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게임 업체 넵튠이 ‘보는 게임’ 시장에 본격적으로 베팅하고 있다. 신규 법인 넥스포츠를 설립하고 이스포츠와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관련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샌드박스네트워크와 스틸에잇 등 지분 전부를 넥스포츠에 양도할 방침이다. 보는 게임 사업이 각광을 받고 있는 가운데 넵튠의 사업 전망에 관심이 모인다.

▲ 게이머가 게임을 하고 있다. 출처=이미지투데이

14일 업계에 따르면 넵튠은 최근 공시를 통해 신규 법인 넥스포츠를 설립하고 넵튠이 보유한 스틸에잇(구 콩두컴퍼니) 주식 147만3200주(144억 1231만원) 샌드박스네트워크 주식 4255주(121억3363만원), 망고스틴 주식을 넥스포츠에 양도하고 현물 출자한다. 망고스틴의 주식 905주(7억6432만원)와 20억원 규모 전환사채권은 처분하고 현물출자에 보태기로 했다. 총 현금 및 현물 출자 규모는 293억원이다.

신규 법인 설립에 현물출자가 필수적인 것은 아니지만 넵튠은 보는 게임 사업의 주체를 일원화하기 위해 넥스포츠에 관련 주식을 모두 양도하기로 했다. 앞으로 해당 사업은 넥스포츠에서 전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넵튠이 보는 게임 시장에 관심을 두고 투자를 시작한 건 지난해다. 넵튠은 스틸에잇의 지분 33.8%, 샌드박스네트워크의 지분 23.9%을 가지고 있어 양사의 2대 주주다. 

스틸에잇은 이스포츠 프로 구단을 운영하는 회사이고 샌드박스네트워크는 MCN 기업이다. MCN 기업이란 영상 크리에이터들을 회사에 영입해 지원·관리해주며 수익을 나눠 갖는 형태로 운영하는 법인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유튜버 세계에서의 연예 기획사 역할을 수행한다.

보는 게임이란 정확한 개념 정의가 있는 건 아니지만 말 그대로 게임을 보는 형태를 통칭한다고 볼 수 있다. 이스포츠 시청뿐만 아니라 BJ·유튜버·스트리머들의 게임 방송을 보는 것도 이 범주로 분류된다. 과거 2000년대에도 인기 게임의 프로리그 TV 방송을 중심으로 보는 게임 문화가 정착된 바 있지만 1인영상 플랫폼이 발전하며 대중성과 영향력 모두 비약적으로 커졌다.

넵튠 정욱 대표는 지난 2018년 5월 샌드박스네트워크 투자 결정을 알리며 “보는 게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라며 “그런 의미에서 샌드박스네트워크와 콩두컴퍼니는 더없이 좋은 파트너”라고 말한 바 있다. 넵튠 관계자에 따르면 넵튠은 지분 투자 이후 양사 사업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았다. 

MCN과 이스포츠 시장이 성장 가능성을 제시하며 넵튠의 넥스포츠 설립을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샌드박스네트워크는 CJENM의 다이아티비에 이은 2위 MCN 업체다. 동영상 플랫폼이 점점 힘을 얻고 유명 스트리머들을 영입함에 따라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설립 첫해인 2015년 9억원 수준 매출에서 시작해 지난 2017년 매출 140억원, 2018년 280억원으로 늘었고 올해 연 매출 500억원을 목표하고 있다. 아직까지 영업적자는 벗어나지 못했지만 이를 개선하고 2021년 안에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이스포츠 사업도 하고 있다. 샌드박스 게이밍에서 리그오브레전드와 클래시로얄의 프로팀을 운영한다. 리그오브레전드 팀의 경우 올해 LCK 스프링 정규시즌 4위를 기록했다.

▲ 2019 LCK 스프링 개막전 현장사진. 출처=라이엇게임즈

MCN 사업체의 매출이 늘고 있는 건 샌드박스네트워크 뿐만이 아니다. 각 회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트레져헌터의 2018년 매출은 121억원으로 2017년 대비 53% 증가했다. 메이크어스는 2018년 매출액이 전년 대비 30.4% 증가한 300억원을 기록했다. 레페리도는 2017년 매출 45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매출액은 109억원으로 늘었다. 주요 MCN 업체들을 중심으로 시장이 커지고 있다. 

넵튠이 투자한 스틸에잇은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출신 서경종 대표가 운영하는 이스포츠 구단 운영 법인이다. 스틸에잇은 2018년 매출액 7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7년보다 22.8% 늘어난 수치다. 현재 리그오브레전드,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프로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문호준을 필두로 카트라이더 팀을 만들었다. 

주요 이스포츠 종목 대회의 인기는 상당한 편이다. LCK 결승전 티켓은 살 표가 없어 암표 거래를 시도하는 모습도 포착된 바 있다. 프로 대회가 흥행하는 가운데 각 구단의 프로들이 적극적으로 1인 방송 콘텐츠까지 제공하며 보는 게임 시장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보는 게임이라는 화두는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에서도 2년 연속 키워드로 떠올랐다. 지난 2017년 지스타부터는 부쩍 크리에이터들이 부스 행사에 참여하는 모습이 많아졌다. 시연을 라이브로 방송하거나 인기 스트리머가 참여하는 배틀그라운드, 포트나이트 이벤트 대회도 큰 주목을 받았다.

▲ 지스타 2018 참가자들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전현수 기자
▲ 지스타 2018을 찾은 많은 관람객들이 e스포츠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전현수 기자

보는 게임의 장르도 다양해졌다. 2000년대 게임 방송을 본다는 건 대전 게임에 한정된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게임의 리뷰와 게임 플레이 실시간 스트리밍 등을 통해 다양한 장르가 시청자에게 제공된다. 

보는 게임 사업에 적극적인 또 다른 게임 업체로 액토즈소프트도 있다. 액토즈소프트는 지난 2018년 10월 사옥 지하에 이스포츠 전용 경기장 VSG아레나(구 액토즈아레나)를 만들고 운영 중이다. 이스포츠 대회뿐 아니라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 MCN 콘텐츠 제작 등 용도로도 활용한다. 이 또한 보는 게임 사업에 투자하는 모습으로 해석된다. 

넵튠 측은 신규 법인인 넥스포츠를 통해 어떤 사업을 할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사업 초기인 데다가 샌드박스네트워크와 스틸에잇이라는 시장 주요 업체들의 2대 주주인 만큼 양사와의 협업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