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스쿠찌 역삼테헤란점의 내부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SPC그룹의 카페 브랜드 파스쿠찌가 커피와 수제맥주를 상시 판매하는 매장을 처음으로 열었다. 최근 커피 시장이 규모를 더해가고 개별 브랜드 간 차별화 경쟁은 더욱 심화하는 가운데 주류판매를 고유 정체성으로 공고히 하려는 모양새다.

파스쿠찌, 최근 수익성 하락…대형 브랜드와 양극화 심화

한국외식산업연구원(K-FIRI)이 작년 8월 발행한 보고서 ‘국내 커피 시장 현황 분석’에 따르면 국내 커피 소매시장 규모는 2017년 2조 4000억원으로 2년 전인 2015년 2조 2376억원 대비 8.9% 증가했다.

커피전문점 시장도 매장 수를 기준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너무 많은 점포의 출현으로 경쟁이 심화함에 따라 브랜드별 월평균 매출액은 기타 업종 대비 저조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2017년 4월 기준 전국 커피전문점 점포 수는 9만1818개로 2년 4개월 전인 2014년 12월 5만6101개에 비해 63.7%나 증가했다. 반면 2017년 2월 기준 카페업종의 월평균 매출액은 1370만원으로 전체 업종 3782만원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파스쿠찌도 최근 수년 간 매장 수를 늘려오고 있지만 영업실적은 정비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스쿠찌 운영사 파리크라상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2018년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파스쿠찌 매장 수는 2015~2017년 3년 간 각각 402개, 417개, 447개로 집계됐다. 파스쿠찌는 작년 말 기준 매장 수가 480여개로 전년대비 증가했다고 밝혔다.

다만 2015년과 2017년 각 해의 영업이익은 684억원에서 36.4% 감소한 435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에서 영업외수익·비용을 가감하고 법인세, 특별손실 등을 뺀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517억원에서 36.9% 줄어든 326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스타벅스, 이디야 등 주요 인기 브랜드들의 실적은 높아지고 있다. 같은 기간 스타벅스 영업이익은 471억원에서 무려 142.9%나 증가한 114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디야의 영업이익도 163억원에서 202억원으로 23.9% 증가했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취업난으로 자영업자가 늘어남에 따라 커피전문점 점포 수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최상위권 브랜드를 제외한 브랜드들의 실적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브랜드 차별화에 대한 전문적 분석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 파스쿠찌 역삼테헤란점에서 종업원이 수제맥주를 잔에 따르는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파스쿠찌, ‘낮커밤맥’ 니즈 공략 나서

파스쿠찌는 차별화 전략의 일환으로 커피 프랜차이즈 최초로 매장에서 수제맥주를 판매하고 나섰다. 낮에는 커피를 마시고 밤에는 맥주를 즐기는 ‘낮커밤맥’ 트렌드가 반영된 특화매장 역삼테헤란점을 서울 역삼동에서 12일 오픈했다.

이 매장에서는 기존 일부 매장에서 판매하던 페로니, 비라 모레티 등 이탈리아 맥주 제품 2종과 함께 수제 맥주 3종을 판매한다. 이 맥주는 국내 수제맥주 전문업체 핸드앤몰트로부터 공급받는다. 핸드앤몰트는 앞서 파스쿠찌 모그룹 ‘SPC그룹’의 일부 외식브랜드에 수제맥주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기업이다.

낮커밤맥 콘셉트지만 맥주 제품은 가게 운영시간 내내 제공된다. 청소년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매장인만큼 종업원들은 맥주를 구매하려는 고객의 신분증을 확인한다. 기존 매장에서도 판매하던 피자의 일종인 이탈리아식 제빵 제품 포카차도 판매한다. 종업원은 매장 내 별도 마련된 공간에서 원재료를 활용해 모든 조리 과정을 직접 실시해 포카차를 만든다.

파스쿠찌는 이번 특화매장을 통해 브랜드 사상 유례없는 시도들을 감행했다. 맥주를 판매하는 파스쿠찌 매장은 앞서 전국에 13곳이 운영되고 있지만 수제맥주는 이번 새 매장에서 처음 판매된다. 특화 매장의 업태가 ‘일반음식점’으로 시작한 부분도 기존 매장과 다른 요소다. 기존 13곳은 술을 판매하지 않는 ‘휴게음식점’에서 일부 인테리어를 개조하고 조리시설을 구축한 ‘일반음식점’으로 업태 변경됐다.

▲ 파스쿠찌 역삼테헤란점에서 판매되는 포카차 상품.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업계 “레드오션 커피 시장서 사업 외연 확장 성공할진 지켜봐야”

다만 업계에서는 파스쿠찌의 모험적 시도에 불안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파스쿠찌의 시장 입지가 다른 유수 브랜드에 비해 약한 상황에서 사업성이 검증되지 않은 아이템을 내놓은 점에 적잖은 리스크가 따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종업종 상품을 실험적으로 도입한 점은 소비자들로부터 수요보다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기업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카페는 소비자들에게 휴식공간으로서 통상 인식돼오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파스쿠찌가 주류를 판매하는 행보는 자칫 브랜드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포카차 등 각종 상품들도 주류를 판매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안주거리로 삼을 만한 제품으로서 함께 내놓은 것으로 분석한다”면서도 “시장 경쟁이 너무나 치열한 만큼 만일에 대비해 초기 투자 규모와 유지비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스쿠찌는 주류를 판매하는 행보가 단순히 수익성 강화를 노리기보다 브랜드 차별화 전략에 방점을 찍었다는 입장이다. 특화매장을 이번에 처음 시장에 선보인 만큼 고객 반응을 충분히 수렴하고 향후 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파스쿠찌 관계자는 “특화 매장에서 주류를 판매하는 것은 파스쿠찌의 새로운 시도 가운데 하나로 후속 사업 계획은 아직 미정”이라며 “방문객의 낮커밤맥 니즈를 충족시켜나감으로써 다양한 고객층이 즐길 수 있는 파스쿠찌가 되는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