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한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는 올해 4월까지 세계 배터리 누적 사용량에서 탑 10에 3개 회사가 자리할 만큼 세계적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은 각각 4위, 6위 9위에 자리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보면 282%의 성장률을 보여 대약진 중이다. LG화학도 90.4%의 성장률을 보이면서 국내 1위 전기차 배터리 업체의 위상을 공고히 하는 중이다.

그런데 대약진 보이며 도약하는 SK이노베이션과 세계 선두권에서 경쟁하고 있는 LG화학이 소송전에 휘말렸다.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에 자사의 배터리 관련 인력과 기술 등을 빼갔다는 이유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제소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29일 USITC는 영업비밀 침해 관련 조사를 시작했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은 즉각 “LG화학의 배터리 소송은 근거가 전혀 없다”면서 적극 대응 의지를 천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국내 법무법인을 선임해 국내 법원에 LG화학을 제소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일본 배터리 업체의 약진 속 더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한국 배터리 업계에는 분명한 악재다. 커지는 전기차 시장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생산 능력 확대와 기술력 개발에만 매진해도 모자랄 판에 한국 메이저 배터리 업체 2곳이 소송전에 에너지를 낭비하게 된 것이다.

물론 수익을 추구하는 회사에서 수익에 영향을 끼치는 일에 법정소송 등으로 대응하는 것 자체를 비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러나 한국 산업에서 ‘제 2의 반도체’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새로운 신성장 산업이 될 수 있는 분야에서 좀 더 치고 나갈 기회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많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회사간 다투는 것은 어느 산업에든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현재 한국 배터리 업체가 서로 싸운다면 과연 누가 이익을 볼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면서 “지금 LG와 SK의 소송전을 보고서 과연 누가 웃음 짓고 있을지를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 중국과 일본 배터리 업체들이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다는 것을 에둘러 말한 것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기술력에 대해 깊이 알고 있는 한 전문가는 “솔직히 지금 제기된 배터리 영업비밀·기술 침해 논란이 과연 소송까지 갈 정도로 심각한 기술탈취 이슈가 나오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면서 “지금이라도 당장 양사는 소송을 중단하고 한국 배터리 업계 전체를 보는 큰 그림을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2의 반도체로 성장 가능성이 있는 배터리 산업에서 황금알을 낳기도 전에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가 일어난다면 그에 대한 책임론 논쟁도 함께 불거질 것이다. 양사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