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에 나가면 보통 라운딩을 즐기기 마련이지만 스트레스만 잔뜩 받고 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연습장에서는 볼 수도 없던 황당한 샷을 구사하며 온종일 공을 찾느라 여기저기 뛰어다니다 못해 동반 라운딩을 한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칠 경우에는 한동안 골프채를 내다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진다. 도대체 누가 골프라는 것을 만들어서 이토록 골머리를 아프게 하는 것일까?

골프의 유래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다.
첫째, 스코틀랜드의 양치기 소년들이 양떼를 돌보면서 스틱으로 돌을 쳐서 들토끼의 구멍에 넣으며 즐기던 것이 골프의 시초가 됐다는 설이다. 둘째는 네덜란드 지방의 어린아이들이 실내에서 즐겨하던 코르프(kolf)라는 경기에서 비롯됐다는 설이다. 13세기 무렵, 네덜란드에서 즐기고 있던 코르(chole)라는 빙상경기가 당시 양모를 중심으로 교역이 활발했던 스코틀랜드로 건너가서 그것이 골프(golf)로 발전됐다는 설이다

셋째는 로마시대 줄리어스 씨저(BC100~44) 통치 시절, 파카니카(Pila ganica) 스코틀랜드성을 정복한 병사들이 야영지에서 쉬던 중 한쪽이 부러진 막대기로 새털로 된 공을 치며 즐겼던 놀이가 오늘날 스코틀랜드에 남아 골프가 됐다는 설이다.

중국에서도 골프의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 본래 중국에서는 골프를 ‘츠이완’이라 불렀는데, 이미 943년에 간행된 남당(南唐)의 사서(史書)에 이 사실이 쓰여 있다는 것이다. 지난 1991년 중국 감숙성(甘肅省)의 한 사범대학 체육학부 교수인 링홍링(凌弘嶸)은 호주의 한 학회지에 “골프의 원조는 중국” 이라는 글을 발표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가 이러한 주장을 편 근거로는 지금까지 공인된 골프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1457년 스코틀랜드의 왕인 제임스2세가 국민들에게 내린 골프금지령에 대한 기록인데 현재 중국에 남아 있는 골프에 대한 기록이 제인스2세의 골프금지령보다 무려 514년이나 앞서있다는 것이다.

이에 미국 워싱턴 포스트지에서는 ‘중국의 골프 유래설’ 에 대해 ‘말도 안 된다’며 ‘파스타나 피자도 원래 중국음식이였다고 생각하는 것이 중국 사람들’이라 반박했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에서도 ‘국내 최초의 골퍼는 세종대왕’이라는 논문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최근 SBS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로 세종대왕이 재조명되고 있는데 이진수 한양대 체육대 교수가 발표한 ‘국내 최초의 골퍼는 세종대왕이었다’라는 논문을 보면 ‘13세기 중국 원(元)나라의 ‘츠이완’이란 경기가 우리나라에 전래돼 골프와 비슷한 봉희(棒戱)로 바뀌었다’는 내용이다.

실제 세종 3년(1421년), ‘조선왕조실록’에는 이렇게 설명돼 있다.
“편을 갈라서 승부한다. 채는 숟갈 같고, 크기는 손바닥만 하다. 두꺼운 대나무를 물소가죽으로 싸서 자루를 만든다. 구의 크기는 달걀만하고, 마뇌나 나무로 만든다. 땅에다 주발만한 구멍을 파고 무릎을 꿇거나 서서 공을 친다. 공이 굴러서 구멍 가까이 이를수록 좋고, 구멍에 들어가면 점수를 얻는다.” 기록을 보면 지금의 골프게임과 아주 흡사하기 때문에 한국 골프역사에 대한 이진수 교수의 논문에 힘이 실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렇듯 골프의 유래가 모두 다르니 과연 골프의 정의는 무엇이라 돼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지식사전에 골프를 검색해 보면 ‘클럽이라고 부르는 골프채로 작은 공을 쳐서 홀에 넣을 때까지 타수가 적은 사람이 승리하는 경기’라고 나와 있다.

