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 안저검사 사진(왼쪽)과 알고리즘이 판단한 출혈 병변 부위. 출처=분당서울대병원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안저검사로 진단이 가능한 12가지 안구 질환에 대해 높은 정확도로 판독이 가능한 기술이 개발됐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박상준, 박규형 교수, 서울시립보라매병원 신주영 교수 연구팀이 망막안저사진(Retinal Fundus Photograph)을 판독해주는 딥러닝 알고리즘을 개발한 점이 16일 확인됐다. 이는 출혈, 드루젠 등 황반 이상, 맥락막 이상, 망막 혈관 이상, 신경섬유층결손, 녹내장성 시신경유두 변화 등 망막안저사진에서 관찰될 수 있는 주요한 12개 소견들에 대해서 높은 정확도로 진단이 가능하다.

연구결과는 분당서울대병원에 축적된 망막안저사진 중 약 10만 장에 대해서 57명의 안과 전문의가 30만 번 이상 자세하게 판독해 얻어진 것이다. 이는 국제적으로 검증된 외부 데이터에서도 임상에서 충분히 활용이 가능한 수준의 높은 정확도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망막안저사진은 촬영을 위한 방사선 노출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점안액으로 동공을 확대할 필요가 없고 촬영 시간이 짧고 비용이 저렴하다. 이러한 장점에 따라 망막안전사진은 안과뿐만 아니라 건강검진센터 등에서도 안구 내 유리체, 망막, 맥락막, 녹내장 등의 이상 여부를 진단하는데 널리 사용되고 있다.

연구팀 관계자는 “개발한 알고리즘을 활용하면 실명유발질환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망막안저사진의 촬영을 보다 많은 곳에서 더 쉽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박규형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기존에 발표된 망막안저사진 자동판독알고리즘들은 당뇨망막병증과 같은 일부 질환의 진단의 감별에 국한됐었다”면서 “연구팀이 개발한 알고리즘은 실제 의사가 판독할 때처럼 망막안저사진에서 관찰되는 다양한 이상소견들을 검출할 수 있어 일반 인구에서 선별검사목적으로 시행되는 망막안저사진의 판독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준 교수는 또 “병원 내에 축적된 10만 장 이상의 대규모 영상을 다시 판독해 알고리즘으로 만들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판독에 참여한 안과 전문의들의 헌신적 노력과 연구진의 협업으로 알고리즘을 완성할 수 있었다”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임상시험이 완료되면 의료기기로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망막안저사진의 영상의 질, 이상 소견, 진단, 임상적 의의까지 판단할 수 있는 더 발전된 알고리즘을 개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안과 계열 최고 수준 학술지인 ‘안과학(Ophthalmology)’ 온라인판에 지난 5월 말 게재됐다.

■ 안면홍조 주요 질환, 당뇨‧이상지질혈증 있으면 발생 확률 높아

16일 업계에 따르면 날씨가 더워지면서 얼굴이 붉어지고 화끈거리는 안면홍조증인 주사(Rosacea) 환자가 늘고 있다. 기온차가 심한 겨울에 가장 많이 나타나지만 요즘처럼 더위로 인해 혈관이 확장되는 여름철에도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주사는 코와 뺨 등 얼굴의 중간 부위가 빨개지는 만성 염증성 피부 질환이다. 주사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밝혀져 있지는 않지만 국소 감염, 음주, 모낭충, 화장품 등 여러 인자가 고려되고 있다.

김혜원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피부과 교수팀은 한국 주사 환자와 만성질환, 항고혈압제 약물 사이의 관계를 분석해 당뇨와 이상지질혈증이 있으면 추후 안면홍조증의 대표 질환인 주사 진단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1년 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을 포함한 의료원 내 5개 병원에서 진료받은 환자 139만 9528명을 추적해 후향적 연구를 실시했다. 전체 환한 중 0.18%인 2536명이 주사로 진단을 받았다. 이 중에서 여성은 1745명을 나타냈다.

연구팀은 만성질환과 주사와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만성질환 진단을 받은 환자군과 만성질환 진단을 받은 적이 없는 주사 환자들 간의 주사 진단율을 비교했다. 또 전신 질환에 대한 약물 투여가 교란 변수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고혈압약, 당뇨약, 이상지질혈증 약 등의 복용력을 확인해 보정했다.

▲ x축의 숫자는 발생 배수를 의미하며 숫자가 커질수록 주사가 발생할 확률이 높음을 의미한다. 초록점은 평균값을 뜻한다. (Diabetes 당뇨병, Dyslipidemia 이상지질혈증, IHD 허혈성심질환) 출처=한림대의료원

연구결과, 당뇨와 이상지질혈증이 있는 환자는 주사 진단 확률이 각각 2.8배, 1.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전은 정확하게 밝혀져 있지는 않으나 유전적인 요인과 음주 등의 후천적 요인에 따른 전신 만성질환이 주사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지질단백질의 구조적인 변화를 일으켜 이상지질혈증을 유발한다고 제시된 바 있다. 반면 허혈성심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군에서는 주사 진단율이 높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혜원 교수는 “연구결과 이상지질혈증이 있는 경우 주사가 발생할 위험이 높다”면서도 “남성 이상지질혈증 환자는 스타틴 계열의 이상지질혈증 치료제를 복용하면 주사의 발생 빈도가 낮아지는 결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주사는 주로 아시아인보다 백인에게 더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시아인에 대한 주사 연구는 상대적으로 적으며 한국인에 대한 주사 연구는 없었다. 이번 연구는 최근 한국에서 주사 유병률이 높아지는 가운데 김혜원 교수팀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주사와 전신질환과의 상관관계를 한국 최초로 밝혀내 기반을 다졌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해당 연구는 '만성질환과 안면 주사의 발생 위험'이라는 논문으로 SCI급 학술지 ‘피부과학 연보(annals of dermatology)’ 2018년 12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