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로소프트는 사티야 나델라가 CEO에 취임하면서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로 회사의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출처= Internet of Business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2000년 기술 거품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마이크로소프트는(Microsoft Corp),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만든 인텔(Intel Corp.), 통신장비를 만든 시스코 시스템(Cisco Systems Inc.), 기관차와 터빈을 만든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 Co.) 같은 회사들과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회사라는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했었다.

그로부터 20년 후에 마이크로소프트는 다시 한번 시장 가치 순위에서 1위(9481억 달러)를 차지했다. 20년 전 함께 1위 자리를 다퉜던 시스코(2244억 달러), 인텔(1972억 달러), GE(831억 달러)는 세 회사를 다 합쳐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이것은 최근 몇 년 동안 경제 상황이 크게 변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산성과 경제성장은 이제 장비, 건물, 컴퓨터 하드웨어에서가 아니라 정보, 프로세스, 코드, 데이터, 즉 소프트웨어에서 더 많이 창출된다.

세계 최초의 웹 브라우저인 넷스케이프의 공동 개발자이자 벤처투자사 앤드리슨 호로비츠(Andreessen Horowitz)의 공동창업자인 벤처 투자자 마크 앤드리슨은 이미 8년 전에 이렇게 썼다.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삼킬 것이다."

그는 클라우드 컴퓨팅 같은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도구와 인터넷 기반 서비스가 전화와 자동차에서 소매 및 영화 유통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디지털화함으로써, 스타트업들이 기존 기업들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소위 기술 전도사들도 인공지능, 머신러닝, 빅데이터 등의 기술 발전이 새로운 경제 붐을 촉발할 것이라고 오랫동안 주장해 왔다. 그러나 기술 발전으로 인한 경제 성장이 노동자의 생산량을 얼마나 개선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좋은 척도인 생산성, 그 동안 세대가 바뀔 기간 동안에도 거의 변동이 없는 생산성 향상을 가져올 수 있을까.

그러나 최근, 기술 호황이 생산성 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흥미로운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지난 1분기에, 미국 회사들은 사상 처음으로 기술 장비보다 소프트웨어에 더 많은 투자를 했다. 건물이나 기타 시설 구조물을 제외하면,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가, 트럭 같은 운송장비나 기계공구 같은 산업장비 등 모든 형태의 시설 투자를 능가했다. 현재 연구개발비(R&D)로 분류되는 기본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제작비까지 포함한다면 소프트웨어 지출은 더 높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수치로, 소프트웨어 투자는 2018년 1분기부터 2019년 1분기까지 11% 늘어났다. 반면 설비투자는 4% 미만, 시설 구조물 투자는 1%에 그쳤다. 감세 효과의 둔화, 무역 전쟁, 원자재 가격 폭락 등 어떤 이유에서건 자본 지출 패턴이 크게 변하면서 소프트웨어 지출이 늘어난 때문일까, 이 기간 동안 생산성 증가율은 2010년 이후 가장 빠른 2.4%에 달했다.

그것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기업 투자와 생산성 증가가 2분기에는 둔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건 스탠리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올해 각 기업의 최고정보책임자(CIO)들은 소프트웨어 예산을 5% 늘릴 계획인 반면 하드웨어 예산 증가는 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주요 목표는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외부의 클라우드 컴퓨팅 전문 기업으로 하여금 그들의 데이터를 호스팅하고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한 도구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다.

▲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는 현재 회사 매출의 절반을 차지한다.   출처= Microsoft Azure

수년 전만 해도 이 부문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승자가 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오랫동안 윈도우와 윈도우 오피스 소프트웨어에 의존했던 이 회사는 웹 기반 애플리케이션, 모바일 테크놀로지나 검색 같은 분야로의 전환에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아마존이 클라우드 컴퓨팅을 일반 기업들에게 표준화된 서비스로 제공함으로써 초기에 시장 우위를 점했다. 앤드리슨은 8년 전 글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신이 하지 않은 무관심한 것들로 위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사티아 나델라가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에 오르면서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침내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애저’(Azure)라고 명명된 이 서비스는 현재 회사 매출의 절반을 차지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소비자를 상대하는 영역에서는 아마존, 알파벳의 구글, 애플 등과 비교해 신선감이 다소 떨어지지만, 기술을 사용해 공정이나 제품을 리메이크한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포괄적 용어인 ‘디지털 변혁’을 바라는 기업들에게는 최적의 파트너로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면서 상당한 성장을 이뤘다.

스타벅스는 애저를 사용해 커피 콩의 종류에서부터 커피 온도까지 모든 것을 커피 머신을 통해 중앙에서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유지보수를 예측한다. 이 회사는 그 동안 3만 개의 매장에 USB 썸 드라이브(thumb drive)를 보내 새로운 커피 레시피를 수동으로 전달하곤 했다. 이제는 모든 정보가 클라우드를 통해 전달된다. 스타벅스 모바일 앱은 애저에서 호스팅되는 일종의 머신러닝 시스템을 이용해 매장의 재고량, 그 날의 날씨, 사용자 주문 이력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커피를 추천한다.

만약 소프트웨어 붐이 제약을 받는다면, 그것은 소프트웨어로 인한 성장이 하드웨어로 인한 성장보다 더 어렵다는 뜻일 것이다. 대기업들은 사내에서 자체적으로 자신들에게 맞는 소프트웨어를 제작하거나 설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기업에서의 소프트웨어의 성공은 다른 회사가 따라하기 어려울 수 있다.

보스턴 대학교(Boston University)의 제임스 베센 교수는 독점적인 정보 기술에 더 많이 투자하는 대기업들이 매출 성장이 더 빠르고, 직원 1명당 매출도 더 높으며, 더 폭넓은 이윤을 누린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따라 작은 회사들은 대기업의 그런 유리한 위치와 싸우느라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베센 교수는 중소기업들의 경제 활동이 더 활발한 것이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클라우드 컴퓨팅이 등장하면서 중소기업들도 대기업의 그런 전유물을 이용할 수 있게 돼 전투의 방정식이 바뀌었다. 미국 오하이오주 톨레도(Toledo)에 있는 리베이(Libbey Inc.)는 와인잔, 텀블러, 기타 식기류를 만드는 회사로 전세계적으로 6000명의 직원과 6개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영업, 재무, 생산에서 여러 대의 컴퓨터를 각기 따로 사용해 오던 것을 마이크로소프트가 제공하는 하나의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으로 대체했다. 이 회사의 제임스 버미스터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클라우드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고객 요청에 대한 영업사원의 응답 속도가 훨씬 빨라졌고, 재고가 줄었으며, 수동 처리해야 하는 거래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회사 전용 전산 시스템’을 만들지 않아도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필요한 대부분의 소프트웨어를 즉시 구입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리베이에는 애저가 수집하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최적화하기 위한 프로그래머와 데이터 과학자가 추가로 필요할 것이다.

"우리의 바램은, 먹이 사슬의 최하단에 있는 수작업은 없애고, 우리 직원들의 업무 질을 회사가 더 잘되도록 하는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것입니다.”

현재 소프트웨어에 투자되고 있는 돈이 하드웨어가 20년 전에 했던 것과 같은 보상을 가져올 것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