비트코인처럼 가치가 크게 출렁이는 일은 없다는 설명이다. 스테이블코인 방식을 따르며 현실경제와 최소한의 접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탈 중앙화 플랫폼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투명한 금융 플랫폼을 구축하고, 페이스북이 이를 바탕으로 기존 플랫폼에 덧대어 간편하고 빠른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리브라 프로젝트의 핵심이라는 평가다.

▲ A마크 저커버그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갈무리

리브라 프로젝트, 무엇을 원하나

페이스북은 아퀼라 프로젝트를 통해 드론을 중심으로 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하려고 시도했으며, 페이스북 라이트를 통해 인터넷 상황이 열악한 지역에 자사 플랫폼을 제공하려 노력한 바 있다. 이러한 노력은 페이스북을 ICT 서비스가 아닌, 일종의 운영체제로 구축하려는 야망의 일부다. 아직 인터넷 산업이 뿌리를 내리지 못한 지역을 중심으로 페이스북이 곧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처럼 작동하는 것을 원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략은 아마존이 인공지능 알렉사를 스피커 외 광범위한 기기에 탑재하며 ‘알렉사=운영체제’ 공식을 완성하려고 활동하는 등, 현재 많은 기술 기업들의 트렌드기도 하다.

페이스북의 리브라 프로젝트는 이러한 트렌드의 연장선에 있다. 다만 방식에 있어서는 다소 생활밀착형 플랫폼을 지향한다. 페이스북의 아퀼라 및 라이트는 물론 아마존의 알렉사 전략이 ‘자사 서비스의 모든 서비스 관문화’를 꾀한다면, 리브라 프로젝트의 전제는 ‘개인에 특화된 서비스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리브라 프로젝트가 금융 거래의 혁신을 추구하며 암호화폐를 중심으로 ‘편리한 금융 서비스’를 지향하는 장면이 중요한 이유다. 즉 리브라 프로젝트는 철저히 생활밀착형, 개인 플랫폼을 지향하며 이를 가능하도록 만들기 위해 암호화폐라는 독자적인 카드를 빼 들었다.

최근 페이스북의 변화와도 일맥상통한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는 지난 3월 6일블로그를 통해 페이스북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며 소위 ‘광장 포기 선언’을 했다. 사생활 침해 논란 등 다양한 악재가 쏟아지는 가운데 메신저 앱 통합과 이에 따른 보안 강화로 일종의 개방형, 광장형 플랫폼에서 소규모 소통형, 거실형 플랫폼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나만의 개인 플랫폼으로 변신하는 것이 골자다.

개방형, 광장형 플랫폼이 사생활 침해에 취약하다는 점을 고려해 일종의 체질개선을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데이터 유출에 따른 플랫폼 신뢰도 하락, 여기에 '구식이 되어버린 스타일'을 일신하기 위해 새로운 플랫폼 전략을 들고 나왔다는 뜻이다. 사생활 보호는 광장이 아닌 거실형 플랫폼으로 해결하고, 새로운 전략 그 자체도 여기에서 발견한다는 전략이다.

기존의 광장형 플랫폼 전략으로는 페이스북이 성장할 수 없다는 절박함도 이러한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나온다.

결론적으로 페이스북의 변신은 필연적으로 현지화 서비스 전략을 펼칠 수 있고, 지역 맹주들을 막을 수 있다. 여기에 결제와 소통, 현존하는 O2O 플랫폼 서비스의 모든 부가가치를 연결한다면 단숨에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 변신할 수 있다. AP통신 등 외신이 마크 저커버그 CEO의 성명이 발표된 후 페이스북이 중국의 위챗 로드맵을 따라간다고 말한 이유다.

위챗은 개인과 개인의 소통을 중심으로 하는 거실형 플랫폼이며, 정보 보안과는 거리가 멀지만 음식, 교통, 결제 등 다양한 생활밀착형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한다. 단순한 연결이 아닌, 일종의 폐쇄형 커뮤니티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한 페이스북의 행보도 그 연장선이다.

가능할까?

페이스북은 광장 포기 선언을 통해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표방하고 있으며, 여기에 중요한 키워드인 금융 인프라를 확보하기 위해 리브라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위챗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금융 인프라는 생활밀착형 서비스의 핵심이자 플랫폼의 캐시카우다. 다만 기존의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각 이해 당사자와의 복잡한 협상이 필요하지만, 자체 암호화폐를 만들면 이러한 고민은 사라진다. 심지어 페이스북 플랫폼 자체에 집중된 강력한 생태계 구성에도 도움이 된다.

문제는 역효과다. 최근 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노골적으로 글로벌 ICT 플랫폼 기업들의 시장 독과점을 비판하는 장면이 중요하다. 실제로 워런 의원은 지난 1월 11일 SXSW에 참여해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시장 독과점을 비판하며 “시장은 경쟁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기업 해체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 연장선에서 페이스북은 중앙 집중형 플랫폼이 가진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암호화폐의 탈 중앙화 전략으로 플랫폼 정체성을 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미 규제 당국도 움직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 미 법무부가 구글과 애플을, FTC가 아마존을 조사할 방침이라고 보도하며 페이스북도 FTC의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과도한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일종의 ‘횡포’를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 페이스북이 받고있는 혐의다. 이런 상황에서 13억명의 이용자를 가진 페이스북이 자체 ‘기축통화’를 통해 금융 인프라를 확보, 페이스북 제국을 건설할 경우 만만치 않은 견제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기존 금융 업계의 반격 가능성도 있다. 페이스북이 리브라 프로젝트를 통해 개인간 거래 활성화에 성공한다면, 기존 중앙 집중형 금융 업계의 존재가치는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 연장선에서 다양한 논쟁과 신경전이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