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중 무역전쟁이 글로벌 패권경쟁으로 비화되며 아이폰의 애플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미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기술굴기를 꺾으려 화웨이에 대한 압박을 끌어올리는 가운데, 이 과정에서 중국 사업 비중이 높은 애플도 '어정쩡한' 상태에 놓였다는 평가다. 애플은 탈 중국 전략을 가동하는 한편 대만 우회 공략으로 중화권 시장에 대한 최소한의 여지를 남기면서, 자국 정부와의 협상에 나서는 등 분주한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 국면이다. 출처=갈무리

중국에서 부는 반미...애플 노심초사
미중 무역전쟁이 벌어지며 화웨이로 대표되는 중국 기업들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특히 화웨이는 구글 안드로이드 최신 버전 접근을 차단당했으며 인텔 및 퀄컴의 부품 수급도 막혔다. 이 외에도 CCTV의 하이크비전, 드론의 DJI도 미국의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

중국 기업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다. 미국 기업도 화웨이와 거래가 막히면 일정정도 출혈이 불가피하며 중국 시장을 상실할 경우 그 피해는 배가된다. 최근 구글이 미국 정부에 화웨이와의 거래를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는 보도가 나오는 한편, 한 때 반 화웨이 전선에 섰던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이 최근 조심스러운 태세전환을 꾀하는 이유다.

특히 애플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애플은 최근 신형 아이폰 매출 하락세가 커지고 있으며, 이를 만회하기 위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미중 무역전쟁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지난해 초부터 중국을 찾아 이해 관계자들과 자주 만남을 가지는 이유다. 팀 쿡 애플 CEO는 지난 3월 23일에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개발포럼에 참석해 "애플은 경제 개방이 모든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중국의 지속적인 개방이 세계 경제의 번영에 필수적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애플은 퀄컴과의 분쟁이 한창이던 당시 중국 법원으로부터 일부 아이폰 판매 금지 조치를 받았던 전례도 있다. 실제로 중국 푸저우 중급법원은 지난해 12월 퀄컴의 문제제기를 받아들여 아이폰 6S와 6S 플러스, 7, 7 플러스, 8, 8 플러스, X 등 7개 기종에 대한 판매 금지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 충격파는 애플과 퀄컴의 전격적인 합의로 사그라들고 있으나 애플 입장에서는 또 한번 비슷한 충격과 직면하기 전 미중 무역전쟁의 후폭풍을 차단하면서 중국을 달래야 한다.

문제는 애플의 바램처럼 미중 무역전쟁의 흐름이 잦아들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당장 지난 5월 미중 무역협상이 결렬되자 중국에서는 미국 기업에 대한 보복론이 등장하며, 애플을 첫 타깃으로 삼았다. 진찬룽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5월 12일 SNS를 통해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승리하려면 희토류 전략 무기화, 미국 국채 매입 등을 거론하며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에 대한 제재 가능성을 거론했다. 진 부원장은 애플을 거론하며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이는 미중 무역전쟁에 있어 중국의 '훌륭한 카드'라고 평가했다.

자국 사정도 심상치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 말 G20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미중 무역전쟁 결판을 시도하며, 만얃 결렬될 경우 3000억달러의 중국 수입품에 추가 관세 인상 조치를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여기에 중국에서 만들어지는 아이폰도 포함되어 있다. 애플의 고민이 커지는 이유다.

애플, 세 가지 카드 동시에 쓰다
미중 무역전쟁이 흐름이 격해지며 애플은 세 가지 카드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첫 카드는 탈 중국 전략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벌어지며 최근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에 위치한 제조 거점을 대만 및 동남아시아로 이전하고 있다. 구글은 네스트 스마트홈 제품 및 마더보드 생산공장을 대만으로 옮길 생각이며, 닌텐도는 스위치 콘솔의 거점을 중국에서 동남아시아로 대거 이전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정부는 글로벌 기업들이 제조 거점을 외부로 옮기는 등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면 보복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으나, 당분간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하드웨어 제조 파트너인 폭스콘도 중국의 제조 거점을 외부로 옮길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트저널(WSJ)은 12일 영 리우 폭스콘 반도체 부문 책임자가 투자자 콘퍼런스를 통해 애플의 제조 거점을 이전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며, 이는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라고 설명했다. 최근 대만 총통 선거 출마를 선언한 궈타이밍 폭스콘 회장도 지난달 초 제조 거점의 중국 외 이전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애플에 있어 제조 거점 이동은 단기적인 대응이 될 수 없으나 장기적으로는 중국에 대한 압박, 나아가 제조 거점 다변화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 궈타이밍 폭스콘 회장(왼쪽)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위키디피아

두 번째 카드는 우회전략이다. 제조 거점을 중국 외 지역으로 옮기는 한편 판매 및 시장 점유율 확보에 있어 대만을 중심으로 중화권 시장 공략의 방향성을 바꾸려는 행보가 감지된다.

애플이 대만 중심가인 신이지구에 두 번째 애플 스토어 매장을 건설하는 장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해 2월 디어드레 오브라이언 수석부사장이 애플스토어 총괄로 임명된 후 대만을 중심으로 중화권 시장의 판을 새롭게 짜려는 행보라는 분석이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완전히 포기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으나, 대만을 중심으로 중화권 및 아시아권 시장 공략을 이어가려는 행보다.

마지막 카드는 자국 정부와의 협상이다. 14일 폴리티코에 따르면 팀 쿡 애플 CEO는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며 애플의 어려움이 커짐에 따라, 이와 관련된 논의가 진행됐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미국 무역대표부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 추가 3000억달러 관세 인상 목록을 분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목에서 애플은 중국에서 제조되는 아이폰이 관세 목록에 포함되지 않도록 자국 정부를 설득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중 무역전쟁이 끝을 모르는 패권경쟁으로 비화됨에 따라 미국 기업의 피해도 커지고 있고, 이와 관련해 미국 기업들의 집단행동이 연출되며 눈길을 끈다. 실제로 월마트와 타겟 등 미국 600개 기업은 14일 자국 정부에 공개서한을 보내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를 우려했다. 이들은 "미국의 정책은 중국의 불공적 무역 관행을 바꾸는 것에 도움되지 않는다"면서 "미국의 피해도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애플의 고민과 정확하게 일치되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