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7월 임기를 마치는 문무인 검찰총장의 후임으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17일 전격 낙점됐다. 한 때 검찰 내 조직 안정을 고려, 고검장급인 사법연수원 19기에서 20기 사이에서 문재인 정부 두 번째 검찰총장이 발탁될 것이라는 말이 나왔으나 최근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가 불거지며 윤 지검장이 발탁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고검장을 거치지 않은 최초의 검찰총장이다.

재계는 긴장하고 있다. 윤 지검장은 현 정부의 적폐청산, 검찰개혁의 상징이자 기업 수사에 있어 '저승사자'로 통할 만큼 완고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윤 지검장이 이끄는 서울중앙지검은 지금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 등 기업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다양한 전망이 나오는 분위기다.

강골 특수통...그의 책무는?
윤 지검장은 1994년 34세의 다소 늦은 나이에 검사로 임용, 대검 중앙수사부 1.2 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을 지낸 특수통이다. 2003년 대선자금 수사팀에서 활동하며 당시 노무현 대통령 최측근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등을 구속수사하며 이름을 알렸다.

채동욱 검찰총장 시절 국정원 댓글 수사팀장으로 활동하다 당시 정권의 뜻을 거슬러 좌천됐으나, 2013년 검찰 수뇌부의 수사 외압을 폭로하며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통해 국민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풍파를 딛고 검찰총장에 지명된 윤 지검장 앞에는 산적한 난제들이 많다. 당장 내부의 동요를 막아야 한다. 문무일 현 검찰총장과 무려 5기수나 차이나기 때문에 검찰 관례상 선배 고검장들이 줄줄이 옷을 벗을 가능성이 높고, 이 과정에서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윤 지검장이 늦은 나이에 검사로 임용됐고 현직 고검장들보다 나이가 많은 경우도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닐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고검장들도 관례에 따라 옷을 벗어야 하지만 이들이 한꺼번에 변호사 개업을 하면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일부 고검장들은 검찰에 남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경 수사권 분쟁을 조율하면서 검찰개혁을 성공적으로 끌어가야 하는 부담도 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의 기대와 검찰 내부의 주장을 적절히 수렴해야 하는 중책을 수행해야 한다.

기업 수사 많아질까
윤 지검장은 지금까지 서울중앙지검을 지휘하며 국정원 특수활동비, 사법농단 등 적폐청산 수사 등 전 정권에 대한 수사를 이어갔으나, 이를 제외하면 대부분 기업 수사에 방점을 찍은 바 있다. 그가 검찰총장에 오르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수사가 많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특수통 검사들이 대거 중용되면 이러한 분위기는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윤 지검장은 기업 수사에 있어 '원칙 제일주의'로 정평이 났다. 2006년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 당시 정몽구 회장을 구속시키기 위해 사표까지 던지며 강공모드를 고수했던 사례는 지금도 회자된다. 이런 그가 검찰총장에 올라 기업 수사의 양과 질을 크게 높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의 유연한 대응에 시선이 집중된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식회계 논란에 직면했으며, 서울중앙지검의 칼 날은 기업 최고위 인사를 겨냥한 상태다. 11일 정현호 삼성전자 TF 사장을 소환한데 이어 이재용 부회장을 향한 압박도 현실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에 대한 수사 당국의 압박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에서 윤석열 지검장이 검찰총장에 오르면 그 수위가 더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최근 삼성전자가 이 부회장의 사내 행보를 자세히 전하며 대규모 투자 로드맵을 강조하고 위기 경영을 설파하는 행간에는 닥쳐오는 수사 당국의 칼 날에 대비해 정상경영의지를 보여주려는 의지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