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자동차 리콜 제도의 효용성을 높이기 위해 관리 및 처벌 요건을 명확히 명기하고, 실효성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제기됐다.

12일 김상훈 의원, 한국자동차안전학회가 주관한 '자동차리콜 법·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정부의 합리적인 리콜 관리감독 권한을 강화하고, 제작사의 신속한 리콜 실시를 유도할 수 있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날 전문가들은 현 법률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 ▲위험의 예견 가능성 ▲형사처벌의 형평성 ▲정부와 제조사의 노력 ▲소비자에게 주는 효용감 등 대부분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홍익대 법학과 류병운 교수는 현행 자동차관리법의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자동차관리법 제31조 리콜 요건이 불명확한 점을 들었다.

류 교수에 따르면 현행법상 리콜은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등의 결함’이 있는 경우 시행한다는 규정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이 규정은 리콜의 대상과 요건을 명확히 지정하지 않았고, 이에 소비자와 제작사 모두 혼란과 불편을 받는다는 것이 류 교수의 주장이다.

류 교수는 "모호한 규정으로 인해 제작사, 소비자, 관련부처간 리콜 필요성 판단에 심각한 견해 차이가 생길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제작사는 문제의 원인 파악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리콜을 시행해야 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 역시 결함차량에 대한 피해구제를 전적으로 제작사에게 의존해야 하고, 소비자는 정확한 결함 원인이 무엇인지 알 지 못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정합성 없는 법 체계도 수정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류 교수는 "자발적 리콜을 실시하지 않을 경우에는 처벌 규정이 있지만  정부가 내린 강제적 리콜에 대한 불이행은 처벌규정이 없다"며 법 체계의 잘못된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는 입법과정상 실수로 체계정당성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처벌을 우선하는 국내 법·제도 문화가 아닌 근본적으로 소비자의 안전을 강화시킬 수 있는 리콜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과 캐나다와 같이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의 사례 제시 ▲리콜에서 제외되는 결함의 사례 등을 정하고, 이를 구체화하는 등 필요 사항을 정량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북미의 경우 ▲결함으로 인한 사망·상해 건수의 일정 비율 초과 ▲무상수리 부품의 결함 건수 일정 비율 초과 ▲소비자 클레임 건수가 일정 비율을 초과 등을 리콜 요건으로 정하고 있다.

법 제도의 문제점은 시민 단체에서도 지적됐다.

박상훈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현행 자동차관리법의 자발적 리콜에 대한 형사처벌은 죄형법정주의 위반 등 위헌적 요소가 있다"며 "모호한 리콜 요건에 형사처벌을 부과하고 있는 현 규정으로는 제작사의 리콜 의무 해태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의 임기상 대표 역시 제도의 구체성 부족을 지적했다.

임 대표는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등의 결함이 있는 경우'의 요건과 '결함 사실을 안 날부터 지체 없이'의 요건을 구체화 할 필요가 있다"며 "제작사가 무엇이 결함이고, 결함을 언제부터 안 날인지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별사안에 명확하게 적용해 제작사가 리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도록 이를 구체화하여 리콜 관련 객관적인 판단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