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대부분의 모바일 O2O 플랫폼은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해 수익을 올린다. 이 과정에서 수요자 만큼이나 공급자도 중요하다. 수요자의 숫자를 극대화시키는 것이 플랫폼 수익과 직결되지만, 공급자가 존재하지 않으면 플랫폼은 아예 멈춰버리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함께 성장하는 것, 즉 상생이지만 이는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상생을 위해 플랫폼 수익을 떼어주는 것 정도로는 지속가능성도 없을뿐더러, 근원적인 방안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 윤현재 야놀자 F&G 세일즈그룹 본부장은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라”고 조언했다. 그를 10일 오후 야놀자 사옥에서 만났다.

▲ 운현재 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임혁택 기자

시장 전체 성장을 꾀하며 치밀한 전략 세우라
글로벌 숙박 플랫폼 야놀자는 최근 싱가포르 투자청, 부킹홀딩스로부터 총 1억8000만달러의 시리즈D 투자를 유치해 기업가치 1조원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초 일본 라쿠텐과의 협업을 발표한 후 7월에는 동남아 대표 이코노미 호텔(Economy Hotel) 체인이자 온라인 예약 플랫폼 젠룸스에 조건부 투자를 단행했고 전 세계 170여개 국가에 호스텔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호스텔월드(Hostel World)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기도 했으며 대만 최대 공유숙박 플랫폼인 아시아요와도 손을 잡았다. 누적 예약 2000만 건 이상을 돌파, 지난 5년 간 연평균 70% 이상의 가파른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야놀자의 외연이 급속도로 커지는 가운데, 최근 재미있는 정책에 돌입해 눈길을 끈다. 바로 로열티 제로다. 야놀자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부담하는 브랜드 로열티 전액을 야놀자 앱 광고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다소 ‘극단적인 상생 정책’이다. 이유가 뭘까? 

윤 본부장은 ‘당연한 행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맹점주들이 살아야 본사가 사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최근 많은 업주들이 어려워하고 있는데, 로열티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으로 상생하는 것이 옳다고 봤다”는 쿨한 답을 내놨다. 야놀자 입장에서 로열티 제로는 전혀 극단적이지 않은, 당연한 행보라는 뜻이다.

전혀 사업체를 경영해본 경험이 없지만 왠지 악덕 플랫폼 업체 대표가 된 기분을 느끼며 로열티 제로를 두고 내부의 반발은 없었냐는 도발적인 질문을 했다. 옆에 자리한 홍보팀 직원의 날카로워지는 눈빛을 느끼지 못했는지, 윤 본부장은 솔직하게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보면 야놀자 입장에서 수익이 하락할 수 밖에 없는 정책”이라면서 “우려는 있었지만 이를 상쇄할 수 있는 전략이 있었다”고 말했다.

윤 본부장이 말한 전략은 기회비용, 나아가 정교한 측정이다. 윤 본부장은 “시간대별로 가맹점 현황의 숫자와 수치를 데이터로 보관하고 있다”면서 “당장의 수익이 저하되어도 비용적 부분의 효율화를 냉정하게 따져 동력을 창출하고, 궁극적으로 가맹점들이 상생 정책으로 늘어나면 장기적 관점에서 이득이라는 점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상생을 통해 단기적 수익은 떨어져도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내부 플랜이 작동되고, 장기적으로 가맹점주들이 합류하면 야놀자 플랫폼의 성장을 노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단순히 ‘그냥 좋은 일 하려고요’라는 뻔한 답변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솔직한 반응이다. 윤 본부장은 이를 두고 “상생에 있어 반드시 생각해야 하는 이해관계의 일치”라고 표현했다.   

