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이슨푸드가 식물성 너겟 제품을 레이즈드앤루티드(Raised & Rooted)라는 브랜드로 출시한다.    출처= Tyson Foods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 최대의 육가공업체 타이슨푸드가 레이즈드앤루티드(Raised & Rooted)라는 브랜드로 식물 기반 고기 상품을 생산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대체 육류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타이슨푸드는 올 여름에 너겟 제품을 먼저 소매점에 출시하고 이어 가을에는 혼합 버거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타이슨푸드의 이런 움직임은, 전통적인 육류 회사들이 차세대 큰 시장으로 예고되고 있는 식물 기반 대체 고기 시장에 차례로 뛰어들 것임을 보여준다. 이들 기존 대기업의 시장 진입은, 식물성 육류에 전사적으로 올인해 온 스타트업들에게 커다란 도전이다.

타이슨푸드가 대체 육류 시장 진출을 발표하자, 지난 달 상장 이후 연일 상승 가도를 달려온 비욘드미트의 주가는 4% 하락했다. 타이슨은 최근까지 비욘드미트의 주식의 6.52%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자체적인 대체육류 회사를 출범시킨다는 예상이 제기되며 지난 4월 보유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비욘드미트는 지난 달 뉴욕 주식시장에 데뷔한 이후 주가가 5배 가깝게 상승하며 83억 달러의 시장가치를 기록하는 등 세간의 이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회사지만, 13일의 주가 하락은 타이슨이 더 젊고 작은 회사에 정면 도전하고 있는 것으로 시장이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지적했다.

이 뜨거운 대체 육류 시장에 진출하는 기존 대기업은 타이슨만이 아니다. 네슬레(Nestlé)도 올 가을에 미국에서 스위트 어스(Sweet Earth)라는 브랜드로 완두 단백질을 기반으로 한 햄버거를 출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비욘드미트는 완두 단백질과 카놀라 오일을 사용하고, 주요 경쟁사인 임파서블푸드는 콩을 기반으로 하는 단백질과 코코넛 오일을 사용한다). 또 글로벌 사료 기업 카길(Cargil)도 곧 신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진 세포배양 고기 회사 멤피스 미트(Memphis Meats)에 거액을 투자했다.

이들 중 많은 회사들이 전통적인 동물 사육 농업을 비난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농업의 핵심 주자들이 이 새로운 시장에 한 몫을 차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대체 육류 시장은 얼마나 클까?

미국에서는 매년 500억개의 햄버거가 판매되는데, 이는 미국인 한 명당 일주일에 세 개 꼴이다. 그러나 가공육과 붉은 고기를 많이 먹는 것이 몸에 좋지 않다는 증거는 계속 나오고 있다.

세계적인 의학학술지 랜싯(Lancet)의 식단 및 건강에 대한 연구에서 지난 봄에 가공육과 붉은 고기를 단 음료와 나트륨과 함께 ‘건강하지 않은 식품’으로 분류하자 큰 파문이 일었다. 또 13일 발표된 영국 의학저널(British Medical Journal)의 연구에서도, 붉은 고기가 제2형 당뇨병과 심혈관 질환 그리고 결장암 등 특정 암의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그 외 최근의 다른 연구에서도 붉은 고기가 콜레스테롤 면에서 흰 고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새로운 연구가 계속 드러남에 따라,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s=flexible+vegetarian, 채식주의 식사를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육류나 생선도 먹는 사람)들과 심지어 골수 육식주의자들도 식물에 기반을 둔 버거로 식사 메뉴를 교체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 네슬레(Nestlé)도 올 가을에 미국에서 스위트 어스(Sweet Earth)라는 브랜드로 완두 단백질을 기반으로 한 햄버거를 출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출처= FoodNavigator

물론 비욘드미트나 임파서블푸드 같은 식물성 버거가 동물성 버거보다 더 건강한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식물성 버거가 콜레스테롤은 0이지만 칼로리나 포화지방이 비슷하고 나트륨은 오히려 약간 더 높은 경우가 많다. 그리고 독성물질 분석회사 디톡스 프로젝트(Detox Project)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상업용 유기농 완두 단백질이 높은 수준의 글리포산염에 양성 반응을 보였는데, 그것은 암과 관련이 높은 제초제 성분이었다.

리서치회사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은 2023년까지 육류 대체품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229억 달러(27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비해 전통적인 동물 사육 농업 시장은 여전히 전세계적으로 1조 4천억 달러의 규모를 유지할 것이다. 타이슨이나 네슬레 같은 골리앗들이 대체 육류의 연구 개발을 위해서도 더 많은 자금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새로운 대체 육류는 과거의 야채 버거와는 달리, 전통적 농장에서 키운 고기처럼 씹을 수 있는 식감을 가지고 있고, 프라이팬에 지글지글 구울 수도 있고, 심지어 피까지 흘린다. 따라서 이 대체 육류 회사들은 채식주의자들을 목표로 하기 보다는, 전통적인 동물 농업의 환경 파괴를 염려하는 육식주의자들을 목표로 삼고 있다.

임파서블푸드와 비욘드미트는 최근 자사 제품을 '고기처럼 보이는 식물성 제품’에서 ‘진짜 고기 냄새가 나는, 고기보다 더 고기 같은 제품’으로 재탄생시켰다. 세포 배양 육류 회사들도 전통적으로 기른 고기와 영양학적으로 동일한 제품으로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대체 육류 회사들은 적어도 처음 단계에서는 자신의 제품이 고기와 유사하다는 것을 내세운다. 그러나 세포배양농업협회(Cellular Agriculture Society)의 설립자 크리스토퍼 가스테라토스는 이 회사들이 앞으로는 대체 육류 제품의 영양소 밀도와 영양 개선이 공식 표기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