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서울을 비롯한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서 분양가 심사기준을 주변 아파트 시세를 넘지 못하도록 강화하면서 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정확히 말하면 서울에서 재건축 및 재개발을 진행하며 분양을 준비하던 곳들은 갑작스럽게 바뀐 분양가의 엄격해진 심사기준에 당황하며 후분양으로 급선회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HUG가 이 같은 특단의 조치를 내린 데에는 기존의 비교단지 ‘110%까지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다는 점이 신규분양 단지들의 분양가를 올렸고 나아가 주변 시세까지 올리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지난 4월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공급한 ‘방배그랑자이’는 3.3㎡당 4657만원으로 고급주택을 제외하고는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HUG의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분양가는 4월말 기준 1㎡당 778만 4000원으로 일 년 전보다 무려 13.79%가 올랐다. 이는 전국 평균(7.21%)보다 2배 가량 높다. 서울의 분양가 상승이 가파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부분을 부정하기는 어려운 대목이다. 집값 안정화, 특히 서울의 집값 안정화를 목표로 하는 정부 입장에서 HUG를 통해 서울 등 수도권의 분양가에 제재를 걸어야 하는 정책적 이유는 충분하다고 볼 수가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고분양가 관리로 혜택이 누구에게 돌아가냐 하는 점이다. 모든 정책에는 수혜자가 있기 마련이다.

최근 서울에서 신규 분양하는 단지들에 나타나는 현상은 바로 미계약과 현금부자로 압축할 수가 있다. 최근 강남구 일원에 공급된 ‘디에이치 포레센트’ 아파트 역시 20가구가 미계약됐다. 이에 무순위 청약접수에 총 2001명이 접수하며 평균 100.0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의 분양가는 최소 11억 5000만원으로 일반분양의 30%가 미계약이 됐다. 일부 부적격자를 포함해 9억원이 넘어 중도금 대출이 어렵다보니 청약에 당첨이 돼도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미계약분은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현금부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그렇다면 고분양가 심사기준 강화로 서울에서 분양을 준비 중인 단지들이 분양가를 낮출 경우 과연 서민들이 혜택을 볼 수 있을까. 전혀 아니다. 이들은 여전히 서울 분양시장에서 소외될 것이며 결국 현금부자들의 시세차익만 늘어나게 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분양가를 낮출 경우 그만큼 시세와의 가격차이가 커져 로또분양만 대거 양산하게 된다. 또한 서울의 집값은 일반 서민이 대출 없이 접근하기에는 이미 너무 높아졌다. 물론 구별마다 집값의 차이가 크지만 3.3㎡당 2600만원만 넘어도 분양가격이 9억원을 넘기 때문에 중도금대출 규제에 걸리게 된다. 이미 서울 집값은 대출 없이 서민들이 접근을 하기에는 이미 높아져버렸다.

물론 정부 차원에서 집값 안정화를 위한 고분양가 정책을 실시한다면 현재 수준보다 분양가 상승률은 낮게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일반 서민들에게 있어 수치상으로만 의미를 지닐뿐 현재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여기에서 바로 고분양가 규제를 하게 된 원인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 새 아파트의 높은 분양가가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명제 말이다. 새 아파트의 높은 분양가는 수요와 공급 법칙에 의해 형성된 가격이다. 바꿔 말하면 이는 결국 서울권 아파트 공급 부족에서 기인하게 된다는 말이다.

고분양가 규제로 서울권에서 분양을 준비하던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공급 위축은 수요층을 더욱 두텁게 할 것이며 서울 아파트에 대한 강한 수요 압력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결국 주변 시세를 자극해 로또아파트 양산만을 만들어낼 뿐이다.

진정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고민한다면 아파트의 공급을 풀어주고, 서민들이 서울 아파트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줘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