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주총 시즌 동안 한진칼의 2대 주주로서 고(故) 조양호 회장 일가를 압박했던 행동주의 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가 잠시간의 숨고르기 끝에 다시금 한진칼과의 ‘전쟁’을 재개했다.
한진칼의 공시자료에 따르면, KCGI는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① 고(故) 조회장에 대한 퇴직금 및 퇴직금 위로금 지급 시 이와 관련한 이사회 및 주총 결의가 이루어진 사실이 있는지, 만약 이사회에서 그와 같은 결의가 이루어졌다면 이에 찬성한 이사들의 명단과 구체적인 지급내역을 ② 2019. 4. 24. 이사회에서 조원태의 ‘회장’선임이 적법하게 상정되어 결의가 이루어졌는지, 만약 적법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장’이라는 명칭을 보도자료, 금융감독원 공시자료 등에 기재한 경위와 이를 지시한 자가 누구인지를 각 밝히기 위해 ‘검사인’을 선임해 달라는 취지의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법상의 ‘검사인’ 선임청구권은 주주가 법원이 선임한 검사인을 통해 회사의 업무와 재산상태를 조사하기 위해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하여 부정행위 또는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한 중대한 사실이 있음을 의심할 사유가 있는 때’에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가 법원에 청구할 수 있는 ‘주주 경영감독권’의 일종이다(제467조 제1항). 향후 이 사건과 관련해 법정에서 쟁점이 될만한 점은 과연 주주인 KCGI가 검사인선임청구 사유인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하여 부정행위 또는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한 중대한 사실이 있음을 의심할 사유가 있는 때'라는 요건을 얼마만큼 잘 입증 하느냐의 여부다. 우리 법원은 위와 같은 검사인선임청구 요건과 관련해서는 주주가 그 내용을 명확히 적시하여 이를 입증하여야 하며 단순히 일반적으로 그러한 의심이 간다는 정도의 막연한 입증만으로는 그 사유로 삼을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대법원 1996. 7. 3.자 95마1335 심결, 대법원 1985. 7. 31.자 85마214 결정).
만약 법원이 이번 검사인선임청구를 받아들일 경우 법원에 의해 선임된 검사인은 그 조사의 결과를 법원에 보고하게 되며(제467조 제2항), 법원은 위 보고에 의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대표이사에게 주총 소집을 명할 수 있고, 이사와 감사는 지체 없이 검사인의 보고서가 정확한지 여부를 조사하여 이를 주총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제467조 제3항, 제4항). 특히 검사인의 보고서 상 고(故) 조회장 퇴직금 지급 절차나 조원태 회장의 선임과정에서 하자가 있었음이 밝혀진다면, KCGI는 주주제안을 통해 조원태 회장 해임을 제안하고 이를 위한 주총소집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상법상 주총에서 조원태 회장을 해임하는 것(제385조 제1항, 제415조)은 주주 의결권의 2/3이상의 수와 발행주식총수의 1/3이상의 수로 하는 특별결의사항(제434조)이므로 실제 조원태 회장이 해임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한진칼로서는 현재 한진칼 지분의 15.98%까지 매입한 KCGI의 공격을 가벼이 볼 수만은 없는 문제다.
또 한편으로 한진칼은 위 검사인선임청구와 같은 날 이루어진 KCGI의 회계장부열람청구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도 다투어야 하는 상황이다. 한진칼의 공시자료에 따르면 KCGI는 이 사건 가처분 신청을 통해 2018.12.5.자 이사회 결의가 이루어진 3개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신규 차입금(총 600억원) 및 7개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신규 차입금(총 1,000억원)에 대한 구체적인 내역을 주주들에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법상 이 같은 회계장부열람청구권은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가 행사할 수 있는 권리로서 해당 주주가 서면으로 그 이유를 붙여 청구하는 한, 회사는 이에 응하여야 한다(제466조 제1항). 물론 이 경우에도 회사가 주주의 회계장부열람청구가 열람청구의 경위, 열람청구권 행사의 목적, 악의성 유무 등 제반 사정을 들어 부당함을 증명한다면 주주의 열람청구를 기각시킬 수 있겠으나, 과거 법원의 태도에 비추어 KCGI의 이 사건 신청이 회사업무의 운영이나 주주 공동의 이익을 해친다거나 주주가 회사의 경쟁자로서 그 취득한 정보를 경업에 이용할 우려가 있는 경우, 또는 회사에 지나치게 불리한 시기를 택하여 행사하는 경우 등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려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대법원 2004. 12. 24.자 2003마1575 결정).
고(故) 조회장 사후에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KCGI의 한진칼에 대한 ‘주주행동주의’ 전쟁이 어떠한 결말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