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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의 미래전망] 미중 무역전쟁에 숨겨진 미국과 중국의 전략전술
   

트럼프 대통령을 친구라고 부른 시진핑 국가주석

난데없는 상황이 벌어지면, 어떤 의미인지 신중하게 숙고해야 한다. 보이는 상황이 전부가 아닐 때가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 흐름을 바꾸는 변곡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2019년 6월 9일 일요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연례 국제경제포럼 총회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돌발적 행동을 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내 친구’라고 부른 것이다. 지난 2년 간 한 번도 부른 적 없는 호칭이었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시 주석이 “미중 간 무역에서 균열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는 상호 밀접하게 연결돼있다.”면서 “우리는 투자 흐름과 무역 관계를 공유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미중 관계가 붕괴(disruption)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우리는 그럴 의향이 없고, 우리의 파트너들도 마찬가지.”라면서, “내 친구 트럼프 대통령 역시 그러한 의향이 없다. 나는 그에 대해 확신한다.”고 덧붙였다고 보도했다.

이런 발언이 바로 난데없는 상황이다. 과연 지금이 시진핑 국가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을 친구로 부를 상황일까? 정말 친구라면 문제가 없지만, 친구가 아닌 것처럼 보이는데 친구라고 부른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시진핑 국가주석은 왜 친구라 불렀을까?

그런데 이번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친구로 부른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주목을 받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친구라는 호칭을 들은 바로 다음날인 6월 10일 월요일, 트럼프 대통령은 CNBC ‘스쿼크박스’ 프로그램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G20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의 회동이 “예정돼 있다. 그가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우리가 만나지 못하면 우리 입장에서 최선의 거래는 6,000억 달러 어치(약 711조 원) 관세 25%를 매기는 것.”이라고 했다. ‘반갑다 친구야’가 아니라, ‘무섭다 친구야’ 수준이다.

 

전형적인 미국 지도자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전술 기량이 탁월한 대통령이다. 적과 동지에 대한 구분도 분명하고, 사리판단도 정확하다. 동지라고 생각했던 인물들도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으면 가차 없이 처벌한다. 용인술과 업무처리의 귀재이다.

그렇다면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기본 정서에는 무엇이 담겨있을까? 바로 아메리카니즘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인의 보편적 사상이다. 자기 스스로를 하나님의 선민으로 여기는 아메리카니즘은 아메리칸 드림을 목표로 한다. 물론 백인 중심적 세계관이다.

이런 아메리카니즘은 미국 국민문학이라고 할 수 있는 마크 트웨인(1835-1910)의 ‘톰 소여의 모험’이나, ‘허클베리 핀의 모험’과 같은 소설 작품을 통해서 형성된 것이다. 미국인이라면 가져야 할 기본 정신, 기독교사상, 민주주의, 자본주의, 개척정신과 같은 것들이 바로 이들 작품 속에 담겨있다. 국민문학이 국민정서를 만드는 것이다.

소설 작품 한, 두 편이 국민정서를 함양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문학은 국민적 일체감을 만들고, 국민감성을 형성하고, 국민정서를 고양시킨다. 영국 비평가 토마스 칼라일(1795-1881)이 “셰익스피어를 인도와 바꾸지 않겠다.”고 말한 것은 빈말이 아니다. 셰익스피어를 통해서, 잉글랜드, 웨일즈,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등 언어가 다른 여러 민족이 연합할 수 있는 근간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미국 우선주의를 전개하는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내심 중국에 기독교사상, 민주주의, 자본주의, 개척정신을 이식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 이제까지 미국의 영향력이 닿았던 나라들에 자연스럽게 나타났던 현상이기 때문이다.

   
▲ 뉴시스

대표적인 중국 지도자 시진핑 국가주석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국 역대 지도자 중 가장 전략이 뛰어난 지도자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미 종신 지도자의 기틀을 다져놓았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권위는 중국 인민공화국을 건설한 마오쩌뚱 국가주석 수준이다. 위기관리와 인내는 중국 최고이다.

