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네이버 영화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이웃집 토토로’는 ‘일본의 디즈니’로 불리는 미야자키 하야오(宮崎 駿) 감독이 이끄는 지브리스튜디오의 3번째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1988년 작품이다. 지브리 스튜디오는 이전의 극장용 애니메이션 작품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나 ‘천공의 성 라퓨타’(1986)를 통해 인간의 끝없는 욕망은 결국 인간을 파멸로 이끄는 것이라는 묵직하면서도 다소 어두운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세 번째 작품인 ‘이웃집 토토로’는 지브리의 이전 작품들과는 완전히 다른 밝은 분위기로 많은 주목을 받았고, 영화에 가득 찬 아름다운 장면과 이야기 그리고 음악으로 많은 이들에게 지브리라는 이름을 제대로 각인시킨 작품으로 남았다. 콘텐츠의 영향력 면에서 <이웃집 토토로>는 앞선 두 작품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큰 파급력을 발휘했고 더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심지어 지브리를 상징하는 로고도 토토로 그림으로 바뀌기도 했으니) 아무튼 우리의 토토로가 다시 극장으로 찾아왔다. 

▲ 60~70년대 시골 마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이웃집 토토로의 한 장면. 출처= 네이버 영화

이웃집 토토로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병이 든 아내의 입원과 재활을 위해 쿠사카베 씨는 그의 어린 두 딸 사츠키, 메이를 데리고 일본의 공기 맑은 시골로 이사를 가게 된다. 신비로운 나무가 있는 집 주변의 숲에서 놀던 메이는 어느 날 집 앞 뜰에서 우연히 마주친 작은 토토로 두 마리를 따라 깊은 숲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 길의 끝에서 숲의 정령인 ‘큰 토토로’를 만나게 된다. 순수한 어린이의 눈에만 보이는 토토로는 사츠키와 메이를 만나 우정을 쌓고 즐거운 시간들을 보낸다.

애니메이션에 여러 가지 의미를 담는 것을 즐긴다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성향을 잘 아는 이들은 ‘이웃집 토토로’가 오래 전 일본에서 일어난 여자 어린이 실종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다소 무서운 해석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웃집 토토로’는 숨겨진 의미를 찾는 것에 집중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아름다운 장면들이 있어 설사 미야자키 감독이 실제로 그런 의도를 담았다 하더라도 그것은 사실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 이웃집 토토로의 신스틸러 고양이 버스. 출처= 네이버 영화

아픈 엄마를 생각하는 사츠키와 메이의 착한 마음, 둘을 누구보다 걱정하고 아끼는 마을 이웃 사람들의 따뜻한 정을 담아내는 모든 장면에는 이전의 지브리 작품에서 감독이 인간에 대한 실망을 보여준 것과는 정 반대의 시선이 담겨있다. 여기에 60년대~70년대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골 학교의 아련한 풍경들은 40대 혹은 60대 이상의 어른들의 추억을 떠올리게도 한다. 나온 지 30년이 된 작품이니 첫 공개 당시에 20대나 30대였던 이들은 현재 거의 환갑에 가까운 나이가 됐으니. 

아마 ‘이웃집 토토로’는 지금으로부터 30년이 지난 시점에 다시 봐도 여전히 아름다운 작품이 아닐까 한다. 어린이들의 순수한 시선 그리고 그를 감싸주는 따뜻한 어른들의 마음과 그에 감복한 숲의 정령까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자신이 꿈꾸는 아름다운 세상의 모습을 숲의 정령 토토로를 통해 넌지시 이야기를 건넨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