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최근 인도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며 큰 이변이 없는 한 점유율 2위 화웨이의 비상이 주춤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불확실성도 높아지는 가운데, 커지는 인도 스마트폰에 승부수를 던지려는 국내 제조사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역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나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중국에 이어 또 하나의 '신시장'으로 분류된다. 성장의 여백도 넓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스마트폰 보급률은 25.3%에 그쳤으며, 2022년에는 45.1%로 확장될 것으로 예상했다. 아직은 중저가 중심의 시장이지만, 인도는 약속의 땅인 셈이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은 반도체 수출 지수로도 설명할 수 있다. 10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개인도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0% 가깝게 폭등했으며, 반도체가 무려 4억9000만달러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48.5% 올라간 수치다. 국내 반도체 총 수출액이 같은 기간 316억20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9.5% 줄어드는 등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 종료 여파가 상당한 가운데, 인도에 반도체 수출이 크게 늘어난 이유로는 현지 스마트폰 제조 및 판매 호조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현재 인도에는 총 268개의 휴대폰 공장이 운영되고 있다. 현지 스마트폰 시장 상승세를 두고 업계에서 '무서울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놓는 이유다.

▲ 모디 총리가 재집권에 성공했다. 출처=갈무리

삼성 "가전부터 스마트폰까지"
삼성전자는 인도를 주요 거점으로 삼아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해 7월 인도 노아디 공장 증설을 계기로 외부에서 제작한 스마트폰을 인도에 수출하는 수준을 넘어, 인도에서 제작한 스마트폰을 인접국인 방글라데시 등으로 수출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당시 노이다 공장 증설식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했으며, 인도의 모디 총리도 현장을 방문해 높은 관심을 보인 바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 스마트폰 제조 거점을 완전히 철수하며 인도에 일부 라인업을 구축, 현지 시장 장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갤럭시A2 코어를 비롯해 갤럭시A10으로 시작되는 중저가 라인업을 연속 출시했고 갤럭시N40과 갤럭시A80도 출시할 계획이다. 올해 1월부터 지금까지 갤럭시A 시리즈 500만대가 인도 시장에서 판매된 가운데, 삼성전자는 중저가 중심의 인도 스마트폰 시장을 완벽하게 장악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하락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업계에서는 조심스럽게 삼성전자의 선두 탈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중국의 샤오미는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1분기도 비슷한 분위기다. 샤오미가 30.1%를 유지하며 1위를 기록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22.7%, 비보와 오포는 각각 13.3%, 7.7%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샤오미가 조만간 미9의 파생 라인업 출시를 예고하며 굳히기를 시도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M 시리즈와 A 시리즈의 합동공격을 통해 판을 흔들겠다는 각오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은 물론 반도체 수출, 나아가 가전 및 전장사업 등 전 영역에서 인도에 집중하고 있다.

10여개 나라에만 출시됐던 삼성 가전의 간판인 QLED TV 8K가 최근 중동을 비롯해 인도에 진출한 사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5일 인도 뉴델리의 고급 쇼핑몰에서 미디어 행사를 열고 현지에서 QLED TV 8K 라인업을 전격 공개했다. 지난달 중남미에 이어 인도에서 8K TV를 공개하며 인도 시장의 브랜드 강화를 노린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의 전장 자회사인 하만도 4일 인도 서부의 마하라슈트라주 차칸 공장에서 시설 확장에 돌입했다. 2014년 설립된 현지 공장에 총 600억원을 투자해 생산 라인업을 기존 2개에서 2021년 6개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디지털 콕핏 등 핵심 생산품이 현재 연 20만대 수준에 불과하지만 2년 뒤 12배 늘린다는 야심찬 계획도 나왔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SDI도 인도에서 달리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인도에서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제조용 공장 건설에 돌입했고 삼성SDI는 현지에 스마트폰 배터리 제조공장 건설을 고민하고 있다.

삼성 차원의 인도 사랑도 계속되고 있다. 1995년 인도에 처음 진출한 삼성전자는 노이다에 생산거점과 디자인 센터를, 첸나이에 생산거점을 꾸렸고 벵갈루루에 연구개발 센터를 마련한 상태다. 그 연장선에서 총 42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에 나설 방침이다.

