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조미료 회사 아지노모토는 1000만 달러(117억원)를 들여 MSG가 안전하며 소금을 덜 먹게 만들어 몸에도 좋다는 캠페인을 3년간 벌이고 있다. 출처= Ajinomoto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 전역의 식당들이 당신 회사의 간판 제품을 절대 사용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표지판을 창문에 내건다면 그것은 보통 문제가 아닐 것이다.

그런데, 1세기도 더 전에 글루탐산 소다(monosodium glutamate) 조미료인 MSG를 만들기 위해 설립된 일본 회사 아지노모토(Ajinomoto Co.)에게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이제 이 회사는 1000만 달러(117억원)를 들여 MSG가 안전하며 소금을 덜 먹게 만들어 몸에도 좋다는 캠페인을 3년 동안 꾸준히 벌이고 있다.

아지노모토와 그 지지자들은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은 다음 한 가지다. 바로, 미국인들은 아시아인들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에, 충분한 증거 없이 ‘중국음식점 증후군’(중국 음식을 먹은 후 동맥확장에 의해 나타나는 일시적인 증후군으로 두통, 복통, 턱, 어깨 등의 긴장, 머리의 주기성 박동 등을 특징으로 함)이라는 증상들이 MSG 때문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MSG가 인간에게 질병을 유발한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과학이 아닌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증으로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까지 반 MSG 정서가 이어져 오고 있다고 설명한다.

아지노모토의 도쿄 본사에서 이 회사의 니시 다카아키 사장은 씨는 흰 색 가루가 들어있는 통통한 팬더 모양의 병을 자랑스럽게 들고 앉아, 한 번에 50 파운드(23 kg)를 먹지 않는 한, MSG 위험에 대한 오래된 이야기는 다 쓰레기 같은 얘기라고 말한다.

"MSG가 해롭다는 것이야말로 가짜 뉴스라는 것을 미국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그것은 아무 근거 없이 그냥 할머니에서 어머니에게 다시 아이에게 전해진 잘못된 지식일 뿐입니다.”

상업용 조미료로서 MSG는 일본 과학자 이케다 기쿠나에의 연구에서 나왔다. 이케다는 1908년, 말린 다시마 해초로 만든 일본 전통 국물에서 발견한 독특하고 향긋한 맛을 묘사하기 위해 ‘우마미’(旨味, 감칠맛)라는 용어를 만들어 맛에 대한 세계의 이해를 바꾸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이 국물을 흰 결정(crystal) 형태로 증류해 포장해서 만드는 회사가 탄생했고, 이 양념을 일본어로 ‘맛의 기원’을 의미하는 ‘아미노모토’라고 명명했다. 아미노모토라는 회사 이름도 이 양념에서 따왔다. 이 회사는 1917년 뉴욕에 가게를 열면서 전 세계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오늘날, 아지노모토는 아이오와주 에디빌(Eddyville)에 공장을 가지고 있으며, 감자칩과 치킨 국수 수프 같은 식품을 만드는 회사에 MSG를 공급하는 등 세계 굴지의 식품 회사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아지노모토는 세계 MSG 시장에서 2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중국의 식품회사들도 이 회사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아지노모토에 따르면, 그 모든 반 MSG 정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전 세계 MSG 소비량은 326만 톤으로, 2010년에 비해 23% 증가했다.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은 MSG를 "일반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인정되는 식품"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으며, 미국 소비자들이 하루 평균 약 0.5그램의 MSG를 소비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그 모든 반 MSG 정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전 세계 MSG 소비량은 326만 톤으로, 2010년에 비해 23% 증가했다. 출처= Ajinomoto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품업계가 후원하는 비영리단체 국제식품정보협의회(International Food Information Council)에 따르면, 10명 중 4명의 미국인이 MSG를 적극적으로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아지노모토는 MSG의 장점을 홍보하기 위한 1천만 달러 캠페인을 전개했고, 조만간 뉴스 및 엔터테인먼트 웹사이트 버즈피드(BuzzFeed)에도 후원 기사를 게재할 것이다. 이 회사는 또 사람들에게 치킨 스프에 MSG를 치기 전과 후를 비교하게 하는 시음회에 영양사들과 요리사들을 초청할 계획도 하고 있다.

아지노모토는 보다 풍부하고 향기로운 맛을 나타내기에 좋은 단어인 우마미에 이 제품을 연결지으며 MSG의 이미지를 재건하고 싶어한다. 우리 혀에 우마미(감칠맛)를 인식하는 부분이 있다는 연구 조사가 나온 이후, 이 단어가 미국 식품팬들에 의해 보다 많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아지노모토가 주장하듯, MSG는 토마토나 치즈 같은 음식에서 자연적으로 발견되는 것과 동일한 우마미 생성 물질을 공업적으로 생산한 버전일 뿐이다.

MSG의 오명은, 1968년 한 의사가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중국 음식을 먹은 뒤 무감각과 두근거림을 느꼈다는 글을 게재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MSG 첨가제가 자신이 ‘중국음식점 증후군’이라고 부른 증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글이 당시 언론과 소비자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켰고 미국 전역의 식당들은 그들의 가게 창문에 ‘MSG 사용하지 않음’이라는 표지판을 걸기 시작했다.

요리 역사가 사라 로만은, 동양인 요리사들이 음식 속에 이상한 가루를 뿌려 ‘중국 음식점 증후군’이라는 증상이 발생했다는 생각이 미국인들 사이에서 급속하게 확산됐다고 말한다.

“MSG와 관련된 증상들은 중국 음식의 맥락 안에서 얘기되고 있지만, 미국 가공식품의 맥락 안에서는 전혀 논의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MSG가 그런 증상을 나타낸다거나 몸에 해롭다는 생각은 단지 MSG를 조금 뿌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외국인 혐오증이 많이 개입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지노모토의 니시 다카아키 사장도 당시의 고정관념을 생각하면 편견의 요소가 있었다고 말한다.

"이제 2020년이 가까이 오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편견이 개입되었다는 사실을)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오늘날 아지노모토는 미국 아이오와주 에디빌(Eddyville)에 공장을 가지고 있으며 세계 굴지의 식품 회사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출처= Ajinomoto

그러나 조지타운 대학교 일본역사문화학과 교수인 조던 샌드는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 그는 1960년대와 1970년대에는 MSG뿐 아니라 설탕 대체물을 포함한 많은 식품첨가물과 화학물질이 암과 관련이 있다는 공포를 불러일으켰다고 말한다.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아직도 많은 식당 주인들은 ‘MSG 사용하지 않음’ 표지를 내거는 것이 식품 안전에 대한 그들의 약속을 고객들에게 보여주는데 도움이 된다고 느낀다. 오레곤주 포틀랜드 (Portland)에서 꽤 인기 있는 아시아 식당을 소유하고 있는 트란민은 이미 7년 전에 손님들에게 MSG 없는 음식을 제공한다고 공표했다.

트란민은 "포틀랜드의 손님들은 MSG가 없는 음식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그는 잃어버린 우마미 맛을 다시 만들려면 48시간 동안 국물을 끓여야 하는데, 그렇게 오랫동안 MSG 없는 음식을 홍보해 온 많은 식당들이 지금까지 취한 입장을 번복하고 금지된 지름길을 택할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아지노모토의 니시 사장은 식당 운영자들의 그런 태도에 실망감을 느낀다고 말하면서도, 회사의 여론 조사는 소비자들의 의견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인들은 MSG를 싫어한다고 말하면서도 계속 먹는 사람이 많습니다. MSG가 건강하다는 지식이 머리 속에는 있지만, 아직 충분히 행동하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