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김진후 기자] 3기 신도시는 앞선 1·2기의 실패를 거울삼아 공급된 만큼 서울과의 접근성에서는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3기 신도시 지역은 서울 경계에서 2km 떨어져 있어 서울 도심권까지 30분내에 이동이 가능한데다 일자리 창출부터 육아친화형, 지자체 협업 등을 내세우며 서울 수요 흡수에 나섰다.

◆서울 도심까지 30분 이동 가능한 ‘3기 신도시’

정부는 수도권 주택 공급 계획의 핵심인 1만 가구 이상 규모의 '3기 신도시' 입지로 남양주 왕숙(6만6000 가구), 하남 교산(3만2000 가구), 인천 계양 테크노밸리(1만7000 가구), 고양 덕양구 창릉(3만8000 가구), 부천시 대장동(2만 가구) 등 총 5곳을 선정했다.

특히 앞서 공급됐던 1,2기 신도시의 문제점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교통 대책에 역점을 뒀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신도시 개발 방향의 첫 번째 원칙으로 ‘서울 도심권 30분내 접근 가능’을 꼽으며 서울 수요 흡수에 나섰다. 이를 위해 지하철 신설과 연장, 슈퍼 BRT(간선급행버스체계), GTX 착공 등을 조기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광역교통망 계획안대로라면 고양창릉은 여의도까지 25분내 도달이 가능하며 남양주 왕숙은 서울역까지 15분, 인천계양은 여의도까지 25분, 하남교산은 수서역까지 20분, 부천대장은 서울역까지 30분내 도달할 수가 있다.

 

◆입지는 좋은데...성장 가능성 가장 높은 곳 ‘하남 교산’...자족기능 여건 형성돼

그러나 3기 신도시 가운데에서도 입지에 따라 향후 성장성 성패가 점쳐지고 있다. 다만 현재 맞닥뜨린 보상 또는 지정철회 여론은 관문으로 남아있다.

특히 하남교산지구는 3기 신도시 중 접근성과 입지 조건 등을 기반으로 투자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하는 지역으로 꼽히는 만큼 주민들의 여론에 업계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하남 교산지구 M공인중개사는 “지난해 지정 당시와 크게 달라진 분위기는 없지만 국토교통부의 보상이 앞당겨질 것이란 관측도 서서히 나오고 있다”면서 “지하철 관련 예비타당성 조사도 면제됐고, 올해 말로 리츠 등을 통해 토지보상이 시작된다고 하니 계획 자체는 수월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해당 중개사는 “주민들 사이에서도 찬성 여론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중요한 것은 ‘재산을 뺏긴다’고 생각하는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능수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동산컨설턴트는 “하남 교산지역은 지하철 3호선 연장계획과 더불어 강남 접근성이 뛰어나며 강남의 주거 인프라를 누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미 하남 교산지역 인근으로 주거벨트가 형성된 만큼 자족기능을 담당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됐다는 점 역시 하남 교산지구의 성장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판교 테크노 밸리가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 중의 하나는 분당을 비롯해 주거 중심의 신도시들이 이미 존재했고 택지들이 개발되면서 수요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라면서 “감일 및 감북지구, 하남미사지구부터 미사강변도시 등 주거벨트가 형성되면서 하남 교산지구 자족시설의 수요를 뒷받침할 여력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현재 교산지구와 맞붙은 덕풍동 ‘덕풍현대아파트’ 전용면적 59㎡의 시세는 지난해 10월 2억 9500만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차츰 하락하다가 12월 신도시 발표 이후인 500만원 상승했다. 다만 현재는 2억 8000만원까지 하락한 상태다. 전용면적 84㎡ 역시 큰 변동은 없지만 지난해 9월 3억 6000만원에서 약 1000만원 하락한 시세를 유지하고 있다.

 

◆고양 창릉에 덕 본 곳은 ‘향동’...과천은 투자자 발길 이어져

고양 창릉 신도시 역시 투자 유망한 지역으로 꼽힌다. 향동·삼송·원흥지구 사이에 위치하고 지하철 고양선과 GTX-A노선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고양 창릉은 고양시 창릉동과 용두동, 화전동 일원에 총 813만㎡규모로 조성된다. 이곳에 들어서는 가구는 총 3만 8000호 규모다.

서울 접근성이 우수한 지역으로 꼽히는 곳 중 한 곳인 고양 창릉은 앞서 공급된 삼송과 원흥, 향동, 수색과 주거벨트를 완성하게 된다. 이 같은 호재에 인근 아파트는 분양권 가격에 수억원의 프리미엄이 붙기도 했다.

