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달 29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현대건설기계(주) 및 현대중공업(주)(이하 현대건설기계 등)에 대하여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억 3,100만원을 부과하고, 법인 및 관련 임원 2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하였다. 공정위의 설명에 따르면 현대건설기계 등은 건설장비 부품의 납품가격을 낮출 목적으로 하도급 업체인 A업체의 ‘하네스’ 관련 기술자료를 제3의 업체인 B업체에 전달하여 납품가능성을 타진하고 납품견적을 받는데 사용하였을 뿐 아니라 그 이전에 위 하도급 업체에 위 기술자료를 요구함에 있어 서면을 교부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이코노믹리뷰 2019. 5. 29.자 ‘자기 것도 아니면서…’ 현대건설기계, 하청 기술 빼돌려 납품가 깎아 기사 참조).

 

이번 사건과 관련해 현대건설기계 등은 현행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 상의 ‘기술자료 제공 요구 금지 등’의 규정(제12조의 3)을 위반하였다. 원사업자인 현대건설기계 등은 원칙적으로 거래관계에 있는 수급사업자인 A업체의 기술자료를 정당한 사유를 입증한 경우가 아닌 한 요구할 수 없고(제1항), 정당한 사유에 입각해 이를 요구할 경우라도 요구목적, 비밀유지에 관한 사항, 권리귀속 관계, 대가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해당 수급사업자인 A업체와 미리 협의하여 정한 후 그 내용을 적은 서면을 해당 수급사업자인 A업체에 교부해야 한다(제2항). 그러나 현대건설기계 등이 A업체에 대하여 위 기술자료 제공을 요구한 것은 A업체의 기술자료를 B업체에 교부하고 이를 토대로 A업체보다 낮은 견적을 내게하여 A업체와 B업체를 경쟁 붙여 결국 A업체의 납품 단가를 낮추겠다는 것이었으므로 제2항 상의 서면을 교부하였는지 여부를 떠나 ‘정당한 사유’에도 해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특히 원사업자인 현대건설기계 등이 수급사업자인 A업체의 기술자료를 제3자인 B업체에 제공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위 규정이 금지하고 있는 것이어서(제3항 제2호 참조), 공정위의 시정명령에 대하여 현대건설기계 등이 혐의를 부인할만한 점은 보이지 않는다.

공정위가 내린 시정명령이 가혹한지에 대해서도 살펴보면, 우선 공정위는 위 규정을 위반한 현대건설기계 등에 대하여 하도급대금 등의 지급, 법 위반행위의 중지, 특약의 삭제나 수정, 향후 재발방지, 그 밖에 시정에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고, 그러한 사실을 공표할 수 있으므로(제25조 제1항, 제3항), 공정위가 시정명령을 내리고 그러한 사실을 대외적으로 공표한 것 자체가 문제되지는 않는다. 과징금 액수와 관련해 살펴보더라도 구체적인 하도급 금액은 알 수 없으나, 그 액수가 하도급 금액의 2배를 초과하지 않는다면 이 역시 부당한 처분이라 보기 어렵다(제25조의 3 제1항 제3호). 한편 공정위가 이번 사건을 검찰에 고발할 경우 법원은 하도금 금액의 2배에 해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을 현대건설기계 등 회사는 물론 고발된 임원 등에게도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제30조 제1항 제1호, 제31조). 이른바 ‘양벌규정’에 따른 효과로 법인과 관련 임직원이 모두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피해를 본 A업체의 입장에서 눈여겨 볼만한 내용은 A업체가 현대건설기계 등을 상대로 소위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잘 알려진대로 ‘징벌적 손해배상’은 민사재판에서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일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더 많은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영미법상의 제도로 우리나라의 경우 전면적으로 도입되지는 않았지만, 이번 사건과 같은 하도급법 상 하도급업체에 피해가 발생한 몇몇 경우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현행 하도급법에 따르면, 이번 사건과 같이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부당하게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경우 그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수급사업자는 발생한 손해의 3배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배상책임을 지고, 구체적인 금액은 법원이 원사업자가 고의 또는 손해 발생의 우려를 인식한 정도, 위반행위로 인하여 수급사업자와 다른 사람이 입은 피해규모, 위법행위로 인하여 원사업자가 취득한 경제적 이익, 위반행위에 따른 벌금 및 과징금, 위반행위의 기간ㆍ횟수 등, 원사업자의 재산상태, 원사업자의 피해구제 노력의 정도 등을 고려하여 정하도록 되어 있다(제35조 제2항, 제3항). 물론 원사업자인 현대건설기계 등이 자신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면 이 같은 배상책임을 면할 수도 있지만, 사건의 내용에 비추어 그럴 가능성은 크게 낮아 보인다.

결론적으로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대기업의 하도급업체에 대한 갑질에 대하여 하도급업체가 어떠한 방법으로 종합적인 대응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원사업자, 수급사업자 어느 쪽에서든 참고할만한 사례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