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중 무역전쟁이 글로벌 패권 다툼으로 본격화되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압박을 받고있는 중국 기술굴기 선봉장 화웨이가 생존을 위한 악전고투에 나서고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 최신 버전 접근이 차단된 상태에서 자체 운영체제 개발에 속도를 내는 한편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며 플랜B를 모색하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브라질이 화웨이 통신 장비를 채택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1일 화웨이가 독자 운영체제 훙멍의 존재를 공식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정상참작이 가능한 환경에서만 사용될 것'이라는 전제가 붙기는 했으나 화웨이가 백업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안드로이드와 윈도가 화웨이 운영체제의 첫번째 선택이지만, 상황이 달라지면 백업 시스템, 즉 독자 운영체제를 가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화웨이의 독자 운영체제인 훙멍은 지난 3월 화웨이 소비자 부문 책임자인 리처드 위청둥이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처음 공개했다.

이미 중국은 물론 유럽에 관련 상표권 등록이 끝났으며, 최후의 순간 화웨이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라는 점에서 시선이 집중된다. 삼성전자가 바다 및 타이젠을 통해 독자 운영체제 구축을 시도한 바 있으나 모두 실패했다는 점에서 훙멍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다만 훙멍은 아직 초기단계며 당장 가동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가 독자 운영체제 훙멍 카드를 만지작 거리는 상황에서 러시아 운영체제 아브로라 카드도 등장했다. 로이터 등 외신은 12일 화웨이 경영진이 콘스탄틴 노스코프 러시아 디지털 개발·통신 장관과 협의해 아브로라 협력에 대해 논의했으며, 현재 화웨이는 아브로라를 자사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흐르며 중국과 러시아의 거리는 한층 가까워지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회동했으며, 이 자리에서 러시아는 화웨이 통신 장비를 전격 채용하기로 결정했다.

러시아 통신회사 MTS는 2020년까지 화웨이 통신 장비를 통해 5G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그 연장선에서 화웨이가 러시아의 아브로라를 채택하면 두 국가의 밀월관계는 더욱 공고히 될 전망이다. 러시아에 이어 남미의 경제대국인 브라질도 화웨이 장비를 채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가 생존을 위해 미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미치지 않는 지역을 적극 공략하는 가운데 미국은 동맹국을 중심으로 반 화웨이 전선 참여를 독려하는 분위기가 반복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한국의 입장은 점점 모호해질 전망이다.

실제로 중국 당국이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가 포함된 글로벌 기업을 불러 미국의 제재에 동참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한편, 래리 해리슨 미국 대사는 국내에서 열린 클라우드 포럼에서 한국이 반 화웨이 전선에 들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 기업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CES 아시아 2019 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는 등 좌불안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