실제 ‘고양 향동호반베르디움 4단지’ 적용면적 84㎡의 경우 5월 기준 분양권 시세는 6억 4000만원에 달한다. 이보다 한달 전 분양권 매물 평균가격은 5억 6670만원으로 한 달 사이 1억원이 더 올랐다. 2017년 4억원 초반대 분양권 가격이 형성됐던 것과 비교하면 2억원 이상이 올랐다.

용두동 K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고양 창릉 신도시 개발이 발표되던 날에 향동지구에서 집을 내놨던 집주들이 매물을 싹 거둬들이기 까지 했었다”고 귀뜸했다.

과천 역시 3기 신도시 발표 이후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3기 신도시들과 달리 이미 어느 정도 교통망을 갖추고 있는데다 강남과 가깝다는 지리적 장점 때문이다. 도로 개선시 과천은 고속터미널까지 15분, 양재까지 10분 정도의 소요시간이 단축되며 지하철 4호선 선바위역을 통해 사당까지 10분 이내에 도달할 수가 있다.

과천지구 H공인중개사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거래도 되고 있지 않지만, 향후 아파트 분양권에 대해 알아보려고 찾아오는 사람들은 꽤 있는 편”이라고 전했다. S공인중개사는 “토지소유자들 6개 단체 가운데 2개 단체는 조속한 보상 의지를 밝힌 상태지만, 세입자 등으로 구성된 단체들은 아직 수용불가 입장”이라면서 “진전되거나 변화도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과천지구와 맞닿은 기존 부림동의 구축단지들은 면적별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과천주공9단지 전용면적 47㎡는 지난해 8억 7000만원의 시세에서 점차 하락해 현재 8억 3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반면 전용 82㎡는 지난해 말까지 11억 8000만원을 유지하다 신도시 발표 시점 11억 3000만원으로 하락했지만, 현재 12억원까지 다시 치솟은 상태다. 해당지역 S공인중개사는 “전체 720가구 규모라 대형평형은 애초에 물량이 많지 않은 게 가격 상승의 직접적인 이유”라면서 “신도시 계획과는 크게 관계없다”고 설명했다.

◆인천 계양 집값 상승 최고...부천 대장은 ‘강서구 수요 흡수 가능’

3기 신도시 발표 이후 가장 빠르게 아파트값이 오르고 있는 지역이 있다. 바로 인천 계양이다. 이곳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요층의 관심이 높지 않았지만 3기 신도시로 지정되면서 올해 3월에는 0.8% 오르며 수도권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값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3기 신도시 예정지 위주로 아파트값이 오르면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인천 도두리마을 대동아파트 전용면적 59㎡는 지난 4월 2억 4220만원에 거래됐다. 이보다 두 달전 같은 면적 아파트가 2억 175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2000만원 이상이 올랐다.

박촌동 계양1차 하우스스토리 전용면적 84㎡의 경우 지난해 12월 2억 9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지만 현재 매물 시세는 3억 7000만원~3억 8000만원 선이다. 6개월 사이에 1억원 가까이가 올랐다. 3기 신도시 발표로 시세는 올랐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또다른 3기 신도시인 부천 대장지구와 인접해있어 보상 문제가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양지구 B공인중개사는 “대책위원회나 추진위원회 3~4개가 꾸려졌지만 보상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면서 “부천 대장지구와 엮이면서 향후 전망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해당 중개사는 “아파트 가격은 3월 이후 관망세가 이어졌는데 대장동 발표 이후 숨 고르기를 넘어서 더욱 조용해 진 상황”이라면서 “계양지구 여론은 사업이 되겠냐며 불신감이 팽배해진 투자자들이 한켠에 있고, 다른 한켠엔 처음부터 개발을 반기면서 보상가 협의에 매진하는 소유주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계양지구와 맞붙은 동양동 ‘한진해모로아파트’의 시세 상승이 눈에 띈다. 지난해 12월 신도시 발표 전까지 해당 단지 전용면적 59㎡의 시세는 2억 7300만원에 머물렀지만, 발표 직후 2억 8000만원, 5월 말 현재는 3억원까지 상승한 상태다.

