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후의 도시를 설계하라> 조재성 지음, 새빛 펴냄

 

[이코노믹리뷰=성시현 기자] 흔히 ‘빌딩 숲’이라는 단어로 도시 풍경을 표현한다. ‘숲’이란 말이 무색하게 대형 시멘트 건물의 삭막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높고 낮음의 차이만 있을 뿐 서로 별 다를 것 없어 보였던 빌딩들이 저마다의 얼굴과 스토리를 담고 있다는 흥미로운 얘깃거리를 던진 책이 출간됐다. 조재성 원광대 명예교수가 들려주는 도시 이야기이다.

도시개발 전문가인 저자는 지난 3년간 미국 댈러스, 시카고, 뉴욕을 다니며 ‘도시 구경’을 했다.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당한 도시라는 역사적 아픔을 안고 있는 댈러스는 그 충격과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콘크리트 건물이 즐비하지만 도시 곳곳에 20세기 최고 건축가 중 한 사람인 아이엠페이의 작품이 세워져 있어 삭막한 느낌을 지워냈다. 댈러스는 하이테크 관련 기술 선두 주자로도 각광받고 있어 최첨단 산업을 이끄는 도시로 성장 중이다.

바람의 도시 시카고는 모더니즘 건축을 주도한 ‘시카고 스쿨’(Chicago School)과 ‘프레리 스쿨’(Prairie School)의 본거지이기도 하다. 건축학에서 시카고가 흥미로운 이유는 미니멀리즘을 수용한 모더니즘과 모더니즘을 배격하고 화려함을 표방한 포스트모더니즘이 모두 이곳에서 탄생했다는 점이다. 20세기 초반에는 모더니즘의 강력한 영향을 받아 건축에서 장식을 최대한 제거했다. 때문에 연방센터를 비롯해 장식이라고는 구경하기 어려운 건물들이 지금도 도시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이후 포스트모던 주창자인 로버트 벤츄리의 등장으로 다양한 스타일의 건축물이 생겨나면서 해롤드 워싱턴 도서관을 비롯한 삼각형, 정사각형, 날씬한 직사각형 모양을 띤 아르데코 양식의 초고층 빌딩들이 시카고를 미래 도시 형태로 만들어가고 있다.

다음은 ‘세계의 수도’로 불리는 뉴욕이다. 뉴욕은 1916년 현대적인 도시계획제도를 구상해 맨해튼 초고층 건물의 형태와 스카이라인을 만들어냈다. 현재는 2025년 완공 예정인 도시형 복합공간 ‘허드슨 야드’ 사업의 전개로 새롭게 떠오르는 뉴욕 랜드마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오래된 대형 철도역과 주차장 등이 있던 버려진 땅에 가장 럭셔리한 첨단 건물들이 들어서며 도시의 모습을 탈바꿈할 예정이다.

저자는 뉴욕에서 서울의 미래 모습을 그렸다. 뉴욕에 옛 모습을 간직한 소호가 있다면 서울에는 명동과 인사동이 있다. 뉴욕에 초고층 빌딩 숲인 미드타운이 있다면 서울에는 강남 테헤란로가 있다. 서로 닮은 듯한 두 도시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 바로 뉴욕은 ‘그리움’의 대상이지만 서울은 그렇지 않다는 점. 저자는 책에서 서울이 왜 사람들에게 그리움의 대상이 되지 않는지에 대한 의문을 짚어봄과 동시에 미래를 이끌 도시로서의 액션 플랜 필요성을 강조했다. 희로애락을 겪은 다른 도시들의 역사에 빗대어 100년 후의 서울을 마음껏 그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