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멕시코와 불법 이민자 문제와 관련된 협상을 타결했다고 밝히는 한편, 10일로 예정한 멕시코 상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가 조만간 구체적인 합의안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미국과 멕시코의 협상 타결을 두고 '정치와 경제의 영역을 하나로 관통하는 트럼프 특유의 전략'이 가동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G20 회의를 기점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수석의 만남이 예고된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 국면에도 이번 협상 타결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뜻이다.

트럼프 전략 먹혔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며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 미국은 특유의 보호 무역주의를 내세우며 전선을 크게 확장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멕시코와의 분쟁이 발생했다. 취임 당시부터 불법 이민자 근절에 집중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를 대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경우 10일부터 멕시코 상품 전체에 5%, 10월에는 25%까지 관세를 매기겠다고 압박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은 성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멕시코와의 협상이 타결됐다며 "(당장) 10일부터 부과할 예정이던 멕시코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는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다. 추후 상황이 트럼프 대통령의 뜻대로 흘러간다면 10월 25% 고율관세도 유야무야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행정명령 발동을 통해 불법 이민자 문제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고, 이 과정에서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이민자들이 많은 실리콘밸리 기업들과 충돌하기도 했다. 보수적인 백인 블루컬러의 지지를 통해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며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전략이 필요했다는 말도 나온다.

그 연장선에서 이번 멕시코와의 타결은 전장의 확장에 따른 정치적 압박이 병행되며 시너지를 냈다는 평가다. 불법 이민자 문제는 정치 외교적 측면에서 풀어가야할 문제며,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는 순수한 경제의 영역이다. 이 지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 근절을 요구하며 멕시코에 관세폭탄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했고, 결국 멕시코 정부가 백기투항하며 불법 이민자 문제 논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나의 영역에서 전쟁을 치르는 것이 아니라 정치와 경제, 외교 등 다양한 영역에서 '미국의 이익'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셈이다.

모든 것은 하나의 그림?
미국과 멕시코의 협상 타결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각 국가의 경제전쟁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에 시선이 집중된다.

미국과 중국이 사실상 협상장을 나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미국은 경제라는 하나의 카드로 중국을 압박하지 않고 있다. 초반 행정명령을 통해 중국의 기술굴기 선봉장인 화웨이에 대한 압박을 시도하는 한편 민감한 정치의 영역에서 중국에 '펀치'를 날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방부가 최근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를 통해 대만을 국가로 분류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1979년 미국과 중국 국교 정상화 당시 중국이 대만을 국가로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고 미국은 이를 인정했으나, 미 국방부가 최근 공식 보고서에 대만을 사실상 국가로 인정하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미국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대만 안보위원회 고위 인사와 접촉했으며 대만에 20억달러의 무기를 판매할 계획도 세우는 등 '하나의 중국'을 내세운 중국을 강하게 자극하고 있다.

미국이 보고서를 통해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는 한편 싱가포르와 뉴질랜드, 몽고를 우방국가로 표기한 점도 눈길을 끈다. 이들 4개 나라가 자유와 개방의 세계 질서를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적시하는 한편 중국 주변국을 포섭해 일종의 압박전술을 가동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결국 미중 무역전쟁도 세계의 패권을 둘러싼 전투 일부에 불과하며, 이는 경제 분야 하나에 집중해서는 절대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는 주장과도 연결된다.

최근 미국과 인도의 경제분쟁을 두고도 비슷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1일 성명을 통해 “인도의 개발도상국 특혜관세 혜택을 끝내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1970년대부터 일반특혜관세제도(GSP)를 통해 170개 나라를 선정, 이들이 특정 상품을 미국에 수출할 경우 관세를 면제하는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여기서 인도를 빼겠다는 것이다. 미 의회조사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인도는 미국에 약 56억달러의 무관세 수출 혜택을 받고 있다.

다만 결과는 다를 수 있다. 인도는 미중 무역전쟁 정국에서 미국을 도울 수 있는 지정학적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역시 정치과 경제, 외교, 군사 등 다양한 영역에서 가능성을 타진하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유연한 전략이 가동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