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핀테크 업계발(發)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금융과 기술의 만남인 핀테크에서 기술이 금융을 압도하며 새로운 시대를 타진하는 분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국내 핀테크 업계의 행보에는 가능성과 한계도 명확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 간편결제 시장은 확장일로다. 출처=갈무리

우리는 어디에 있나
7일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핀테크 업계의 선두주자는 토스의 비바리퍼블리카다. 간편송금에서 시작된 토스의 존재감은 최근 결제, 적금, 보호, 투자의 영역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900억원의 추가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조3000억원을 인정받은 유니콘으로 성장했다.

토스의 성장세는 확장일로다. 지난해 11월 1000만 가입자를 넘어선 가운데 지난해 12월 기준 누적 송금액은 28조원을 넘겼다. 토스 이승건 대표는 “핀테크라는 용어조차 생소했던 때에 출시됐던 토스가 어느덧 1000만 명의 가입자가 사용하는 서비스로 성장하게 되어 놀랍고 기쁘다. 앞으로도 사용자분들이 더욱 신뢰하고 사랑하는 최고의 금융 서비스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간편송금을 넘어 투자 등 다양한 영역으로 진격하는 가운데 보험도 정조준했다. 토스보험서비스 자회사를 설립한 후 업계 1위 손해보험사인 삼성화재, 세계 최대 상장 손해보험기업인 처브그룹(Chubb)의 한국 지점 에이스손해보험, 교보생명이 설립한 국내 최초 인터넷 전업 생명보험사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과도 접점을 마련했다.

결제 영토도 넓어지는 중이다. 오픈마켓 G마켓, 옥션, G9에서 사용되는 간편결제 서비스 스마일페이에 토스 결제를 연동했다. 11번가 11페이, 위메프 원더페이에 이어 이베이코리아 스마일페이까지 뻗어가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적금 서비스도 각광을 받으며 위풍당당한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토스는 오프라인 토스카드까지 출시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 토스의 존재감이 시선을 끈다. 출처=토스

뱅크샐러드, SK텔레콤과 하나금융지주의 만남으로 탄생한 핀크는 자산관리 측면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시작부터 간편결제를 기반으로 둔 플레이어들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온라인 기반의 간편결제는 네이버페이가 눈길을 끈다. 국내 1위 ICT 포털 플랫폼을 보유한 네이버의 간편결제인 네이버페이는 이커머스를 비롯해 콘텐츠 구매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나아가 네이버 자회사 라인의 라인페이는 6일 비자카드와 만나 글로벌 전략적 제휴에도 집중하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추후 카카오뱅크와의 시너지는 물론, 카카오의 암호화폐 큰 그림과 만나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NH투자증권의 김병연 연구원은  "클레이튼이 6월 27일 상장하면 카카오 페이, 월렛, 커머스 결제 등이 하나의 암호화폐로 통합될 수 있다"면서 "SNS 플랫폼과 온라인 뱅크를 선점하고 암호화폐까지 확장이 임박한 카카오에게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 중심에 카카오의 핀테크 역량이 스며들 전망이다.

오프라인 간편결제에서는 삼성페이가 독보적이다. 오프라인 간편결제는 온라인과 비교해 시장의 크기가 25% 수준에 불과하지만, 최근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페이는 5월 기준 출시 44개월 만에 국내 누적 결제 40조원, 가입자수 1400만명을 돌파했으며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함께 환전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새로운 로드맵도 적극 가동하고 있다.

국내 핀테크 업계의 최근 분위기는 '확장'으로 수렴된다. 간편결제 기반의 네이버페이의 경우 네이버의 거대한 플랫폼과 만나 시너지를 내는 한편, 해당 플랫폼의 서비스가 확장될수록 자연스럽게 영역을 가져갈 수 있다는 평가다. 당장 네이버의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인 브이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결제 인프라를 완성시키면, 네이버페이와의 시너지는 당연히 벌어진다.

하나의 정체성이 다양성의 무기로 발전하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토스는 간편송금에서 시작해 결제 등 다방면으로 뻗어가며 인터넷전문은행의 고지까지 노렸으며 뱅크샐러드는 미니 보험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하나의 플랫폼이 다양한 기능을 작동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는 분위기다.

▲ 삼성페이는 오프라인 결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한계도 뚜렷...어디로 가야하나
국내 핀테크 업계의 행보가 뚜렷해지고 있으나 아직 갈 길은 멀다.

스타트업 시장 자체가 상대적으로 동력을 일으키지 못하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핀테크 총투자 중 인수합병 비중은 65%에 이르지만 국내는 약 10%에 머무는 것으로 확인됐다. 각종 규제 등으로 스타트업 업계 전체가 힘을 쓰지 못하는 가운데 국내 핀테크 업계의 활발한 활동이 어렵다는 논리가 나온다.

각 핀테크 업계가 다양한 확장성을 타진하고 있으나 명확한 주도권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즉 핀테크 업체가 스스로 혁신을 일으키기에는 현실적인 제약도 많고, 본연의 경쟁력도 아직 미진하다는 뜻이다. 부동산에 집중한 P2P 업계의 경우 최근 부동산 침체로 투자상품 자체가 줄어들고, 그 여파가 종합 플랫폼 허브인 토스의 빈약한 포트폴리오로 이어지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은산분리 기조가 완화됐으나 제3 인터넷전문은행이 나오지 못하는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는 평가다. 기존 인터넷전문은행이 막상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이는 당국의 핀테크 회의감에 불일 지폈다는 말이 나온다. 결론적으로 이는 기존 핀테크 업체의 한계자 패착이다.

간편결제에만 집중할 경우 디지털 소외 계층 문제도 여전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모바일 금융 서비스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60대 이상 고령층이 3개월 내 간편결제 및 송금 등을 사용한 비율은 1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간편결제를 비롯한 모든 핀테크 서비스에서 확인되는 디지털 소외계층에 대한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제로페이 등 지나친 관 중심의 간편결제 서비스가 시장에 풀려 전체 생태계의 활력을 저하시키는 일도 논란이다. 제로페이의 목적은 공익적 측면에서 훌륭하며 최근 다양한 가능성 타진으로 동력을 확보하고 있으나, 지자체가 민간시장에 선수로 등판해 시장의 판을 흔드는 것은 그 자체로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핀테크 업계도 플랫폼 비즈니스의 속성인 승자독식이 유력하다고 본다. 결제와 송금, 보험 등 다양한 서비스 영역마다 하나의 서비스만 남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각 서비스 플랫폼에서 작동하는 군소 간편결제는 약간의 생명력이 있으나, 이 역시 자체 생명력이 없으면 무너질 수 있다는 논리다. 그 연장선에서 국내 핀테크 업체들은 활발한 영역 확장과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으나 그와 비례해 시장의 특성, 자체 경쟁력 등 약점도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금은 국내 업계의 문제지만, 이러한 약점은 글로벌 업체의 공습이 이어질 경우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