누가 만들었던, 언제 시작했던, 결론은 적은 타수로 홀 컵에 넣으면 이기는 것이 골프다. 결국 누가 가장 먼저 홀 컵에 먼저 넣느냐는 것이 관건인데 많은 타수로 사방팔방을 누비며 홀에 넣을 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닥친 현실이다
프로처럼 매일 연습을 할 수도 없고 고민이 아닐수 없다. 다만, 매일 골프만 치는 프로선수들도 가끔 엉뚱한 샷을 날리며 속을 끓이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역시 골프는 어려운 운동인가 보다.

골프용어에 유달리 새가 많은 이유는?

‘버디(Birdie)나 ‘파(Par)’ 라고 불리는 골프 용어는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일반적인 ‘버디’의 의미는 ‘한 타를 덜 치는 것’이다. 과거에는 ‘1언더’ 라고 불렀다고 한다. ‘버디’라는 말은 뉴저지 아틀란틱시티에서 ‘조지 크럼프’라는 골퍼가 친 샷이 우연히 새를 맞춘 후 홀 컵 옆에 공이 멈췄고 덕분에 1언더를 기록한 후 이것을 ‘버드(Bird)라고 불렀다. 버드는 후에 ‘버디’로 발음하기 좋게 변했다고 한다.

한편 골프용어는 ‘새’로 비유해 이름을 붙였다는이야기도 있다. 버디는 공이 날아가는 모양이 작은 새와 같다고 해서 ‘버디’라고 이름 붙여졌다고도 한다. 때문에 ‘이글(Eagle)은 두 타를 덜 쳤으니 버디보다 더 큰 새인 독수리 이글(Eagle)이라 붙여진 것이고 이보다 한 타를 덜 친 것을 독수리보다 더 큰 새인 ‘알바트로스(더블이글)’ 라 부르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작은 새는 버디. 버디보다 큰 새는 이글. 이글보다 더 거대한 새는 더블이글. 즉 알바트로스인 셈이다.

그럼 골프장에서 보기 아주 드문 ‘4타 줄이기 샷’의 명칭은 과연 무엇일까? 바로 ‘콘도르’라고 불리는 대형 독수리(Condor)가 정답이다. TV에서나 보던 이름도 생소한 새의 이름이 골프용어에 사용되고 있었다는 것은 프로선수인 내게도 역시 놀라운 일이다. 이쯤되면 골프장에서 새를 맞춰 시작된 버디의 유래가 진실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그렇다면 파(Par)는 어디서 나온 말일까? 먼저 각 홀의 기본타수로 치는 것을 파(Par) 라고 한다. 공식적으로는 1908년 미국골프협회USGA 에 의해서인데 파의 어원은 본래 라틴어에서 따온 말로 ‘동등하다 혹은 탁월하다’라는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파’라는 용어가 생기기 전만 해도 기본타수가 ‘보기(Bogey)’였다고 하는데 영국에서는 1890년만해도 보기플레이 정도로만 플레이를 할 수 있다면 굉장히 수준급이었기 때문에 ‘보기’가 ‘파’같은 대접을 받은 모양이다.

보기(Bogey)의 유래는 영국의 자장가에서 왔다고 하는데 보기맨(Bogeyman) 이라는 도깨비가 있는데 아이가 울면 이 도깨비가 등장했다고 한다. 실제로 미국에서 라운딩을 하면서 더블보기(파4에서 6)를 하면 식스(six)라고 해야 하지만 섹스(sex)라고 하기도 한다. 일반 골퍼도 그렇겠지만 선수들끼리도 엄청난 스코어인 8을 기록할 때가 있는데 그때는 8의 모양을 빗대 스노맨(눈사람) 이라고 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라운딩을 하다 보면 매 홀 ‘보기다, 파다’라고 스코어를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자기가 친 스코어 숫자를 바로 부른다. 이처럼 나라마다, 골프장마다, 모임마다 용어들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이렇게 골프와 골프용어의 유래를 알고 라운딩을 한다면 또 다른 골프의 즐거움과 묘미를 만끽할 수 있지 않을까.

여민선 프로 minnywear@gmail.com
LPGA멤버, KLPGA정회원, 자생 웰니스센터 ‘더 제이’ 헤드프로, 방송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