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덴마크의 완구회사 레고는 지난 7년 동안 식물에서 추출한 플라스틱으로 블록을 만들려고 노력해 왔다. 출처= LEGO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덴마크의 완구회사 레고(Lego A/S)는 지난 7년 동안 식물에서 추출한 플라스틱으로 블록을 만들려고 노력해 왔지만, 계속해서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처음에는 옥수수로 블록을 만들려고 했지만 옥수수로 만든 플라스틱은 너무 부드러웠다. 밀로 만든 블록은 색을 고르게 흡수하지 못하거나 기본적인 광택을 낼 수 없었다. 그 외 여러 다른 식물을 사용해 만든 블록은 너무 단단해서 분리하기가 어렵거나 잘 깨졌다.

레고의 환경 책임자인 팀 가이 브룩스는 "레고 블록에 맞는 식물성 기반의 플라스틱을 만드는 것은 인간을 달에 착륙시키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케네디 대통령이 사람을 달에 보내고 싶다고 했을 때, 사실 그것을 하기 위한 기술이나 요건들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지요. 연구원들과 기술자들이 직접 그 모든 것을 처음부터 만들어야 했습니다.

레고는 지난 2012년에, 2030년까지 친환경적인 새 원재료 대안을 찾아 사용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회사는 이 도전이 생각보다 큰 일인지를 뒤늦게 깨달았다. 회사는 이 분야의 과학자를 고용하고 연구개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1억 5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레고는 지금까지 200개 이상의 재료 조합을 테스트했지만, 아직도 생산하는 제품의 2%만이 식물성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다. 회사는 지금도 여러 가지 가능성 있는 옵션을 모색하고 있지만 목표를 달성할 재료를 찾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어떤 재료들은 레고의 기존 기계로 성형하는 데 문제가 있었다. 반드시 재생 가능한 플라스틱을 사용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레고는 안정적 생산과 품질을 보증할 만한 식물을 대량으로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언젠가는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5년 전, 10년 전에 고기 맛이 나는 채식 버거를 만들 수 있다고 상상도 못했던 것처럼 말이지요.”

레고의 진전이 빠르지 못한 것은 플라스틱을 만들기 위해 석유 대신 옥수수나 사탕수수와 같은 식물을 사용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레고 공장의 성형 기계에서 제품이 나오고 있다. 레고는 지난해 나무, 덤불, 나뭇잎 모양의 블록을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플라스틱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출처= LEGO

스웨덴의 가구회사 이케아도 석유 사용을 가급적 줄이려고 하고 있지만 이케아가 지금까지 내놓은 식물성 플라스틱 제품은 냉동 가방이 유일하다. 이케아의 원자재혁신 부팀장 요한 브럭은  "이 기술들은 아직 시작 단계"라며 "이러한 재질을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방법에 대해 여전히 많은 도전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코카콜라도 지난 2013년에 2020년까지 모든 플라스틱 병을 식물성 플라스틱으로 바꾸겠다고 약속했지만 ‘자원 제약’을 이유로 목표를 폐기하고 대신 재활용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고는 스스로 한 약속으로 스스로 압박 받고 있다. 플라스틱에 대한 오늘날 소비자 및 규제 당국의 우려는 장난감 같은 영구 제품이 아니라, 빨대나 비닐 봉지 같은 일회용 제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환경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그런 우려가 확대된 데다, 회사 경영진은 그런 공약으로 회사의 건전한 이미지를 보호하기를 원한다.

브룩스는 "우리가 오늘 지구를 파괴하고 있으면서 내일의 역군을 육성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반문한다.

레고의 블록은 까다로운 기준을 가지고 있다. 조립과 분리가 쉬워야 하고, 다양한 온도에서 색깔과 모양을 유지해야 하고,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을 만큼 튼튼해야 한다. 또 수 십년의 내구성을 요하기 때문에 생분해되어서도 안되며, 어린이들에게 해로울 수 있는 어떤 화학물질도 포함되어서는 안된다.

레고는 지난해 브라질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플라스틱으로 만든 장난감 나무, 덤불, 나뭇잎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식물성 기반 플라스틱은 연질이어서 주로 나뭇잎, 용 날개, 낚싯대 같은 부드러운 부품을 만들기 위해 사용한다.

그러나 레고가 매년 판매하고 있는 500억개 이상의 블록에 식물성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것은 엄청나게 큰 도전이다. 레고가 사용하는 폴리머인 아크릴로니트릴 부타디엔 스티렌(acrylonitrile butadiene styrene)의 천연 버전이 없기 때문이다. 레고는 수 년 동안 이를 찾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아직 결실을 맺지 못했다.

▲ 코카콜라는 최근 식물성 플라스틱에 대한 수요를 늘리기 위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식물성 플라스틱 병 제조 기술을 다른 회사들과 공유하기 시작했다. 출처= FoodBev Media

이익단체인 유럽 바이오플라스틱(European Bioplastics)에 따르면, 식물성 플라스틱이 개발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오늘날 연간 생산되는 3억 5900만 톤의 플라스틱 중 식물성 플라스틱의 비중은 1% 미만에 불과하다. 막대한 연구 개발 비용과 환경적 이익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업계의 발전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비평가들은 현재 지구에 사람이 먹을 농작물을 재배할 땅도 부족한데 플라스틱을 만들기 위해 농작물을 재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업계의 연구에 따르면 바이오 플라스틱을 위한 농산물 재배 면적은 전체 농업용지의 0.02%에 불과하다며 그런 비판에 반박한다.

유럽 바이오플라스틱은 바이오 플라스틱의 생산을 증진하기 위해, 각국 정부들에게 바이오 플라스틱에 대한 재정적 인센티브를 도입할 것을 촉구하며 활동 반경을 단순한 재활용 이상으로 넓히고 있다.

이 단체의 간부들은 바이오 플라스틱의 생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업계의 투자가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화학 회사들은 이 새 재질의 사용을 공언하는 고객사가 있을 때에만 단발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결국 업계의 참여가 없으면 레고는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레고는 다른 회사들과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있으며, 네슬레, 프록터앤갬블(P&G), 맥도날드 등과 제휴해 식물성 플라스틱을 위한 공급망을 개척하고 있다.

코카콜라는 최근 식물성 플라스틱에 대한 수요를 늘리기 위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식물성 플라스틱 병 제조 기술을 다른 회사들과 공유하기 시작했다. 코카콜라는 이미 4년 전에 100% 식물로 만들어진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 병을 개발했지만 그것을 늘릴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을 찾지 못했다.

레고도 식물을 30% 사용하는 플라스틱 생산에 성공했지만, 코카콜라와 달리 나머지 70%까지 식물성 재료로 충당하기 위한 방법을 찾지 못해 상품화를 하지 못했다.

"우리는 완벽한 제품을 원합니다.”

고객들은 가끔 회사에 오래된 제품들을 수거해 재활용하는지 물어보는 편지를 쓴다. 그럴 때마다 회사는 “비록 지난 세대를 위해 만든 제품이라도 아직 부숴버려야 할 필요는 없으니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라”고 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