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HUG의 고분양가 기준 강화로 재개발·재건축 단지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HUG(주택도시보증공사)는 지난 6일 고분양가 산정기준을 새롭게 제시했다. 1년 이내 신규 분양 예정지 분양가는 종전 분양가의 100% 이내, 분양 후 1년 이상 지난 아파트만 있을 경우에는 아파트 분양가에 시세 상승률에 해당하는 주택가격변동률을 반영하되 최대 5% 내에서만 적용된다. 만약 준공한 아파트만 있다면 주변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 오는 24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이 같은 고분양가 기준 강화에는 인근 단지 평균 분양가나 평균 매매가의 110%까지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게 한 현재 보증제도가 분양가 상승원인으로 꼽히면서 촉발됐다.

실제 지난 4월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분양한 ‘방배그랑자이’는 3.3㎡당 평균 4657만원의 분양가를 받았다. 아파트 최고가이기도 한 이 가격은 불과 2년 전 분양한 ‘방배아트자이’보다 3.3㎡당 1000만원 가량 높다.

이에 고분양가 관리지역인 서울, 과천, 광명, 성남, 분당, 하남 등을 대상으로 분양가 기준 강화 칼을 빼들면서 최근 분양을 준비 중이었던 단지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대표적인 곳이 바로 서울 삼성동 상아2차 아파트를 재건축한 ‘래미안 라클래시’ 이다. 이 단지는 총 679가구 중 112가구가 일반물량으로 이달 분양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갑작스런 HUG의 고분양가 기준 강화로 후분양과 선분양의 기로에 놓여져 있다. 새로 바뀐 HUG기준에 맞출 경우 기준이 되는 단지는 일원동 일원대우를 재건축한 디에이치 포레센트로 이 단지는 전용면적 3.3㎡당 4568만원에 분양가가 책정됐다.

업계에서는 조합측에서 요구하는 분양가가 3.3㎡당 4700만원 이상인 점을 고려했을 때 디에이치 포레센트 분양가 수준으로 낮추기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삼성동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이 곳은 일원 대우와 비교할 게 아니라 서초구와 비교를 해야 한다”라면서 “서초구가 평당 4700만원 수준으로 분양가를 받았는데 이 곳은 입지부터 여러 측면에서 일원대우 보다는 서초구쪽 재건축 단지 수준으로 받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HUG의 분양보증 심사를 넘기 위한 분양가와 조합원 측에서 바라보고 있는 분양가 사이에 차이가 존재하다보니 후분양으로 하자는 의견도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지만 이 마저도 쉽지가 않다. 처음부터 후분양을 계획했던 것이 아니었던 만큼 초기단계로 돌아가 다시 검토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반포3차와 경남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단지인 ‘래미안 원베일리’의 경우 처음부터 후분양을 고려했다”라면서 “이곳 같은 경우 재건축 진행 초기단계로 후분양을 조합에서 고려중인 것과 다르게 상아2차는 당장 분양이 코앞인 상황에서 후분양으로 선회하기에는 리스크가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바뀐 규정으로 인해 곤란에 빠진 곳은 이곳만이 아니다. 지난 2006년 서울 청계천과 을지로 주변 세운상가 일대가 ‘세운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된 지 근 13년만에 아파트를 분양하는 세운3구역도 분양가 산정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중구 입정동에 위치한 세운3-1,3-4·5구역에 들어서는 ‘힐스테이트 세운’은 최고 27층, 998가구(일반분양 899가구) 규모의 주상복합 아파트이다. 강북 중심지와 연결되는 업무·상업 핵심요지에 자리 잡은 세운지구에서 주택 공급이 시작된 만큼 업계에서는 분양가 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제는 인근에서 분양을 한 단지를 거의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분양가 114 자료에 따르면 서울 중구에서 분양을 했던 단지는 2017년 신당동 ‘신당KCC스위첸’으로 당시 3.3㎡당 2025만원에 분양을 했다. 단지 규모는 176규모로 최근 3년간 200가구 미만의 분양단지 2곳만이 공급이 됐을 뿐이다. 인근지역의 기준이 동일 구 내 또는 반영 1km 이내인 점으로 봤을 때 기준으로 삼을 만한 마땅한 단지가 없는데다 평균 매매가를 도출해낼 만한 아파트 단지 역시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분양가 산정 기준이 바뀌면서 사실 혼란에 빠졌다”라면서 “마땅히 기준으로 삼을 만한 곳이 없는 상황에서 최대한 이 달 분양을 할 예정이지만 그만큼 HUG와의 협의도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부 재개발·재건축 단지가 패닉에 빠진 것과 다르게 최근 분양을 진행한 서초구 내 재건축 단지는 제법 여유 로운 상황이다.

서초구 서초2동 서초 무지개아파트를 재건축한 ‘서초그랑자이’는 고분양가 심사 기준이 강화됐지만 이달 분양을 계획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미 앞서 방배그랑자이가 3.3㎡당 평균 4657만원에 받았던 만큼 조합 역시 이 분양가 수준으로 받을 것이 예상되어왔기 때문이다.

조합 관계자는 “종전 분양가의 100% 이내로 분양가가 책정되는데 이미 4월에 분양을 한 단지가 있기 때문에 분양가에 대해서 조합원들의 예측 수준이 고분양가 심사 강화 전후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라면서 “6월 분양은 예상대로 진행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하반기 분양이 예정된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장 역시 고민이 깊어지기는 매한가지다. 이 단지는 강동구 둔촌동 170-1 일대에 지하3층~지상 35층, 85개동 1만2032가구가 들어서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라 불리고 있다.

올 하반기 공급이 예정되면서 업계의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지만 고분양가 심의라는 벽에 벌써부터 공급이 미뤄질 것이란 예측이 돌고 있다.

당시 조합은 재건축을 진행하면서 조합원당 5000만원 환급을 약속했지만 조합원들에게 이 같은 이익이 돌아가기 위해서는 3.3㎡당 평균 3400만원에서 3900만원 수준으로 분양가가 책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HUG의 고분양가 기준에 따라 같은 구인 강동구로 볼 경우 비교 사업장은 지난해 6월 분양한 고덕자이로 이 단지는 당시 3.3㎡당 2400만원에 분양이 됐다.

HUG의 분양가 심의를 통과하기 위한 분양가 수준과 조합측에서 예상한 분양가 수준의 차이가 큰 만큼 이 곳 역시 후분양제 도입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단지규모가 큰 만큼 4차례에 나눠서 분양을 하는 방법도 제시됐지만 쉽지만은 않다.

조합관계자는 “당장 분양을 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조합원들 의견을 비롯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봐야 될 것 같다”라면서 “단지 규모가 크기 때문에 후분양을 할 경우 자금마련에 대한 부담이 커 쉽게 결정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