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정부가 11일 ESS(에너지저장장치) 화재사고 원인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ESS 업계는 일제히 환영을 표했다. 화재로 인해 올해 ESS 신규수주가 0건이었는데 하반기 반등을 노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다만 ESS용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제조결함이 발견된 만큼 추후 안전성 강화를 위한 추가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 ESS 내부 배터리 랙 모습. 이코노믹리뷰 김동규 기자

ESS업계 “일단 한 숨 돌렸다”

ESS업계는 일단 이번 발표로 인해 ESS 재가동과, 신규 수주의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환영을 표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는 “ESS 설치 중단기간을 오려해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 적용을 6개월 연장한다”고 밝혔다.

태양광 연계는 현재 2019년까지 5.0이 2020년부터는 4.0으로 바뀌는 것으로 예정된 것을 2020년 6월까지 5.0으로 유지하고 7월부터 4.0으로 내리기로 했다. 풍력 연계의 경우 4.5의 가중치를 2020년 6월까지 유지하기로 했고, 7월부터 4.0으로 내리기로 했다. 이로써 업계는 REC 가중치 축소로 인한 ESS 수익성 악화를 6개월간 피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더해 산자부는 ESS 설치기준 개정완료(8월말 예정) 전까지 신규발주 지연에 대한 업계 우려에 대해서도 답을 내놨다. 산자부는 “6월 중순에 ‘사용전 검사’ 기준에 ESS 설치기준 개정사항을 우선 반영해 ESS 신규발주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청한 한 ESS 시공업체 관계자는 “ESS 신규 수주의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이번 정부 발표를 환영한다”면서 “REC 가중치 특례를 연장해 준 것도 ESS 업계 수익성 향상에 중요한 만큼 좋은 대책으로 본다”고 말했다.

ESS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제조하는 삼성SDI와 LG화학도 환영의 뜻을 표했다. 각 사 관계자는 “이번 발표를 보면 화재의 원인이 배터리 때문이 아니고 여러 복합적 요인이 결합해 발생했다고 나온 만큼 정부의 강화된 안전 기준을 더 열심히 지키면서 하반기 ESS 사업을 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증권가도 이번 발표 이후 ESS업계의 반등을 전망했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ESS 배터리 시장은 2017년부터 정부 지원 아래 급성장했지만 연이은 화재의 영향으로 올해 1분기부터 신규 수주가 급감한 상황이었다”면서 “이번 ESS 화재 원인 조사 발표로 배터리 셀에 대한 불확실성이 소멸되고, 전방 ESS 투자 재개로 배터리 수주가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셀 자체 요인으로 일부 불량이 확인됐지만 ESS 화재사고의 원인조사 결과 직접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발표됐다”면서 “이번 조사 결과로 추가적인 충당금 설정 우려가 사라졌고, 하반기 국내 ESS용 2차전지 출하량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 배터리 셀 결함 사례. 출처=산업통상자원부

배터리 제조결함은 풀어야 할 숙제

한편 산자부의 11일 발표에서는 “일부 배터리 셀에서 제조상 결함이 발견됐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산자부는 특정 배터리 회사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 배터리 셀은 LG화학이 제조한 배터리 셀로 알려졌다. 제조상 결함이 발견된 배터리는 산자부의 실증 과정에서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산자부는 “제조 결함이 있는 배터리가 가혹한 조건에서 장시간 사용되면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산자부가 밝힌 배터리 제조결함은 극판접힘, 절단불량, 활물질 코팅 불량 등이다. 산자부는 사고현장의 배터리와 동일한 생산공장, 생산시기의 배터리를 수거해 해체 분석을 진행했다.

이에 대해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제조결함은 불량과 달리 매우 심각한 문제라서 심할 경우 리콜까지 생각해야 하는 이슈”라면서 “제조결함에 관련된 제조사와 생산지, 생산기간을 다 공개해야 하고, 해당 셀에 대해서는 리콜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 국내 ESS 설치 현황. 자료=산업통상자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