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G=현대자동차그룹, HMC=현대자동차, Kia=기아자동차

[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중국시장 점유율이 2011년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드 사태, 중국 자동차 시장 역성장에 더해 급성장하는 중국 SUV 시장에 대응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 됐다.

1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중국 생산시설 축소, 인원 합리화 등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양사 모두 1호 공장의 폐쇄 또는 장기 임대를 결정했고, 운영 공장의 가동률 하락 카드를 꺼냈다.

이에 대해 자동차 업계는 "중국시장에서의 SUV 출시 지연, 중국 특화 모델 미비 등 현지 수요를 예측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급성장하는 SUV 시장에 대응하지 못한 이유가 컸다.

 

NH투자증권 조수홍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2012년 14.3%에 불과했던 중국시장 SUV판매 비중은 2015년 21.5%를 기록했다. 이후 2016년 37.7%, 2018년 42.6%로 시장을 점유율을 키웠다.

반면 현대·기아차의 중국시장 내SUV 판매 비중은 이 트렌드를 따르지 못했다.

2018년 기준 현대차와 기아차의 SUV판매 비중은 각각 35.9%, 28.3%에 불과했다. 이에 중국내 시장 점유율 급감은 사드 사태, 중국 내수 둔화 등 환경적인 요인이 아니라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이유가 더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렌드 대응에 실패하는 사이 시장 점유율도 크게 낮아졌다. 2012년 10%에 달했던 현대차의 시장점유율은 2015년 8.2%, 2018년 4.9%로 급감했다. 지난 5월에는 시장 점유율 3.2%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기간 중국 로컬 브랜들은 큰 폭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다. 2011년 16.4%에 불과했던 로컬업체 점유율은 2018년 24.1% 수준으로 높아졌다.

점유율 하락은 중국시장 내 현대·기아차 입지에도 영향을 줬다. 2012년 이후 폭스바겐은 18~17% 수준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고, GM 역시 13~14% 수준을 유지했다. 토요타와 혼다 역시 1~2%내의 변동만을 보였을 뿐이다.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가 프리미엄 브랜드와 저가 브랜드 사이에서 정확한 방향을 잡지 못했다고도 볼 수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주춤한 사이 로컬기업들이 빠르게 점유율을 올리면서 현대 브랜드는 프리미엄 브랜드와 저가브랜드 사이의 애매한 포지셔닝이 됐다”고 전했다.

▲ 중국 전략형 SUV ‘더 뉴 KX5’. 사진=기아자동차

이에 양사는 중국 현지 맞춤형 SUV라인 확대에 나섰다.

현대차는 지난 4월 중국형 신형 산타페 ‘셩다’를 출시했고, 올 하반기에는 소형SUV ‘ix25’를 내놓는다. 이를 통해 ‘ix25-엔씨노-ix35-투싼-싼타페’로 이어지는 중국 SUV 라인업을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기아차 역시 KX5, 신형 KX3 등 2종의 신차 투입이 예정됐다. 프리미엄 전략 강화를 위해 제네시스 브랜드도 올 하반기 투입된다.

이와 함께 강력한 수준의 구조조정도 단행된다. 현대차가 베이징 1공장 가동 중단을 결정한 데 이어 기아차 역시 중국 1호 공장 장기임대를 결정했다. 양사의 생산시설 축소 추진은 단기간 외형 확대가 어렵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 판매가 줄면서 현대차 전체 실적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라며 “올 하반기 투입되는 3종의 SUV는 중국 수요에 맞는 특화 제품이고, 이를 통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