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식음료 업계가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네이밍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이전에는 단순히 호기심을 자극하는 네이밍 위주였다면, 최근에는 한 번에 제품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는 요소와 최근 트렌드를 담은 이름으로 접근하고 있다. 또한 단순한 문구 이외에도 숫자로 제품에 대한 신뢰감을 높이는 네이밍을 선보이며 시각적인 효과를 주는 마케팅에서 자주 활용되고 있다. 소비자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긴 제품명은 제품 인지도를 강화하고 매출 증대를 이끄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 서울우유의 ‘나100%’제품. 출처=서울우유협동조합 홈페이지 캡쳐

9일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우유의 ‘나100%’는 저출산과 대체음료 증가라는 악재를 뚫고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서울우유의 나100%가 뭐지?”라는 의구심을 잘 이용한 사례다. 나100%는 1등급 두 개와 제조일자까지 표시된 것이 나100%라는 의미다. 서울우유는 좋은 우유를 고르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게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나100%를 출시하며 ‘체세포 수 등급’이란 새 기준을 도입한 것도 한몫했다. 체세포 수는 세균 수와 함께 원유의 위생등급을 결정하는 기준 중 하나다. 스트레스나 질병이 없는 건강한 젖소에게서는 체세포 수가 적은 고품질의 원유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동안에는 우유의 위생 품질 기준이 세균 수로만 단순하게 측정됐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2009년 제조일자 병행표기제를 실시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던 서울우유가 이번에는 체세포 수라는 기준으로 또 한번 혁신을 시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 하이트진로의 ‘하이트제로 0.00’(왼) CU의 ‘퇴근길 필스너’(오). 출처=각사

하이트진로음료 ‘하이트제로 0.00’은 숫자 0을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알코올 함량이 0.00%인 점을 강조한 국내 최초 무알코올 음료다. 실제로 하이트제로 0.00은 수입 제품이 대다수인 국내 무알코올 음료 시장에서 알코올 함량 0.00%인 점을 내세워 판매량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일부 수입 무알코올 음료가 많게는 0.5% 가까이 알코올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알코올이 전혀 없는 하이트제로가 임산부 등 알코올에 취약한 소비층의 선택을 받았다는 평가다.

퇴근 후 맥주 한 잔이 간절한 직장인들의 눈길을 끄는 CU ‘퇴근길 필스너’는 BGF리테일이 국내 수제맥주 회사 플래티넘크래프트맥주와 손잡고 내놓은 수제 맥주이다. 여기에 ‘수고했어 오늘도’라는 문구를 더하여 주요 고객인 20~40대 고객들의 고단했던 하루를 위로하는 감성 맥주를 표방하고 있다. 국내 수제맥주 1위인 플라티넘크래프트맥주가 제조한 독일 필스너 스타일의 수제맥주는 다른 곡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맥아 100%의 효모를 그대로 발효해 깔끔한 목넘김과 깊은 풍미가 특징이다.

젊은 층의 호응을 얻는 B급 감성을 활용한 네이밍으로 탄생한 제품도 있다.

▲ 배달의 민족 콜라보 컵커피 2종. 출처=세븐일레븐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함께 선보인 이색 컵커피 ‘주문하신 컵커피’ 시리즈는 특유의 유머코드로 사랑 받는 배달의 민족 문구와 디자인을 활용한 PB상품이다. 패키지 디자인에 커피 전문점에서 주문한 커피가 나오는 상황에 착안해 만든 문구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를 넣었다. 커피 본연의 맛에 재미를 더한 ‘주문하신 컵커피’ 시리즈는 젊은 층의 공감을 불러 일으키며 지속적인 판매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GS25 ‘아이돌 인기 샌드위치’는 제품명 그대로 아이돌 가수에게 인기 있는 ‘인기가요’ 샌드위치를 의미한다. 인기 아이돌 가수가 방송사 매점에서만 판매하는 샌드위치를 팬들에게 선물하면서 SNS에서 화제가 되자 이를 GS25에서 상품화한 것이다.

▲ GS25 '유어스 아이돌인기 샌드위치' 출처= GS리테일

실제로 파급력은 상당했다. 아이돌 샌드위치는 지난해 출시 두달 반만에 전체 식품 카테고리 중 매출액 1위를 차지했고, 지난해 9월 1일부터 11월 11일까지 500만 개가 팔려 프레시푸드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동기간 GS25 샌드위치 카테고리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66.4% 증가했다.

이처럼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 ‘아이돌 인기 샌드위치’는 샌드위치의 희소성 및 SNS의 영향력, 팬덤 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편의점 업계 히트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GS25 관계자는 “SNS에서 이슈가 되는 상품을 신속하고 과감하게 출시한 것이 주효했다”면서 “앞으로도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네이밍 마케팅은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SNS 마케팅만큼 중요하다”면서 “소비자를 집중시키고 기억 속에 저장될 수 있는 문구 하나만으로도 입소문이 크게 타 특히 Z세대에서 빠르게 전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