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한복판에 거주 중인 작가 콜린 베번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환경문제를 개인적 차원에서 해결해 보기 위해 1년간 특별한 생활을 시도한다. 바로 환경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 '노 임팩트 맨(No Impact Man)'이 되어보겠다는 것. 그와 그의 가족은 자신들이 세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생활의 사소한 부분 하나하나까지 바꿔나간다.

이들은 365일 동안 일회용품을 일체 사용하지 않으며, 지렁이를 이용해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화한다. 그뿐이랴,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행기와 자동차를 사용하지 않고, 유독성 화학물질 배출을 막기 위해 각종 천연 재료로 직접 세제를 제작한다. 농산물 수송 중 탄소배출을 최소화한다며 커피를 포함한 수입 농산물을 일체 섭취하지 않는 것은 애교 중의 애교다.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6개월이 되자, 전기 사용도 중단한다며 집안의 두꺼비집마저 내려버리니 말이다. 우여곡절 끝에 노 임팩트 맨 생활을 종료한 이들은 자신들의 1년을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나만 변해선 변화를 가져올 수 없죠. 하지만 개개인이 변하면 모두를 변하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금세기 들어 지구온난화로 인한 환경의 변화는 뚜렷하다. 국립기상과학원 초대 원장이기도 한 조천호 작가의 책 <파란 하늘 빨간 지구>에 따르면 북극의 3월 해빙은 1980년대만 하더라도 4년 이상 된 경우가 20% 이상을 차지했지만 2010년대 들어 10% 이하로 줄어들었으며, 9월 해빙은 1979년 위성 관측이 시작된 이래로 10년마다 약 13%씩 줄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21세기 안에 여름철 해빙이 북극해에서 사라지는 해가 나타날 전망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변화는 북극의 빙하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지구 평균 기온이 가장 뜨거웠던 18번의 해 가운데 17번이 21세기, 즉 2001년 이후에 발생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뜨거웠던 네 번은 2015년과 2016년, 2017년, 2018년이었다. 최근 들어 우리가 '폭염'이라거나 '찌는 듯하다'고 표현했던 여름철의 날씨가 그저 '여름이어서' 그랬던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런 변화를 마주하고 있는 상태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당장 콜린 베번과 그의 가족처럼 전기와 교통수단을 일체 사용하지 않는 ‘노 임팩트 맨’이 되어야 하는 걸까? 아무런 불편 없이 그들과 같은 생활이 가능하다면 모르겠지만, 현실적으로 이 질문에 대한 대다수의 대답은 아마도 ‘아니다’일 것이다. 과학문명의 발전을 통해 얻어진 각종 문명의 이기들을 어찌 하루아침에 모두 포기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결국 우리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다양한 방법 중 우리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환경에도 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안을 취사선택하여 실행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개인은 환경보호를 위해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하는가? 얼마 전, 환경보호와 관련한 사람들의 의식을 알아보기 위해 간단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질문은 '어떤 활동이 환경보호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지'와 '일상 생활에서 실천하기 쉬운 환경보호 활동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라는 두 가지 항목이었다. 결과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압축이 가능했다. 바로 일회용품을 쓰지 않고, 자가용 사용을 줄이며, 직접 나무를 심으면 환경보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하나하나 살펴보자. 우선 비닐봉투와 일회용컵 등으로 배출되는 연간 탄소 배출량은 1인당 전체 배출량의 약 0.45% 정도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미미하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일회용품 사용하지 않기를 실천하지 않을 필요는 없다. 비닐봉투를 줄이기 위해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거나 일회용 컵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행동이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자가용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다. 1인당 연간 탄소 배출량 대비 약 5%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비행기 이용을 최소화하는 등의 행동을 함께 한다면 환경에 더욱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마지막 활동인 직접 나무심기의 경우 조금 다른 관점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무를 심을 경우 기대되는 단위면적(ha)당 연간 탄소 순 흡수량은 임령 10년생을 기준으로 약 6.91톤이다. 대략 2ha 정도의 면적에 나무를 심기만 해도 나의 연간 탄소배출량을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나무 심기의 효과가 크니 당장 숲으로 달려가 이를 실천하라’는 것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설문조사 결과,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나무 심기 활동의 효용은 이미 알고 있으나, 이를 실천하기는 어렵다’는 대답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아마도 이런 답을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바로 ‘효율적으로 환경보호 활동을 실천하고 있는 단체에 기부하라’는 것이다. 영국의 비영리단체 기빙왓위캔에서는 ‘기부금으로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실시하는 단체를 100곳 이상 추려 그중 가장 비용효율성이 높은 곳’을 알아보았다. 그 결과 비용 효율성이 가장 높은 단체는 '쿨어스'로 매달 1만 5,000원 정도를 기부할 경우 연간 약 30여 명 분의 탄소 배출량을 상쇄할 수 있다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내가 구태여 이런 조사를 한 것은 젊은 영국의 철학자 윌리엄 맥어스킬의 책 <냉정한 이타주의자>의 '효율적 이타주의' 개념에 큰 영감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얼마나 큰 혜택이 돌아가는가, 이것이 최선의 방법인가, 방치되고 있는 분야는 없는가 등의 질문을 바탕으로 선한 행동의 우선순위가 정해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해야 할 선한 행동, 올바른 일에 비해 우리의 시간과 의지는 늘 부족하기 때문이다.

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우리는 콜린 베번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당연히 아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현명하게 주변을 살펴보면 작지만 (게다가 힘이나 노력도 별로 들지 않는) 선한 일들을 할 수 있는 일들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코앞에 닥친 환경 문제도 포함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