현지 분위기도 좋다. 인도의 유력 시장조사업체인 TRA 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인도에서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 톱10에 이름을 올리며 건재함을 자랑하고 있다. 총 순위는 6위에 불과하지만 휴대전화와 종합가전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TV와 냉장고에서는 3위를 기록하는 등 고무적인 흐름을 보여준 가운데, 여세를 몰아 현지에서 스마트폰을 포함한 전체 경쟁력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 삼성전자의 중저가 스마트폰이 인도 시장 공략의 열쇠다. 출처=삼성전자

LG전자 "인도는 기회"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MC사업본부는 기록적인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의 마지막 제조 거점인 평택 공장을 폐쇄해 베트남으로 이동시키는 등 체질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인도가 LG전자 스마트폰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달 중 인도에서 출시되는 W10이 승부수다. LG전자는 갤럭시M 시리즈에 비견되는 W10 라인업을 통해 현지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인도에서 Z 시리즈 및 타이젠 등 다양한 실험을 이어가며 현지 특화 플랫폼을 다수 구축한 사례가 있으나, LG전자가 인도를 위해 맞춤형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사례는 W10이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북미와 한국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나, 중저가 시장 중심의 인도에서 새로운 전기를 잡으려는 행동에 나섰다고 본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중저가 시장 중심으로 형성된 상태며, 그 중심에서 특화 중저가 라인업으로 일종의 틈새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고 본 셈이다.

LG전자 MC사업본부의 단독 인도 시장 승부수도 눈여겨 볼 포인트다. 스마트폰은 물론 전장, 가전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인도에 집중하는 삼성전자와 달리 LG전자는 현지에 스마트폰 중심의 전략만 가동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LG전자의 강점인 생활가전은 인도가 아닌 일본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최근 LG전자는 일본 도쿄에서 LG 시그니처 브랜드 공개 행사를 열었으며, 향후 현지 경쟁력을 끌어 올린다는 방침이다. 다만 TRA의 브랜드 평가에서 LG전자는 TV와 세탁기에서 1위에 올랐다. 최소한의 연결고리가 존재하기 때문에, 추후 LG전자의 스마트폰 인도 시장 경쟁에 도움이 될 여지는 있다.

▲ LG전자는 베트남으로 스마트폰 생산 거점을 이동했다. 출처=LG전자

떠오르는 인도 시장 "타이밍도 좋다"
현재 인도의 정세는 격변의 시기로 좁혀진다. 인도 하원 총선에서 모디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이 압승했기 때문이다. 모디 총리는 강한 민족주의 색채를 숨기지 않고 강한 인도를 표방하는 지도자다.

모디 총리가 2기 집권에 시동을 걸었으나 최근 인도 경제 사정은 불확실성의 늪에 빠져있다. 취임 초기만 해도 높은 경제성장률에 환호한 국민의 지지가 높았으나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경제성장률이 6.6%로 주저앉으며 모디 총리의 인기에도 적신호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2016년 부정부패를 척결한다며 무리한 화폐개혁을 단행해 국가 경제에 충격을 줬고, 최근에는 그림자 금융의 존재감이 커지며 경제의 기초체력에 의문부호도 달리고 있다.

지난 2월 파키스탄과의 분쟁이 아니었다면 모디 총리는 재집권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현재 인도의 경제 상황은 나빠지고 있다.

모디 총리와 인도 정부도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모디 총리는 선거 공약에서 2030년 인도를 세계 3위 경제대국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으며, 이미 관련된 액션플랜에 돌입했다. 그런 이유로 인도는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 국면을 적절히 활용하며 경제 활성화 방안을 꾀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부흥기의 전조에 한국과의 협력이 강해지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당장 문 대통령이 직접 신남방 정책을 거론하며 인도와 다방면의 협력을 타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 국내 기업의 인도 시장 진출 '적기'라는 평가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도 마찬가지다. 급속도로 시장이 팽창하는데다 성장의 여백까지 넓기 때문에, 삼성전자는 물론 LG전자에게 충분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중저가 스마트폰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됐기 때문에 초반에는 비슷한 라인업으로 점유율을 확대하며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대를 준비할 수 있는 유연한 로드맵이 핑요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 대목에서 삼성전자는 베트남에 중요 스마트폰 생산 거점을 둔 상태에서 조금씩 인도에도  비중을 늘리며 본격적인 가능성 타진에 나서고 있고, 현지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LG전자는 북미와 한국 일변도의 시장 확장성 한계를 깨는 첫 바로미터로 인도 스마트폰 시장을 노리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