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를 끄는 말이 늘어날수록 마리당 끄는 힘은 줄어든다. 사람도 집단 구성원 숫자가 커질수록 개인별로 발휘하는 힘은 감소한다. 출처=영화 '벤허' 한 장면

1913년 프랑스의 농업엔지니어 막스밀리앙 링겔만이 말(馬)의 능력을 연구하다가 특이한 현상을 발견했다. 상식적으로는, 말 한 마리가 수레를 끌 때 100의 힘이 발휘됐다면, 두 마리가 끌 때는 힘의 합이 200이어야 한다. 그런데, 그에 못 미쳤다. 두 마리일 때 말이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줄다리기 실험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밧줄을 혼자서 당길 때 100의 힘이 발휘됐다면, 둘이 당길 때는 각각 93%의 힘 밖에 쓰지 않았다. 셋일 땐 83%, 여덟 명일 땐 49%에 불과했다. 숫자가 늘어날수록 자기 힘을 아꼈다. 박수치는 실험 등 여러 형태의 실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처럼 집단 속에 참여하는 개인의 수가 늘어갈수록 성과에 대한 1인당 공헌도가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을 ‘링겔만 효과(Ringelmann effect)’라고 부른다. 쉽게 말하면, 혼자 일할 때보다 여럿이 함께 일할 때 개인의 노력과 효율이 감소한다는 얘기다.

집단 속에서 함께 일하면 개인의 공헌도가 분명히 드러나지도 않고, 과업의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지기에 나타나는 현상이어서 ‘사회적 태만(social loafing)이라고도 말한다.

업무효율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할 경영자로서는 집단의 방패막 뒤에서 태만하게 지내고, 익명의 커튼 뒤로 숨어 책임을 회피하려는 부정적 심리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

<사장을 위한 심리학>(OCEO 펴냄)에는 회사에서 팀이나 특정집단을 구성해 업무를 수행할 때 나타날 수 있는 ‘사회적 태만’ 방지책이 제시되어 있다.

▲집단을 평가할 때 팀 전체 점수 뿐아니라 팀원 개개인의 평가점수도 공개한다 ▲팀원간 각자의 업무평가 점수를 공유하여 다른 사람들도 열심히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집단의 규모가 너무 커지지 않도록 한다. 규모가 커지면 다시 소집단으로 나눠 모든 구성원이 실패의 책임의식을 갖도록 한다.

조직의 적정한 크기에 대해서는 페덱스의 '피자 두 판의 원칙'을 참고할 만하다. 1년에 25억개 이상의 화물을 배달하며, 전 세계 30만명의 직원을 관리하는 페덱스는 팀의 효율성을 최대한 높이려고 애쓴다. 규모가 커지면 집중력이 손실되는 문제가 자주 발생했기 때문이다.

페덱스는 ‘피자 두 판의 원칙’을 만들었다. 즉 피자 두 판으로 다 같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의 작은 팀 조직을 지향한다. 피자 두 판이면 16조각이다. 팀원들이 2조각씩 먹는다면, 8명이라는 얘기다.

아마존의 경우도 제프 베조스 CEO의 지시에 따라 조직내 각 팀을 '피자 두 판의 원칙'에 따라 8명 이내로 구성한다고 알려진다. 군살 없고 다양성을 갖춘 조직이라야 소통이 가능하고, 변화와 위기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책에는 "심리학을 등한시한 채 최고 경영자가 될 수 있다는 착각을 버려라"라는 잭 웰치의 말이 소개돼 있다. "경영의 99%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이라는 카피도 적혀 있다. 경영, 쉬운 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