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CJ올리브네트웍스가 운영하고 있는 국내 H&B스토어 ‘올리브영’이 일본시장 진출에 본격 나서는 모습이다. 이전에는 국내 로드숍 브랜드 위주로 해외 K-뷰티에 진출해 있었지만, 최근 국내 H&B스토어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한국 화장품들이 일본에서 역직구 수요가 크게 증가하자 올리브영이 직접 대응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4일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H&B스토어시장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올리브영이 이를 발판으로 국내 뿐 아니라 해외시장에 적극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63억 달러로, 전년 대비 26.5% 증가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또한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2020년까지 화장품 수출액이 91억 달러(한화 약10조원)를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국세청이 지난 2월 발표한 ‘전자상거래 수출입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자상거래 수출(역직구)’ 건수는 961만 건이었으며 규모는 32억5300달러(한화 약 3조8097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 해와 비교해 건수와 규모에서 각각 36%, 25% 증가한 수치다.

▲ 일본 전자상거래 1위 플랫폼 '라쿠텐'에 입점한 올리브영관 메인 페이지. 출처=CJ올리브네트웍스

올리브영, 국내 뷰티 중소기업 활력 불어넣나?
올리브영은 지난 5월 일본 전자상거래 1위 플랫폼인 ‘라쿠텐’에 K-뷰티 전문관(이하 올리브영관)을 오픈한다고 밝혔다. 국내 뷰티 유통 업체가 일본 온라인 쇼핑몰에 ‘숍인숍’ 형태로 들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리브영은 이번 라쿠텐 입점을 통해 일본 Z세대(1990년 중반 이후 출생자)가 선호하는 한국 화장품의 역직구 수요에 적극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일본은 일명 ‘한국식 얼짱 화장법’ 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을 만큼, 일본 1020대 사이에서 색조와 기초화장품 중심으로 K-뷰티 열풍이 크게 일고 있다.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한국 뷰티크리에이터들의 화장법이나 화장품 사용 후기가 인기를 끄는 등 SNS를 통해 정보를 직접 얻고 구매하는 일본 여성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올리브영은 일본에서 인기 있는 색조 화장품과 마스크 팩, 기초화장품 세 개의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다양한 화장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명동본점 등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주요 오프라인 매장에서 일본인들의 구매율이 높은 제품만을 선정한 것이 이번 최대 경쟁력이라는 회사 측의 설명이다.

올리브영이 일본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 국내 중소 화장품 브랜드의 해외 진출 길도 함께 열릴 전망이다. 국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만든 뷰티 브랜드가 올리브영 전체 입점 브랜드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국내 중소기업들은 라쿠텐에 들어간 올리브영관을 활용해 일본 소비자 반응을 파악해볼 수 있다.

또한 일본 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기회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리브영은 앞서 일본에 진출한 총 51개 국내 브랜드의 500여개 제품을 우선적으로 판매하고 올해 안에 1100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이번 올리브영의 일본 진출은 국내 뷰티 스타트업 회사나 중소기업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국내 올리브영 입점만으로 큰 효과를 보고 있는 작은 브랜드들이 해외에서까지 인기를 얻으면 큰 성장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올리브영의 PB브랜드 컬러그램톡의 모델 아이즈원. 출처=CJ올리브네트웍스

‘PB브랜드’로 차별화
올리브영은 새로운 신생 브랜드를 계속해서 입점시키고 있지만, 자체 브랜드의 역량도 함께 키워내고 있다. 올리브영은 지난 4월 ‘팝메틱(팝+코스메틱)’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의 색조 브랜드 ‘컬러그램톡(colorgramTOK)’을 론칭한 바 있다.

이는 컬러그램톡 론칭과 동시에 제3의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일본 시장 공략에 집중 나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컬러그램톡은 올리브영이 한류를 대표하는 화장품과 음악을 결합한 브랜드다. 컬러그램톡의 첫 콘셉트는 한일 합작 걸그룹 아이즈원(IZ*ONE)이다. K-POP 콘텐츠를 담은 새로운 개념의 화장품 브랜드를 통해 팝메틱이라는 신시장을 개척하고 해외 공략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컬러그램톡도 이번 라쿠텐에서의 판매를 시작으로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선다. 컬러그램톡은 앞서 지난 5월 일본에서 열린 ‘KCON 2019 JAPAN’에 참여해 현지 Z세대에게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올리브영은 본격적인 일본 진출에 앞서, 케이콘 사상 최초로 선보이는 <KCON GIRLS> 프로그램에서 브랜드를 직접 체험하고 제품을 바르며 즐길 수 있는 K-뷰티 부스를 운영했다. <KCON GIRLS>는 일본 케이콘 주 관객층을 겨냥해 K-뷰티와 패션을 중심으로 K팝 아티스트, 커머스가 결합된 프로그램이다.

▲ 지난 5월 17일 올리브영 '컬러그램톡' 부스를 방문한 걸그룹 아이즈 원. 출처=CJ올리브네트웍스

특히 올리브영은 이번 컬러그램톡 부스에서 뷰티 아이콘 ‘아이즈원’의 무대 메이크업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일본 1020대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한국 아이돌 화장법에 관심이 많은 일본 소비자들을 타겟으로 해당 아이돌이 직접 사용한 제품과 색상들을 소개하면서 눈길을 끈 것이다. 이에 올리브영은 컬러그램톡을 일본 뿐 아니라 점차 대만, 동남아시아 지역의 드럭스토어 진출도 동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뷰티와 음악이 결합된 새로운 브랜드 컬러그램톡의 일본 진출을 시작으로 해외 시장 공략을 본격화해 K-뷰티 대표 브랜드로 키워나갈 계획”이라면서 “이에외도 다양한 콘텐츠를 뷰티와 접목해 선보이고 확대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H&B스토어 관계자는 “현재로서 해외에 진출할 여건이 되는 국내 H&B스토어는 올리브영이 유력했다”면서 “나머지 롭스와 랄라블라, 부츠 등 국내 H&B스토어는 해외보다 국내 내실을 다지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J올리브넥트웍스 관계자는 “일본 전자상거래 1위 플랫폼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현지화 된 쇼핑환경과 PB브랜드로 차별화된 상품 경쟁력을 앞세워 일본 K-뷰티 시장 확대에 나설 계획”이라면서 “국내 중소 화장품 브랜드의 해외 진출 교두보 역할에 충실하며 K-뷰티 히트상품 육성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