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다희 기자] 한국은행이 지난 4일 발표한 2019년 1·4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은 전기 대비 -0.4% 성장했다.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이다. 이어 발표된 경상수지도 적자를 기록하며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곳곳에선 상승전환의 신호도 포착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 시점은 한국 경제가 침체를 지속할 것인지, 아니면 회복세로 다시 터닝할 것인지의 기로에 서있는 중차대한 상황이어서 향후 수출 회복여부와 정책의 적극적 대책에 따라 달라질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 분기 경제성장률과 경기 동행 및 선행 지수 순환변동치. 출처=현대경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은 9일 보고서 ‘경기 전환(침체에서 회복)의 기회를 살리기 위한 적극적 정책 대응 필요’를 발표하고 현 경기상황을 진단하고 향후 경기 반등을 위해 대외적 요인과 적극적인 정부 정책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정부소비, 정부투자 등 정부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하락하면서 전체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렸다”고 밝혔다. 다만 “경기 동행 및 선행 지수 순환변동치는 그동안의 하락세를 멈추고 회복국면으로 전환되기 위한 경기저점을 형성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순환변동치가 2017년 5월 또는 9월을 정점으로 하락추세를 멈추고 지난 2월 98.6p, 3월 98.5p, 4월 98.5를 보이며 경기저점이 형성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약하나마 소비 지표가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선행지표인 소비재수입이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설비투자에 대해서는 여전히 침체국면에 위치하고 있으나 최근들어 침체 정도가 완화됐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투자를 주도했던 반도체 부문 투자가 마무리되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전월대비 기저효과 영향으로 2개월 연속 반등(3월 10.1%, 4월 4.6%)중이다. 

건설경기 자체의 침체는 지속되고 있으나 최근 공공, 민간 부문 모두 수주가 확대되는 모습은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건설투자는 4월 중 동행지표상으로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이 모두 부진부진한 모습이다. 그러나 4월에 들어 선행지표인 건설수주가 공공, 민간 부문 모두 호조를 보이면서 3월에 이어 증가세를 유지 중이다.

▲ 월별 수출 증가율과 주요 시장별 수출 증가율. 출처=현대경제연구원

수출은 단가 하락과 반도체 수요 부진으로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 연속 감소세다. 지역별로는 지난해 11월부터 대 중국 수출이 7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대 EU, 대 아세안 수출도 각각 올해 2월부터 4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실물 경기 부진으로 실업률이 악화되는 가운데, 정부 공공일자리 사업으로 신규취업자수는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4월 전체 연령층 실업률은 4.4%로 2000년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고치를 보이며 고용시장은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0%대의 저물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유가 상승과 원화 약세로 수입물가 상승률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소비자물가는 내수 경기 부진으로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이 크게 약화되면서 5개월 연속 0%대를 기록 중이다.

산업 측면에서는 2분기 들어 건설업이 부진했으나 제조업과 서비스업 생산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모습을 보이면서 전산업 생산증가율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현재 한국 경제가 경기 수축국면에 위치해 있으나 경기 저점을 형성하고 침체국면에서 회복국면으로의 전환도 가능한 상황으로 평가했다. 선행,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의 동반 하락세가 과도하게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과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수준이 2009년 금융위기 때의 최저점에 근접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출처=현대경제연구원

이에 현대경제연구원은 “경기 하강이 멈추고 침체국면에서 회복국면으로 전환되는 경기저점 형성 가능성을 주목할 때”라면서 “향후 경기 흐름의 핵심 요인은 미・중 무역분쟁과 중국경제의 향방에 따른 국내 수출 경기의 방향성과 민간 주체들의 경제심리 회복 가능성 및 적극적 경제정책 여부에 따른 내수 경기의 내구성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아직은 내수 부문에서 뚜렷한 경기 회복 신호를 보내는 지표가 없기 때문에, 수출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경기 전환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수출 경기의 방향성은 상당 부분 중국경제의 경착륙 여부에 달려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으로서는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한 내수가 일정 부분 경기 하방에 대한 내성을 가지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아직은 뚜렷한 경기 방향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통화정책의 과도한 경직성, 추경 통과 여부의 불확실성 등 경제정책이 경기 회복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경제 지표들의 추세를 볼 때 현 경기 국면은 경기 회복세로의 전환과 경기 침체로의 재진입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판단했다. 

수출 경기의 침체가 완화되고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보다 적극적으로 경기 진작에 도움을 줄 경우 반등이 일어날 수 있는 경기 저점은 2019년 2분기 근처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단, 수출 침체가 장기화되거나 통화 및 재정 정책의 경기 대응이 신속하지 않을 경우, 경기 전환의 기회가 사라지면서 국내 경제 상황은 다시 침체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대외 불확실성 리스크가 국내 경제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고 민간주체들의 심리 회복을 도모하여 경기 전환의 기회를 살릴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경제정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