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 질병 분류에 대한 국내 찬반 온도차가 여전한 가운데 의료계 내부에서의 활발한 찬반 논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료와 관련된 이슈인 만큼 이를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전문 의사들 간의 논쟁과 합의가 중요한데 흘러가는 양상은 찬성 측 의사들의 입장만 돋보이는 실정이다. 

▲ 위정현 교수 모습. 출처=이코노믹리뷰 전현수 기자

<이코노믹리뷰>는 7일 오후 서울시 동작구 중앙대학교에서 중앙대학교 위정현 경영학부 교수를 만나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 코드 등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위정현 교수는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위원회(공대위) 대표, 한국게임학회 회장, 콘텐츠미래융합포럼 의장을 맡고 있다. 게임 관련 저서로는 MBC 100분 토론해서 언급된 바 있는 임페리얼 칼리지에서 출판한 ‘Innovation and Strategy of Online Games’가 있다. 해당 책은 중국어과 일본어로 번역되기도 했다. 

▲ 위정현 교수의 저서 임페리얼 칼리지에서 출판한 ‘Innovation and Strategy of Online Games’. 출처=이코노믹리뷰 전현수 기자

위정현 교수는 이날 “최근 몇 차례 공중파 방송과 라디오 등에 출현해 WHO 게임질병코드 도입 찬성 측 패널과 열띤 논쟁을 벌였지만 다녀오면 씁쓸함을 느꼈다”면서 “상대측 패널에는 의사 집단이 나오는 반면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위 교수는 의학적 측면의 논쟁을 준비하기 위해 자신의 전공과 무관한 DSM-5를 직접 읽고 공부했다는 후문이다. DSM-5는 미국정신의학협회(APA)에서 발간한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이다.

위정현 교수는 과거 일본의 사례를 들었다. 모리 아키오 교수는 지난 2003년 ‘게임뇌의 공포’라는 책을 출간했다. 게임을 하는 행위가 인간의 뇌를 스폰지처럼 만든다는 공포스러운 내용의 연구 결과가 담긴 책이었다. 위 교수는 “책이 나오자 일본 뇌과학자들은 이에 대한 비판과 지적을 시작했고 5~6년 정도의 논쟁 끝에 그 이론은 사라져버렸다”면서 “일종의 예방주사를 맞은 격”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사례에서 주목할 점은 같은 분야를 전공하고 있는 전문가들끼리의 토론 끝에 결론이 나왔다는 것이다. 뇌과학자들끼리의 논쟁을 통해 한쪽 입장이 우세를 얻었기 때문에 결론에 대한 국민 신뢰도도 높다. 

위정현 교수는 “게임에서도 상대편이 힐러(게임에서 치유를 담당하는 캐릭터를 통칭)가 있으면 우리편도 힐러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 교수는 이번 게임질병 분류에 대해 반대하는 의사가 있고 일부는 연구 논문을 작성해 논쟁에 기여하고 있다는 건 인정하면서도 “연구 논문을 내는 것을 넘어서 토론회 같은 논쟁의 장에 들어와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 위정현 교수 모습. 출처=이코노믹리뷰 전현수 기자

위 교수는 유독 한국에서 WHO 게임질병코드 도입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이유에 대해서는 과거 게임 산업에 가해지던 편견과 규제 도입 시도 등 탓이라고 일갈했다. 우선 강제적 셧다운제가 그 예다. 또한 지난 2013년 1월 손인춘 의원이 발의한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 인터넷게임중독 치유지원에 대한 법률안 등이 있었다. 이 법안에 따르면 게임 업계는 매출의 1%를 중독세 항목으로 세금을 내야 한다. 같은해 4월엔 신의진 의원이 중독 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을 발의하며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를 이어갔다. 이는 게임이 마약, 술, 담배와 더불어 중독을 유발하는 물질이라는 개념정의가 처음 나온 사건이다. 다만 위의 발의는 모두 무산됐다. 

위 교수는 “게임질병코드의 국내 도입이 결정되면 그 이후엔 과거엔 실패했던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를 더욱 적극적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면 일본의 경우 이번 WHO의 결정에 대해 큰 논란이 없다”면서 “게임 산업을 악용하거나 편견을 바라보는 사례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