그렇다면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신 바탕에는 무엇이 있을까? 바로 중화주의라는 중국 중심 세계관이다. 중국인은 스스로를 중화라고 부르며 민족 우월성을 자랑한다.

중국인이 보기에는 사방이 전부 오랑캐이다. 동이, 서융, 남만, 북적 등이라고 주변국을 호칭한 것은 바로 그런 생각을 드러낸다. 중화주의는 철저히 한족 중심이다.

그렇다면 이런 중화주의는 어떻게 교육되어질까? 바로 원말 명초의 소설가 나관중(1330-1400)이 지은 ‘삼국지연의’에 기초한다. ‘삼국지연의’는 진수(233-297)의 ‘삼국지’에 서술된 위오촉 3국의 역사를 1,000년 넘게 구전했던 것을 정리한 것이다.

‘삼국지연의’에 구현된 기본 정서는 한족중심, 화이사상, 왕도정치, 무위자연이다. 이런 4가지 사상은 현재 중국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중국 4대 기서에는 ‘삼국지연의’ 외에도 ‘수호전’, ‘서유기’, ‘금병매’가 있지만, ‘삼국지연의’에 담긴 기본 정서를 공유하는 작품은 없다. 그래서 ‘삼국지연의’가 바로 중국 국민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고육계(苦肉計), 혹은 소리장도(笑裏藏刀)

취임 초, 굴기(屈起)를 선언했던 시진핑 국가주석이 굴신(屈伸)의 자세를 취했다. 난데없이 트럼프 대통령을 친구라 부르며, 위세를 낮춘 것이다.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6월 28일 금요일과 29일 토요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릴 G20 정상회담에 시진핑 국가주석이 참석하라고 독려했다. 사실 정황을 따지면, 독려라기보다는 강요이다. 참석하지 않으면,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은 만천하에 드러났다. 그런데 알 수 없는 것이 바로 시진핑 국가주석의 의도이다. 체면을 버린 굴신일까? 아니면 고육계, 혹은 소리장도일까?

‘36계’는 저자 미상의 병서이다. ‘36계’를 언급하는 이유는 ‘삼국지연의’에 소개되는 다양한 사건을 파악하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마중달이 대군을 몰고 쳐들어왔을 때, 준비 없던 제갈공명이 성문을 열고 향파금을 연주했던 공성계(空城計)를 비롯해서, 원소의 근거지 예주를 치는 것처럼 하다 백마를 친 조조의 성동격서(聲東擊西) 등이 ‘36계’에 실린 전략들이다. 고육계, 소리장도도 ‘36계’에 실린 전략들이다.

‘고육계’는 암살자를 다치게 해서 적이 방심하게 하는 전략이고, ‘소리장도’는 적장을 미소로 속인 뒤 비수를 꺼내 공격하는 전술이다. 둘 다 상대를 속이는 것이 목적이고, 결론은 상대를 다치게 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친구라고 부른 시진핑 국가주석. 시진핑 국가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초대를 받아 G20 정상회의에 참석할까?

미국 무역전쟁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방식으로 체결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왜 ‘고육계’, 혹은 ‘소리장도’가 떠오를까? ‘톰 소여의 모험’이나, ‘헉클베리 핀의 모험’은 개척정신 강한 모험서이지만, ‘삼국지연의’는 본질적으로 전쟁서이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본질적으로 관계를 전쟁으로 이해한다. 적과 동지를 나누고, 편을 가른다.

중국 상무부는 최근 “브라질 산 대두 수입이 40%가 늘었고, 아르헨티나 대두 수입은 23배나 급증했다.”고 밝혔다. 또 미국 보잉사는 “중국 정부의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35조 원 대의 항공기 중국 수출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중국 언론은 최근 “미국 자동차 회사에 중국 정부가 많은 세금을 부과했다.”고 보도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친구 호칭은 ‘고육계’, 혹은 ‘소리장도’라는 느낌이 강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다 받아들이더라도, 세 제품에 대해서는 수용불가 입장인 듯 보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세 제품의 출처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이 결집된 친 공화당 지역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트럼프 대통령 재선방해 전략은 아닐까?

이성민 미래전략가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9.06.12  12: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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