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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된 위기? 중국發 파라자일렌 공급과잉 '경보'PX 스프레드 급감… 전문가 “내년부터 본격 하락세 전망”

[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올 것이 왔다. 중국 파라자일렌(PX) 증설 영향으로 PX 스프레드가 하락하고 있다. 신규 공장 가동이 본격화되는 2020년부터 스프레드가 더욱 빠르게 하락해 한국 석유화학 업체들의 마진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적어도 올해 하반기까지는 하락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4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넷째 주 파라자일렌(PX) 스프레드는 톤 당 326달러로 올해 1분기 평균보다 약 39.6% 하락했다.

PX 스프레드 하락세는 최근 몇 달간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4월에는 톤 당 388달러였고, 3월에는 504달러였다. PX 스프레드는 PX 판매 가격에서 원재료인 나프타(납사) 가격을 뺀 것으로, 마진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다.

PX 스프레드 하락은 공급과잉에 따른 PX 판가 하락이 주요 원인이다. PX의 5월 넷째 주 평균가격은 톤 당 856달러로 1분기 평균가격 대비 19.3% 감소했지만, 나프타 가격은 5월 넷째 주 기준 톤 당 530달러로 1분기 대비 1.5% 상승하는 등 강보합세를 보였다.

   
▲ PX 스프레드. 출처=IBK투자증권

예정된 하락이라는 평가다. 세계 PX 수요를 좌우하는 중국이 자체 공급률을 높이기 위해 지난 몇 년 전부터 PX 생산설비를 무섭게 늘렸고, 이들 공장이 올해부터 본격 가동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세계 PX 생산능력은 약 5200만 톤이며, 이 중 중국의 PX 생산능력이 전체의 29%인 1500만 톤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중국의 PX수요는 2500만 톤으로 세계 총 PX 수요의 60%에 이른다.

즉, 중국 입장에서는 자국이 세계 PX 핵심 수요처인 만큼 외부 공급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관련 설비를 증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PX 수요는 생활필수품 원재료로 이용되기 때문에 대체로 경제성장과 흐름을 같이한다. 매년 성장률이 감소 중이기는 해도, 대체로 6%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는 중국에게 PX는 중요한 산업 중 하나인 셈이다.

PX로 고순도테레프탈산(PTA) 등 테레프탈산(TPA)이 만들어지며, TPA는 의류에 들어가는 폴리에스터섬유, 페트(PET)병 제작 등에 이용된다. PX 생산은 기술적 장벽이 높지 않기 때문에 정유기업 등은 자본만 있으면 비교적 용이하게 ‘나프타-PX-PTA’로 형성되는 밸류체인을 갖추며 마진율을 높일 수 있다.

세계 PX시장 공급과잉 심화 전망… TPA 수요보다 많아

일각에서는 지금의 PX스프레드 하락이 앞으로 예정된 위기의 신호탄에 불과하다는 우려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PX 생산능력은 오는 2021년까지 총 900만톤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 전체 PX 생산능력에 소폭 못 미치는 수준이다.

게다가 PX공급과잉은 예상보다 빠르게 심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내년 본격 가동 예정이었던 중국 석유화학기업 헝리(Heng Li)의 PX 신규 생산시설이 올해부터 가동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현재 250만톤 규모의 생산시설이 시험가동 중이고, 하반기 250만톤이 추가 가동될 예정이다.

   
▲ 세계 PX 실질 생산증분. 출처=한국기업평가

물론 중국 경제성장을 중심으로 TPA 수요가 늘어 PX 공급과잉을 일부 완화하고 있는 모습이기는 하다. 특히 중국이 지난해 1월 자국 내 환경오염 해결을 위해 폐플라스틱을 포함한 24종의 고체 폐기물 수입을 중단하면서 새로운 플라스틱을 만드는데 이용되는 TPA 수요가 늘기도 했다.

