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삼성전자가 전통 가전에서 느껴지던 ‘딱딱함과 무거움’을 벗어 던졌다. 삼성전자는 최근 세로로 보는 TV부터 레고처럼 다양하게 디자인을 조합해 만들 수 있는 냉장고를 잇달아 선보이면서 가전 시장에서 디자인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능을 개선하고, 몇 개의 색상만을 추가하는 등의 기존의 식상한 변화를 넘어선 파격적인 디자인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 한종희 삼성전자 사장이 라이프스타일 TV를 소개하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올해 파격의 시작...라이프스타일 TV ‘더 세로’

삼성전자는 지난 4월 29일 각각 개성을 지닌 3가지 라이프스타일 TV인 더 세로(The Sero), 더 세리프(The Serif), 더 프레임(The Frame)을 공개했다. 삼성전자가 밝힌 제품 디자인 철학은 ‘누구든지 자신의 취향을 존중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더 세로는 기존 가로형태의 TV의 고정관념을 깬 세로 디스플레이 TV로 모바일 콘텐츠를 즐기는 데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을 고려했다. 대부분의 모바일 콘텐츠가 세로 형태라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근거리 무선 통신(NFC)기반의 미러링(Mirroring) 기능 실행만으로 모바일 기기의 화면과 세로형 스크린을 동기화해 SNS, 게임, 쇼핑, 동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한 것이 핵심이다.

TV에서 파격을 보여줬다고 해서 기존의 패턴을 버린 것은 아니다. 더 세로는 가로로 전환되면 TV 화면도 가로로 회전돼 기존 TV와 같은 시청 경험이 가능하다. TV를 시청하지 않을 때는 이미지, 사진 등의 콘텐츠를 띄워 개성 있는 인테리어 연출도 가능하다.

더 세리프는 심미적 가치에 중점을 둔 TV다. 매직스크린 기능을 적용해 TV를 보지 않을 때에도 스크린에 이미지, 시간, 날씨 등이 나오게 할 수 있다. 더 프레임은 아트모드 기능을 통해 TV를 시청하지 않을 때에는 미술 작품이나 사진을 스크린에 띄워 액자처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공개한 신형 라이프스타일 TV를 2가지 키워드로 요약하자면 디자인의 파격과 가전제품의 가구화다. 더 세로는 디자인의 파격을 보여 줬고, 더 세리프와 더 프레임은 마치 집안에 비치된 가구처럼 자연스럽게 공간에 녹아 들어간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이런 삼성전자의 디자인 혁신은 6월 4일 공개된 비스포크(BESPOKE)공개로 본격적인 포문을 열었다.

▲ 삼성전자 모델이 비스포크 냉장고를 소개하고 있다. 이코노믹리뷰 김동규 기자

프로젝트 프리즘...비스포크로 포문 열다

비스포크는 맞춤형 양복이나 주문 제작을 뜻하는 말로 되다(BE)와 말하다(SPEAK)라는 단어의 결합이다. 삼성전자는 이 단어를 냉장고 제품에 붙였다. 도어 패널의 색상, 소재, 디자인을 고객이 직접 고르게 해 2만 2000개의 다른 조합이 나올 수 있게 한 ‘나만의 냉장고’가 비스포크인 것이다.

비스포크는 삼성전자가 4일 천명한 생활가전 사업의 새 전략인 프로젝트 프리즘(ProjectPRISM)의 첫 제품이다. 프로젝트 프리즘은 고객의 요구에 맞게 다양한 제품을 마치 프리즘처럼 만들겠다는 삼성전자의 전략이다.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은 “세대변화, 고령화, 도시화의 3대 트렌드를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해 주기 위해서는 올바른 매개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프로젝트 프리즘을 만들었다”면서 “핵심은 공급자 위주의 제품 개발에서 다양한 소비자 위주의 제품 개발로의 전략 수정”이라고 설명했다.

프로젝트 프리즘은 냉장고를 시작으로 세탁기, 에어컨을 포함한 다양한 생활가전 제품에 적용될 예정이다. 또 하드웨어(외관)혁신과 더불어 소프트웨어 혁신에도 신경을 써 나갈 예정이다. 김 사장은 “올해 한 3개 정도 프로젝트 프리즘 신제품이 나오기를 바란다”면서 “올해 공교롭게도 더 세로 TV부터 비스포크까지 인테리어와 관련된 것이 많이 나왔는데 앞으로는 소프트웨어에서도 혁신을 가미된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이 4일 미디어데이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코노믹리뷰 김동규 기자

삼성전자 디자인 혁신의 공통분모 ‘밀레니얼 세대’

삼성전자는 더 세로와 비스포크에서 밀레니얼 세대의 취향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디자인과 기능을 혁신했다고 밝혔다. 김현석 사장은 4일 “현재 밀레니얼 세대는 나, 경험, 공유의 3가지의 핵심 키워로 생활을 하고 있다”면서 “나를 위한 내가 중심이 된 경험, 그 경험이 가치가 있다면 공유하는 것이 밀레니얼 세대의 트렌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만의 공간, 나만의 무엇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혼자 있는 집에 대한 관심이 3년 사이 22배나 증가했다는 데이터도 분석했다”면서 “비스포크를 통해 다양한 경험, 선택권을 준다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덧붙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삼성전자를 포함한 기업이 밀레니얼 세대의 움직임을 반영하는 새로운 혁신을 위함”이라면서 “혁신은 생산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스스로 인지해 부가가치를 느낄 수 있는 방향에서도 발생할 수 있기에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에 놓은 혁신은 지속될 것”이라고 평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2001년부터 CEO 직속의 디자인경영센터를 운영 중이다. 디자인경영센터는 주요 디자인 전략을 전사적으로 공유하고, 해외 디자인 연구소를 관할한다. 비스포크의 디자인은 최중열 삼성전자 생활가전부문(CE) 디자인팀장(전무) 주도로 진행됐다.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도 비스포크 론칭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 많은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