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 37회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배영 200m 시상대에 선 크리스 드용(왼쪽), 아론 페어졸(가운데), 마이클 펠프스(오른쪽).   출처= USOC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2008년에 크리스 드용은 베이징 올림픽에 나갈 미국 대표팀자리를 놓고 수영 황제로 불리는 마이클 펠프스와 맞붙었다.

드용은 배영에서 세계 5위 기록을 갖고 있었지만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출전 자격을 간발의 차로 놓쳤기 때문에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는 꼭 진출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그는 펠프스에게 10분의 3초 차로 지면서 사실상 올림픽 꿈을 접었다.

"그때 펠프스에게 패하면서 나는 선수로서의 수영 경력이 끝났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다음에 무엇을 할지 정말 몰랐었지요. 24살이었던 제게 정말 어렵고 혼란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펠프스와의 패배가 그의 인생의 다음 길을 열어주었다.

오늘날 드용은 빅블루 수영학교(Big Blue Swim School)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그가2012년에 설립한 회사로 아이들을 위한 수영 레슨을 제공하고 있으며, 현재 시카고 지역에서 5곳의 수영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드용은 지난해 10월 이 사업을 프랜차이즈로 전환했다. 앞으로 10년 안에 전국에 400개의 빅블루 수영학교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예선을 통과해 올림픽에 참여했다면, 팀을 떠나 회사를 차리겠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어릴 적부터 수영을 해 온 드용은 "수년간의 훈련과 대학에서의 경쟁을 거쳐 수영 선수가 된 후에도 수영을 '직업'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수 생활이 끝난 후, 그는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고민하다가 영어 전공을 살려 로스쿨에 진학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지나가는 생각이었을 뿐이었다. 그는 사실 수영계에서 완전히 떠날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대학 졸업 후 먹고 살기 위해 드용은 시카고 지역에서 3살에서 5살짜리 아이들에게 개인 수영 강습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개인 아르바이트 수준이었고 수영 선수로서의 입소문에 의지해 고객을 유치했다.

▲ 크리스 드용은 2012년에 일리노이즈 윌메트에 첫 빅블루 수영학교(Big Blue Swim School)를 열었다. 현재 그의 회사는 시카고 지역에 5개의 수영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출처= Big Blue Swim School

이후 "교외에서 찾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수영장 공간을 빌려서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친구인 아이오와 대학 수영선수 존 로너건에거 함께 일하자고 청했고 두 사람은 매주 수영 강습을 열었다.

30분짜리 강습에 20달러를 받았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드용은 과거 패배의 좌절에서 회복될 수 있었고 수영의 재미도 새롭게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강습을 2년 반 동안 계속 했더니 수영을 배우는 아이들이 600명으로 늘어났고 돈도 꽤 벌게 되었습니다.”

두 사람은 상설 수영장을 건설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업계획을 짜고, 일부 학생의 학부모 등을 포함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드용은 학부모들이 자신이 훈련받았던 것을 바탕으로 고안한 자신의 강습법의 팬이 되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우선, 우리가 중요한 생활 기술을 가르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단지 수영하는 기술을 가르칠 뿐만 아니라 처음 10회의 레슨을 통해 수영장을 혼자서 가로질러 수영할 수 있게 함으로써 독립심을 길러주는 것이었습니다."

학무모 중에 시카고 컵스의 공동 소유주이자 공화당 전국위원회 재무위원장 토드 리케츠가 처음으로 투자자로 참여했는데, 그의 딸은 이미 드용의 학생이었다.

리케트와 몇 명의 초기 투자자들이 120만 달러(14억원)를 투자했고, 이 돈으로 드용은 상설 풀장을 지을 장소를 확보했다. 마침내 2012년 4월, 드용과 로너건은 시카고 북쪽 교외인 일리노이주 윌메트(Wilmette)에 첫 빅블루 수영학교를 열었다.

드용은 수영장 시설의 설계에도 참여했고 유아에서부터 12세 어린이들을 위한 커리큘럼을 만들었다.

그는 "우리 수영장에서는 항상 물이 32도를 유지해 아이들이 추위를 느끼지 않는다. 바닥에는 항균성 카펫을 깔아 낙상을 방지하고 소음도 줄인다"고 말했다.

수영학교에는 학부모들이 아이들이 수영하는 모습을 관람할 수 있는 방이 마련되어 있다. 이 방에는 와이파이가 가능하고 에어컨도 설치되어 있다. 수영학교는 또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수업 일정을 짜고 자녀들의 학습 진도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소프트웨어 '레슨버디'(Lesson Budy)도 제공한다.

개교한 지 단 1주일 만에 이 학교의 등록 인원은 600명에서 2200명으로 급증했다. 너무나 급작스러운 성장에 드용과 직원들은 당황했지만, 곧 이를 수습하고 몇 명의 새로운 투자자들도 유치할 수 있었다.

▲ 아이들을 위한 빅블루 수영학교. 앞으로 10년 안에 전국에 400개의 수영학교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출처= Big Blue Swim School

지금까지 빅블루 수영학교는 총 2000만 달러(240억원)를 모금했다. 그 중 대부분인 1600만 달러(190억원)는 레벌 파이브 캐피털 파트너스(Level 5 Capital Partners)가 투자했다.

레벌 파이브 캐피털 파트너스의 최고개발책임자(CDO)인 스캇 톰슨은 "빅블루 수영학교는 이 분야에서 충족되지 못하고 있는 수요를 채워주고 있다. 재무적으로도 견실한 사업일 뿐 아니라 자체의 독보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 사업을 프랜차이즈로 전환한 이후 드종은 덴버 5곳, 시카고 10곳, 미니애폴리스 6곳, 솔트레이크시티 3곳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그는 연간 매출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충분한 수익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에 따르면, 새로운 프랜차이즈 구축에 부동산과 마케팅 비용을 포함하여 180만 달러에서 360만 달러의 투자금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사업 경험이 전혀 없었던 드용에게 수영 선수에서 사업가로의 갑작스러운 전환은 하나의 도전이었다. 그러나 그는 수영이 그에게 가르쳐준 중요한 교훈이 성공을 가져다 주었다고 말한다.

"실망 후 다시 일어나는 것은 사업에서 만큼이나 수영에서도 중요하지요. 사업이 끈기와 인내로 측정되는 것도 수영과 다를 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