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촉발한 무역전쟁이 1년을 넘은 지금, 생산 기지를 옮기려는 회사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출처= Notliberal.com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중국은 오랫동안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왔다. 

중국은 부품 공급업체, 조립 라인, 값 싼 노동자, 전문지식 등을 모두 가지고 있다. 특히 구글과 같은 거대 기업들도 그들의 제품 조립을 거의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한다. 그러나 관세 인상을 포함한 미국의 강경한 입장으로 촉발된 무역전쟁이 1년을 넘은 지금, 생산 기지를 옮기려는 회사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일본의 글로벌 게임사 닌텐도(Nintendo)와 세계 최대 검색 서비스 기업 구글도 일부 제품을 생산할 다른 장소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주, 이미 대만에 상당 규모의 생산기지를 가지고 있는 구글이 관세를 피하기 위해 스마트홈 장비인 네스트 온도계와 서버 하드웨어를 생산하는 시설의 일부를 중국 밖으로 옮기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닌텐도의 공급망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말을 을 인용해 닌텐도가 비디오 게임 콘솔 스위치(Switch)의 생산을 동남아로 옮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에서 애플의 스마트폰 대부분을 생산하는 대만 하도급 생산업체 폭스콘의 한 고위 임원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폭스콘은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모든 아이폰을 중국 밖에서 만들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애플은 아직 생산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하지는 않았다.

비디오 게임 콘솔은 일반적으로 이익이 낮은 사업이다. 이는 콘솔에 대해 관세가 부과되면 닌텐도가 이익을 내는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닌텐도의 매출에서 스위치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닌텐도의 대변인은 생산 기지 이전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닌텐도 스위치 콘솔의 부품 대부분이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비용 절감을 돕기 위해서는, 부품들이 생산되는 장소에서 가까운 곳에서 조립하는 것이 좋겠지요.”

그러나 닌텐도는 관세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제품 생산 장소 대해서는 "늘 옵션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관세보다는 예측 불가능한 징벌적 제재

닌텐도와 구글을 넘어 기업들은 지난해 백악관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일으킨 이후 공급망을 재고해 온 회사는 닌텐도와 구글 뿐만이 아니다.

미국 액션캠업체 고프로(GoPro)는 다음 달까지 미국 판매용 카메라의 모든 제조 공장을 중국에서 멕시코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의료장비업체 바렉스 이미징도 공급망을 중국에서 이전시키겠다는 방침을 공개했다. 유니버셜전자, 장난감업체 해즈브로 등은 이미 지난해 '탈중국'을 선언했다.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Bain & Company)가 최근 200개의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의 42%가 내년에는 중국 아닌 다른 지역에서 필요한 소재를 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응답한 기업의 25%는 이미 중국에 투자한 자산을 회수하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은 지난 달 전자 장비와 컴퓨터 제품, 섬유 등을 포함한 중국 상품 2000억 달러에 대해 수입 관세를 10%에서 25%로 인상했다.

그러나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미국 기업들은 규제 강화나 관세 지연 등 중국의 추가 보복 조치를 더 우려하고 있다. 무역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중국은 미국 기업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 생산시설을 이전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지만 세계의 공장으로서 중국의 입지는 확고하다.   출처= Eeastwestbank

미국이 지난달 미국 기업들의 대화웨이 수출 금지 조치를 내리자, 중국은 외국 기업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이달 초 중국은 포드의 중국 합작회사에 독점 금지 위반 혐의로 벌금을 부과함으로써 양국간 징벌적 조치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켰다.

뉴욕대학교 스턴경영대학원(Stern Business School) 조셉 푸디 교수는 "관세 그 자체보다는 이러한 불확실성이 제조회사들이 공장을 이전하려는 더 큰 이유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상품에 대해 15~20%의 관세를 부과한다 해도, 일부 기업들은 이를 사업 비용으로 간주하고 그냥 버틸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제조기업들은 자신에게 언제 징벌적 조치 같은 불이익이 닥칠지 모르기 때문에 해외 이전을 고려하는 것입니다.”

특히, 기술 회사들에게 지적 재산과 보안에 대한 우려는 미중 관계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되었다. 언제 닥칠지 모를 위험이 이들로 하여금 부품 소싱과 제조 네트워크를 다양화하게 만드는 것이다.

생산 기지의 다변화

중국 밖으로 이전하는 생산 시설의 대부분은 미국이 아닌 동남아시아의 국가들로 옮겨갔다. 가장 최근의 닛케이 마킷(Nikkei-Markit) 제조사 구매지수에 따르면, 이번 달 이 지역의 제조업 부문은 신규 주문의 급증에 힘입어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중국의 임금 인상도 기업들이 노동력이 싼 베트남이나 태국과 같은 동남아 국가로 생산 시설을 을 이전하는 또 다른 이유다. 제조업의 자동화가 높아짐에 따라 기업들은 더 이상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고도로 숙련된 노동자들에게 의존할 필요가 없어지게 되었다.

중국 내 임금이 오르면서 생산시설 이전을 고려했던 기업들이 무역전쟁 리스크까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되자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의 저임금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의류 제조업체의 상당수는 이미 미중 간 무역갈등이 빚어지기 전부터 동남아 지역으로 옮겨간 상태다.

블룸버그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으로 수출되는 구글의 마더보드 생산은 이미 상당 부분 대만으로 넘어갔다. 구글은 지난 1년 동안 대만의 엔지니어링 분야와 혁신 허브에도 많은 투자했다. 구글은 뉴타이베이市(New Taipei City)에 있는 캠퍼스를 확장하고 근무 인원도 두 배로 늘릴 계획이며, 현지 학생들에게 인공지능과 디지털 마케팅 교육도 제공할 계획이다.

중국은 여전히 세계의 공장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여전히 세계의 공장으로 매우 중요한 생산 중심지다. 공장과 공급자들이 모여 있을 뿐 아니라 도로, 항만, 공항, 전력망 등 기반시설도 이제 막 생산을 시작하려는 다른 나라들보다 월등하다.

뉴욕대학교의 푸디 교수는 “비록 기업들이 점차적으로 일부 생산시설을 이전하거나 중국 밖으로 확장할 수 있지만, 생산 기지로서 중국의 우위가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조에 관한한 중국은 종합 패키지(total package)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조업의 효율성은 근처에 얼마나 많은 공급업체가 위치하고 있는지, 도로와 항만과 기반시설의 질은 어떤지, 전기의 품질과 일관성, 그리고 가용한 인재풀에 의해 좌우됩니다. 이 모든 지표에서 중국은 여전히 타의 추종을 불허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달 말 양국 정상이 G20 정상회의에서 협상이 잘 되지 않으면 기업들의 탈중국은 더 가속화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