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같은 날은 없다, 162×130㎝ 워터마커 캔버스 바니쉬, 2014

추영호 작가가 새로 발표하는 연작 鱗(린, 2015)은 과거 환기미술관 등에서의 전시회를 통하여 소개하였던 그의 전작 시리즈와 비교해서 우선 그 형식에서 큰 변화가 있음을 볼 수 있다.

즉, 지금까지는 주제물인 가옥을 촬영하여 사진을 캔버스에 접착한 후, 유화로 배경 등을 더하여 마무리함으로써 사진과 그림의 접목에서 그의 작가적 형식의 확립을 찾고자 하였다면, 이번 신작을 통해서는 캔버스 평면, 그리고 사진 프레임 자체로부터의 일탈처럼 보이는 시도를 엿볼 수 있다.

▲ 도시의 생활-코스타리카, 53×45㎝ 캔버스 사진콜라주 아크릴릭, 2017

무언가 작고 얇은 조각들이 캔버스 위에 수없이 가지런히 배열되어 마치 물고기의 비늘을 연상시키는가 하면, 어떤 작품에서는 이 비늘들이 무리를 지어 마치 부조(浮彫)처럼 캔버스 평면 위로 부상하고 돌출하여 자신들의 미미한 개체성을 극복하고 그 존재의 영역을 공간 속으로 확장시키려는 듯이 보인다.

단, 추영호의 비늘은 집 모양의 작은 사진 이미지 그 자체로서, 프레임의 해체라기보다는 오히려 배경의 해체 또는 배제 그리고 이런 형식을 통한 주제물과 프레임의 일체 등으로서, 초등학교 미술시간에 공작가위로 신문이나 잡지의 사진을 오려 붙히던 것과 유사한 맥락의 재( 再)프레임이라 할 수 있다.

▲ 도시의 생활-안달루시아 스페인, 116.8×91㎝ 사진콜라주 캔버스, 2015

어린 시절에 대한 그의 노스탤지어(nostalgia, 향수)가 가옥이라는 사물을 통해 표현하려는 주제와 그 동기 중의 하나인 점, 그리고 어느 철학자가 인간들이 흔적의 장소로 만드는 행위로서 건축을 사유했듯이 추영호는 이 연작을 통해 흔적을 찾고, 다시 흔적을 쌓아올리는 과정을 체험하려 했다고 보아진다.

▲ 도시의 생활-모스코바, 116.8×91㎝ 사진콜라주 캔버스, 2015

그렇다. 그 비늘은 바로 한 장의 벽돌과 같고, 그 벽돌에는 그가 그리워하고, 짓고 싶고, 살고 싶은 공간의 이미지가 알알이 담겨있다. 그것은 실제 집일 수도 있지만, 그의 삶 자체 일수도 있으며, 그가 희구하는 그 무엇이라도 상관없을 것이다.

수없이 비늘을 덮고, 기와를 얹으며, 벽돌을 쌓아가는 반복적인 행위 속에 그의 염원은 차라리 성찰이 되고, 인내가 되고, 기도가 된다. 그리고 그 절실함은 캔버스 평면을 벗어나 3차원의 공간 속으로 쏟아 오른다. 추영호(미술인 추영호,Chuu Young Ho,미술가 추영호,추영호,秋永浩,추영호 작가,ARTIST CHUU YOUNG HO)의 귀향을 계속 지켜본다.

△신성균(홍익대학교 겸임교수, 사진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