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로콥터(Volocopter)와 스카이포트(Skyports)가 구상하는 수직 이착륙장 가상도. 싱가포르의 이착륙장도 이와 유사한 형태가 될 것이다.   출처= VOLOCOPTER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앞을 내다보는 몇몇 투자자들이 사람이 탑승하는 차세대 자율 드론이 등장하면 이 드론들이 이착륙할 장소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벌써부터 드론 이착륙장 장소 확보 경쟁이 시작됐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런던, 싱가포르, 그리고 호주 멜버른의 투자자들은 ‘수직 이착륙장’(vertiport)이라는 이착륙 시설을 건설할 곳을 찾고 있다. 수직으로 이착륙 하는 드론 시대가 오면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는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미 유망 장소에 임대 옵션을 취득한 투자자들도 적지 않고, 많은 투자자들이 현재 헬리콥터 이착륙장으로 쓰고 있는 시설의 위성사진을 샅샅이 뒤지고 있다. 마이애미의 한 부동산 개발회사는 건물 옥상의 수영장이 향후 드론 이착륙장으로 개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사람이 탑승하는 드론이 상업적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려면 적어도 10년은 더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드론 디자인도 확실하게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수직 이착륙장을 설계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탑승용 드론 개발이 완료되면 이착륙장을 바로 만들 수 있는 장소를 미리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아이디어는 좋은 장소를 확보해 놓음으로써 드론 운영자들이 드론을 이착륙시키고, 배터리를 충전하고, 드론을 밤새 주차해 놓을 수 있도록 유료 임대한다는 것인데, 투자자들은 수백 대의 드론이 이 장소를 이용할 경우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투자자들이 아직 초기 단계에도 진입하지 않은 드론 이착륙장에 뜨거운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위험에도 불구하고 드론이 앞으로 얼마나 큰 기회를 가져올 것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자율주행 드론이 도시 상공을 비행하는 데 필요한 항공교통 관제시스템을 개발하는 스타트업도 있고, 드론용 고성능 배터리를 개발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여기에 소비자나 기업들에게 상품을 배송하기 위해 드론을 실험하고 있는 회사도 한 두 곳이 아니다.

호주 멜버른 시의원을 지냈고 현재는 스카이포츠(Skyportz)라는 드론 이착륙장 개발회사를 설립한 클렘 뉴턴브라운은 "이제 이 분야의 퍼즐에서 남은 조각은 기술이 아니라 과연 이 드론들을 어디에서 이착륙시킬 것이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런 이착륙장 네트워크가 없다면 그동안 드론에 들어간 모든 생각과 기술은 세상에 선 보일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수직 이착륙장에 투자하는 것은 비용이 꽤 드는 일이다. 충전소와 여객 라운지가 완비된 이착륙장 한 곳을 건설하는 데 100만 달러(12억원) 이상이 들 수 있으며, 대도시에는 수 백 곳의 이착륙장이 필요할 수 있다. 기존의 헬리콥터 이착륙장을 사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지만, 대부분의 헬리콥터 이착륙장들은 단지 헬리콥터 한 대가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 주차장, 충전소, 승객용 라운지를 위한 공간이 부족할 뿐 아니라 위치상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장소일 수도 있다.

또 이에 대해 앞으로 규제당국이 개입할 수도 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 대변인은 "FAA가 새로운 이착륙장 시설을 허가할 것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 마이애미의 한 부동산 개발회사는 건물 옥상의 수영장이 향후 드론 이착륙장으로 개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출처= WORLD SATELLITE TELEVISION NEWS

수직 이착륙장 투자자들은, 크고 평평한 지붕을 가진 쇼핑몰과 주차장 건물, 그리고 인근에 사용되지 않는 주차장이 있는 스포츠 경기장과 콘서트 장소를 우선적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옥상까지 엘리베이터로 올라갈 수 있는 사무실 건물도 적합할 수 있다. 몇 십년 후에는 수직 이착륙장이 지금의 터미널처럼 드론이 하루에 수천 번 이상 드나드는 독립형 고층건물이 될 수도 있다.

영국의 스타트업 스카이포트(Skyports)의 던컨 워커 전무는 회사가 런던에 약 15개의 장소에 대한 권리를 이미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독일의 드론 설계회사 볼로콥터(Volocopter)와 협력해 싱가포르에 수직 이착륙장 프로토타입 건설 프로젝트를 맡고 있다. 물론 아직은 실제 드론의 비행보다는 배터리 교환 시설, 승객 체크인, 보안 측면의 설계를 테스트하게 될 것이다.

2023년까지 수직 이착륙 차량을 이용한 운송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는 우버도 2016년 백서에서 필요한 기반시설의 규모를 요약 설명한 바 있다. 이 백서에 따르면, 서 너 개의 대도시에는 한 번에 12대의 차량이 이용할 수 있는 수직 이착륙장을 취급하는 83곳이 필요할 것이며 1억 2100만 달러(1400억원)의 개발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했다.

우버는 수직 이착륙장을 직접 소유하거나 건설할 계획이 없지만 부동산 개발회사들과 협력하고 있다. 지난 11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이 회사의 연례 회의에서 우버는 항공 운송 서비스를 선보일 첫 해외 도시로 호주 멜버른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내에서는 댈러스와 로스앤젤레스에서 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우버는 또 7월부터 맨하탄과 JFK 국제공항 사이를 헬리콥터로 운행하는 우버 콥터(Uber Copter)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워싱턴 DC 지역의 투자회사 넥사 캐피털 파트너스(Nexa Capital Partners)의 마이클 다이먼트 수석파트너는 수직 이착륙장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들이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70개 이상의 도시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이 분석을 위해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사용해 각 도시의 헬리콥터 착륙장에 대한 구글 어스 이미지를 직접 스캔한다. 헬리콥터 착륙장에 대한 공공 기관의 데이터가 항상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회사는 이 조사를 위해 엔지니어들과 과학자들 단체인 수직비행협회(Vertical Flight Society) 같은 다른 기관들과 협력하고 있다. 다이먼트 파트너는 이 조사 과정에서 일본 토쿄에서만 공공 데이터에는 나오지 않은 헬리콥터 착륙장 400곳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런 곳을 이용하면 적은 인프라 투자로 도쿄를 도시 항공 모빌리티의 환상적인 도시로 바꿀 수 있지요."

마이애미의 부동산 개발회사 로얄 팜(Royal Palm Co.)의 단 코드시 CEO는, 규정에 어긋나지만 않는다면 60층 건물의 옥상 수영장을 드론 이착륙장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드론 제조업체와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 풀장을 개조할 지 여부는 나중에 이 건물의 소유자조합에 달려있지만 그는 "우리가 시대의 흐름에 앞서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누군가 우리에게 감사하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