다만, TPA 수요 증가가 PX 스프레드 하락을 막기에는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TPA 생산능력은 오는 2020년까지 약 1270만톤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며, 이 중 PX 수요는 500만톤~600만톤 가량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올해 가동 예정인 헝리(Hengli) PX 증설물량이 이미 TPA 증가수요를 대체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TPA 생산시설은 대체로 완비된 반면, PX는 대규모 시설 가동이 예상돼있어 TPA 수요 증가보다 PX 공급량 증가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상황이 이렇다보니 PX를 사용하는 업체들이 PX 가격 하락을 전망하면서 구매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수요가 위축돼 공급과잉이 심화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올해 초 헝리의 PX공장 가동 소식이 알려지면서 공급과잉 현상이 심화됐다”면서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조짐도 있다보니 PX 시황 자체가 전체적으로 움츠러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 PX 자급률 올라가는데… 한국의 中 의존도는 90%

중국 PX 자급률 증가에 따른 PX 스프레드 하락은 한국 정유·석유화학업계에게 큰 타격을 줄 수도 있다.

중국의 한국산 PX 수입비중은 지난 2015년 이후 45%가 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의 대 중국 PX수출 비중은 90%가 넘는다.

물론, 아직까지는 중국의 한국산 PX 수입량에 큰 변화가 없다. 중국 관세청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한국 PX 수입량은 213만4276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만 감소한 상황이다.

다만, 향후 중국 내 PX신설공장 가동으로 PX자급률이 높아지면 한국 기업의 PX 수출 물량이 낮아지며, 동시에 PX스프레드가 지속 하락해 마진이 낮아져 공장 가동률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악순환의 늪에 빠질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 한국 PX 수출통계. 출처=한국기업평가

실제로 한국 정유·석유화학사 대부분은 PX 생산에 상당히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PX를 생산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올해 1분기 화학부문 실적의 80%는 PX 등이 포함된 방향족 계열이 차지했다. SK이노베이션의 계열사 연간 합산 생산량은 333만톤이다.

SK이노베이션 다음으로는 한화토탈이 200만톤으로 많고, 그 뒤를 생산량 190만톤의 에쓰오일이 잇는다. 에쓰오일의 PX, 벤젠 등 석유화학부문의 매출규모는 올해 1분기 기준 9869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18.2%를 차지한다. 이 외에도 GS칼텍스와 현대코스모도 각각 135만톤, 118만톤의 PX를 생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PX는 제품의 질적 차별화가 어렵기 때문에 공급과잉 등에 따른 스프레드 하락에 별다른 대응을 하기 어렵다”면서 “공급처 다변화 등 영업적 측면에서 노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 공급과잉으로 향후 PX스프레드가 지속 하락할 전망이라 한국기업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다만 과거에 워낙 시황이 좋았기 때문에 아주 심각한 수준은 아니며 손익분기점까지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PX 스프레드의 평균 손익분기점은 톤 당 250달러다. 다만, 나프타 생산 등 정유사업과의 밸류체인을 갖춘 회사는 손익분기점이 이보다 낮을 수 있다.

유준위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중국 연간 PX수입량 약 1600만톤 중 한국산이 650만톤에 이르므로 기존 수입 비중 유지할 경우 약 300만톤의 수출물량 감소가 예상된다”라며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에 따른 한국산 수입량 유지 등 돌발변수가 있지만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는 PX 수입량 급감 전망이 타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전문가는 “PX 생산증설이 본격화되는 내년부터는 스프레드 하락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만 중국의 폐플라스틱 정책이 PTA 수요증가를 뒷받침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향후 하락세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PTA 가격 상승으로 수요도 유지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중국의 폐플라스틱 수입 조치로 지난해 PTA 평균 가격은 전년 대비 33.1% 상승한 톤 당 861달러를 기록한 바 있다.

업계 내외 “PX 스프레드 급감, 적어도 올해는 아닐 것”

다만, 업계 내외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까지의 PX 스프레드는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올해 세계 PX증설은 400만~500만 정도이며 내년에도 유사한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라며 “다만, PTA 증설도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만큼 PX스프레드는 보합 또는 강보합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밝혔다.

   
▲ SK인천석유화학 생산설비. 사진=SK인천석유화학

노우호 메리츠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적어도 올해 하반기 PX전망은 긍정적”이라며 “PX 특성상 100% 가동도달 시기가 예상보다 느리며 고품질 휘발유 생산량 증가로 인해 PX 생산차질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 전문가도 “PX 가격은 탄력성이 좋아 유가가 오르면 그와 동반해 상승하게 된다”라면서 “올해 유가를 배럴 당 70달러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에 PX 가격도 동반 상승해 공급과잉 하락분을 일부 상쇄할 가능성이 있다”이라고 분석했다.

김태호 기자  |  teo@econovill.com  |  승인 2019.06.04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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