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렉서스가 지난해 가을 맨하튼에 문을 연 ‘인터섹트 바이 렉서스’(Intersect by Lexus)라는 고급 레스토랑에는 자동차도 전시되어 있다.    출처= 뉴욕타임스(NYT)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자동차 서비스센터에 딸린 대기실 하면 우리는 대개 오래된 커피, 얼룩진 의자, 아무 생각 없이 방영되는 케이블 TV 뉴스, 그리고 한 주 지난 잡지 등이 널려 을씨년스러운 장면을 떠 올린다.

그러나 이제 일부 딜러에서는 그런 장면은 상상도 할 수 없다. 당신이 텍사스 포트워스의 혼다(Honda of Fort Worth)에 들른다면 점심으로 검게 구운 치킨 요리나 구운 연어 요리를 먹을 수 있고, 플로리다 메릿 아일랜드(Merritt Island)의 링컨-머큐리/랜드로버-재규어 매장에 가면 매장에 딸린 피트니스 센터에서 무료로 운동도 할 수 있다.

오늘날 일선의 딜러들이 서비스센터에 이런 편의시설을 갖추는 추세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했다. 미국자동차딜러협회(National Automobile Dealers Association)의 패트릭 만지 수석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미국 자동차 딜러의 총 이익의 절반은 서비스 센터(부품 및 차체 수리 포함)에서 나온다.

만지 이코노미스트는 "딜러의 사업에서 서비스나 부품은 매우 중요하다”며 “오늘날 자동차들이 대개 인터넷을 통해 판매되면서 소비자들에 가격에 더욱 많이 접근함에 따라 가격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신차 판매 마진이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면서 딜러들은 서비스에 더욱 주력하고 있다.

“딜러들은 서비스센터의 편의시설을 확충하면 고객 충성도가 높아진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렉서스는 이런 변화에 가장 먼저 눈을 뜬 선두 주자인지 모른다.

렉서스의 시설담당 수석디자이너 킴벌리 셰런은 "텍사스주 샌안토니오(San Antonio)에 있는 렉서스 서비스센터에서는 스낵과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무료 바가 있고, 손톱 관리사와 마사지사도 있다”고 말한다.

“캔사스주 위치타(Wichita)의 한 딜러에서는 서비스센터에 차량을 맡기고 공항으로 갈 때 공항까지 데려다 주고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공항에서 픽업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플로리다주 탬파(Tampa)에서는 바리스타가 직접 마키아토를 만들어주고 크로아상이나 샌드위치가 무료로 제공됩니다."

서비스 센터 대기실의 이러한 변신은 단지 렉서스 같은 명품 브랜드만 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브랜드의 딜러들이 서비스센터에 이런 편의시설을 추가하고 있다.

버지니아주 체서피크만에 있는 한 도요타 딜러는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 영화관, 미용실, 구두닦이 공간을 갖추고 있다. 수요일에는 무료 손톱관리도 제공한다.

서비스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자동차 제조사들도 짜릿한 '체험센터'를 제공하며 딜러들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렉서스는 두바이와 도쿄에 이어 맨하튼에 인터섹트 바이 렉서스(Intersect by Lexus)라는 고급 식당을 열었다. 벽은 자동차 부품으로 장식되었고 일류 요리사들이 돌아가며 근무한다. 원형의 바 의자는 렉서스 카시트에 사용된 가죽이 사용됐고, 3층에는 자동차 전시 공간이 있다.

이 식당의 커크 에드먼슨 총지배인은 "자동차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렉서스 브랜드가 남긴 환대, 디자인, 장인 정신 등을 표현하지만, 절대 그에 대해 소리 지르지는 않습니다.”

렉서스가 이 같은 시도를 하는 이유는 딜러 매장에 오는 고객 트래픽 감소와, 소비자들이 딜러에올 필요 없이 자동차를 시운전하거나 구매할 수 있게 해주는 카바나(Carvana)나 시프트(Shift) 같은 중고차 판매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 때문이다.

시프트는 작년에 중고차 판매로 1억 35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그러나 아직 전체적으로는 이익이 나지 않는다). 시프트의 조지 애리슨 최고경영자(CEO)는 “더 많은 딜러들이 판매와 서비스 경험을 위한 대체 모델을 제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업계가 극적으로 진화하고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 버지니아주 체서피크만에 있는 도요타 판매장의 고객대기실에는 무료 영화를 보거나 머리를 손질하거나 손톱 관리를 받을 수 있다.    출처= 뉴욕타임스(NYT) 캡처

2018년 콕스 자동차 서비스 산업 연구(The 2018 Cox Automotive Service Industry Study)는 “딜러들이 자동차 판매에서 차량당 이익이 감소하고 있으며, 서비스센터로 감소하는 이익을 만회하려 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그러면서 이 연구는 또 “서비스센터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예상보다 더 오래 걸릴 때 좌절하고, 다른 약속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며, 대체 자동차도 제공되지 않는다”며 고객들의 서비스센터 이용에 대한 불만도 지적했다.

고객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딜러가 (집이나 직장으로) 수리할 차를 직접 픽업하고 수리 후 다시 갖다 주거나(drop-off), 수리 중 대체 차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이런 서비스는 바쁜 사람들의 시간 절약에 큰 도움이 된다. 그것이 바로 미국의 럭셔리 자동차 메이커 링컨 자동차가 2017년 이후 구매 고객들에게 제공한 서비스다.

링컨의 홍보담당 매니저 애니카 살체다 위코코는, 고객들이 자신이 맡긴 자동차의 수리 진척을 확인할 수 있는 앱이 포함된 이 호텔 같은 컨시어지 서비스는, 브랜드를 알리려는 광고 효과는 제쳐 두고 오직 "고객의 시간을 돌려준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회사가 지난 2016년 이 서비스를 도입한 이후 이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은 25만 명이 넘었다.

만일 이런 서비스를 도입하고 싶은 딜러가 있다면 이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플로리다의 레드캡 테크놀로지(RedCap Technologies)라는 회사는 차량호출회사 리프트(Lyft)와 협력해 딜러들에게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회사는 딜러가 이 같은 픽업 및 드롭 오프 서비스를 제공하면 고객이 평균 30% 이상 증가한다고 주장한다.

레드캡의 데이비드 지윅 전무는 회사가 링컨과 현대 제네시스 브랜드에 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적어도 두 개의 자동차 회사가 추가로 이 서비스를 도입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고급 자동차 브랜드들은 이런 서비스 이용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의 시장조사 및 컨설팅 회사 가트너(Gartner)의 자동차 및 스마트 모빌리티 담당 수석 연구원 마이크 램지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딜러들이 기다리는 고객들을 위한 시설을 확충하고 카푸치노 기계나 비디오 게임기를 들여 놓는 등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지만, 그들의 궁극적 목적은 고객들이 그곳에서 머무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업계는 고객들이 센터에 오기 전에 그들을 위해 뭔가 투자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딜러 서비스센터가 테슬라나 애플 매장처럼 고객들이 즐겨 찾는 목적지가 되지는 않겠지만, 끔찍한 대기실 경험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분명히 유익한 일이다. 서비스센터 대기실에서 점심을 먹고 영화를 보며 기다리는 것은 꽤 괜찮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