▲ 운현재 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임혁택 기자

상생, 그 이상의 가치
야놀자의 상생은 단순히 가맹점의 부담 경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윤 본부장은 “상생의 지속성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상생이 가동되려면 단순한 가맹점주와의 동행을 넘어 시장 전체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국지적인 플랫폼 내부의 상생이 아닌, 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큰 그림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윤 본부장은 와이 프로젝트(Y-Project)를 예로 들었다. 이는 고객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중소형숙박 공간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며 서비스의 사용자와 제공자 모두의 관점에서 숙박 서비스 본질에 대한 의문(why)을 던지고, 공간을 구성하는 유무형의 서비스에 대해 야놀자만의 관점(Y)으로 솔루션을 찾는 프로젝트다.

야놀자는 점주와 근무자를 위한 서비스 및 운영 교육 사업과 비품 및 인테리어 퀄리티 개선을 위한 사업까지, 숙박 공간 운영을 위한 B2B 비즈니스 체계를 구축한 바 있다. 그 연장선에서 와이 프로젝트는 기존의 매뉴얼과 교육만으로는 부족한 중소형숙박의 청소문제 해결을 위해 스타트업 특유의 혁신과 디자인 사고방식인 디자인씽킹을 결합했다. 최근 공개된 근무자의 짐 운반을 돕는 SRRG 카트, 허리 힘을 잡아주는 DNDN 벨트라는 결과물도 나왔다. 참고로 SRRG 카트는 ‘스르륵 카트’로 불리고 DNDN 벨트는 ‘든든 벨트’로 불린다.

▲ 스르륵 카트가 보인다. 출처=야놀자

와이 프로젝트가 상생의 차원에서 시장 전체를 향상시키는 것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는 것일까? 윤 본부장은 “단순히 야놀자라는 플랫폼이 해줄 수 있는 온라인 영역을 넘어, 오프라인 전반에도 업주들을 도울 수 있는 다양한 장치를 마련한 것”이라면서 “우리의 서비스에서 중요한 것은 오프라인에 있다. 현장에서 반드시 필요하고 중요한 것들을 야놀자가 대신 치열하게 고민하고 개선하는 것도 큰 틀에서 상생”이라고 말했다. 현재 야놀자 내부의 연구개발 센터에는 상생을 고민하는 조직만 따로 활동하고 있으며, 추후 새로운 결과물을 더 내놓을 예정이다.

윤 본부장은 상생의 철학에 대한 생각도 공유했다. 윤 본부장은 “사업을 하다보면 눈 앞의 이익에 욕심을 내는 순간이 있다”면서 “이를 경계하고, 노하우와 브랜딩을 생태계에 안착시키는 것이 상생의 중요한 가치이자 철학”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진심이다. 그는 “지난 5월 전국의 가맹점주들과 이야기를 했고, 많은 이야기를 했다”면서 “함께 고민하려는 진심, 그리고 솔직함이 최대의 무기다”고 말했다. 

▲ 가맹점주 상생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출처=야놀자

윤 본부장이 꿈꾸는, 야놀자가 꿈꾸는 미래
야놀자의 상생은 치밀한 전략 위에서 규모의 경제를 통해 플랫폼의 발전을 끌어내는 한편, 지속적인 발전을 통해 시장 전체의 진화를 끌어내는 것에 방점이 찍혔다. 이 대목에서 진심과 솔직함으로 함께 고민하고, 함께 발전하는 것이 ‘이해관계의 일치’다.

윤 본부장은 이러한 야놀자의 비전을 가장 내밀하게 이해하고 있는 인사로 꼽힌다. 부산 경남 지역의 더블유디자인그룹에서 활동하며 그 산하의 더블유디자인호텔을 통해 생생한 오프라인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는 야놀자에 합류한 이후 더욱 강력한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윤 본부장은 “야놀자에 합류하기 전 더블유디자인호텔은 디자인, 오프라인 영업, 플랫폼 확장 노하우를 잘한다고 생각했고 야놀자는 온라인 플랫폼의 절묘한 운영에 강점이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야놀자에 합류해 오프라인 숙박 혁신에 집중하는 한편, 상생을 위해 더욱 구체적인 로드맵을 현실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