부천 대장 신도시도 입지만으로는 여타 신도시보다 나은 편이란 분석이다. 대장동에서 강서구 화곡동까지 대중교통으로 약 20분이 소요되며 여의도까지 직선거리 기준 15km, 강남 업무지구까지는 약 25km 거리에 있다. GTX 등이 개통되면 현재 50분 이상 소요되는 여의도까지의 출근시간도 25분으로 줄어들 수 있다. 무엇보다도 서울 마곡지구와 가까워 부천 대장지구 개발 시 마곡 수요지구 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부천 중동에 위치한 S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부천 대장지구는 3기 신도시 중 서울권 수요를 담당할 수 있는 지역이 될 수 있다”라면서 “서울 강서구나 양천구쪽 수요가 이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3기 신도시 중 면적 가장 넓은 ‘남양주 왕숙’ 일자리 창출이 급선무

3기 신도시 중 가장 면적이 넓은 남양주 왕숙 신도시는 개발 기대감과 함께 우려가 공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신도시에는 3기 신도시 절반 수준인 6만 6000가구가 조성돼 공급과잉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다 자족도시 기능의 확충이 가능한지가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남양주에는 왕숙지구 말고도 공공택지로만 별내신도시, 다산신도시, 진접2지구 공공주택지구, 양정역세권 주택가가 있다. 여기다 이번 남양주 왕숙지구에 공급되는 6만 6000가구를 합치면 주택공급량이 10만가구를 넘어선다는 분석이다.

남양주 다산중앙로에 위치한 D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왕숙지구가 들어서는 남양주는 집이 부족한 지역이 아닌 일자리가 부족한 지역”이라면서 “일자리에 대한 대책 없이 아파트만 짓다가는 베드타운으로 전락할게 뻔한데다 아파트값 역시 상승할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경기도 자료에 따르면 주민수 대비 일자리 비율은 남양주시 23.3%, 하남시 30.8%, 인천 계양구 24.5%로 경기도 평균 37.8%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김현수 단국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3기 신도시의 입지를 두고 “1·2기 신도시와 달리 지역 일자리, 고용 자족성과 함께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단순 주택과 용지 공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입지라서 가능한 역할과 ‘지역산업’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판교신도시는 강남 접근성과 여러 인프라스트럭쳐의 측면에서 IT기업이 모일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고, 수원·화성의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면서 고급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분당신도시의 소비가 발전하게 됐다”면서 “일산은 파주의 LCD산단을 제외하고는 자족시설이 부족해 서울 통근인구는 점점 늘어나고, 분당과는 정반대로 서비스업 제공 측면과 맞물려 부동산 가격도 하락하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도시 성공 조건 ‘자족성’...지역별 전문산업 육성해야

한편 전문가들은 3기 신도시 공급과 함께 정부가 앞서 1,2기 신도시의 실패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신도시 자체의 자족성이 우선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입지와 위치에 따른 지역별 전문산업 육성도 같이 이뤄져야 한다는 모습이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공급에 급급해 인프라 부족현상을 빚은 과거 사례를 조명하면서 “주택만큼 공간의 성격 파악을 선행해 해당 부지가 미래에 어떻게 성장할 것인지 잠재성을 예측하고 계획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심교언 교수 역시 판교를 우수사례로 들면서 “테크노밸리에 입주한 기업들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판교와 분당은 충분한 주택단지를 제공하면서 자족기능이 구현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합리적인 분양가와 자족기능, 광역교통망 등 인프라 개선 속도가 성공의 열쇠”라면서 “장기적으로 기업이 안착할 수 있는 행정지원과 문화·교육·업무 집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양과 부천 등 주변지역의 공급과잉·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기 조율과 기존 지구와의 연계개발 모색도 제안했다.

김현수 교수는 “과천과 하남의 경우 역시 강남 접근성 측면에서 4차산업혁명 관련 산업단지로 꾸며질 잠재력을 갖고 있다”라면서 “대장지구와 계양지구는 전통 제조업의 경쟁률이 하락하고 있는 부천의 입지를 감안해 스마트팩토리와 고도화한 R&D 산단의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창릉지구의 경우 미디어산업이 융성한 상암동과 연계한 스타트업과 벤처, R&D 시설의 성장성이 높다고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도시 생태계는 강남과 종로에 따라 형성된 위계를 따르기 때문에, 공급물량이 서울의 대체 수요에만 국한될 경우 신도시 자족 여건이 성립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밝혔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향후 공급대책과 신도시 계획에서 주택 공급이라는 ‘왜’에만 치중하지 말고, 자족 기능이라는 ‘어떻게’가 중요하다”면서 “법으로 신규 택지조성 규모가 약 30만㎡가 넘으면 학교, 교통 기반시설의 검토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권대중 교수는 “급급한 주택 수요를 채우기 위한 신도시 계획이 아니라, 정부의 상위 계획에서 충분히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영곤 강남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자족기능을 갖추기 위해선 내수시장 구성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수도권 대부분의 소비가 발생하는 강남·종로의 인프라와 서비스를 다른 지방이 제공하기는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다만 교육과 보육, 건강 등의 환경개선이 이뤄질 경우 일정 부분의 대체는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영곤 교수는 신도시에 다수 공급되는 임대주택이 향후 분양형으로 전환되는 현실을 꼬집으면서 “영구임대주택 확대 등으로 안전망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